맷 데이먼이요? 모르는 사람 있나요? 다 알죠! 9년 만에 맷 데이먼이 제이슨 본으로 복귀한 영화 <제이슨 본>이 곧 개봉하는 건 아실 테고. 얼마 전에 내한도 했고 JTBC <뉴스룸>에 나와서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도 했잖아요. <무한도전>에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어쨌든 이렇게 다 아는 사람에 대해 다스 베이더 팀장이 글을 쓰라고 하니 뭘 써야 할 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아 머리를 싸매고 고민고민 하다가 근근이 5개의 키워드를 떠올려봤습니다. 그럼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에 대해 ‘다시 한번’ 알아 봅시다. ‘아는 스타도 다시 보자’는 마음으로.
2대8 가르마의 모범생
이분 정말 모범생 맞습니다. 맷 데이먼이 하버드대학교 영문과 출신이라는 건 유명하죠. 물론 연기를 위해 중퇴를 하긴 했지만요. 졸업 학점(?)은 거의 다 채웠다고 하더라고요. 명문 하버드의 델포이 클럽(Delphic Club)이라는 파이널 클럽(일종의 사교 클럽, 아무나 가입시켜주지 않고 미국을 움직이는 엄친아들이 모이는 곳)에도 가입했습니다. 어쩌면 파이널 클럽에서 좀 놀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진짜 모범생이기도 하지만 그의 모범생 이미지는 맷 데이먼의 출세작인 <굿 윌 헌팅>(1997) 덕분에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하버드 영문과 수업시간 과제로 쓰기 시작한 <굿 윌 헌팅> 시나리오는 오랜 친구 벤 애플렉과 함께 완성했습니다. 이 시나리오는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연출을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맷 데이먼은 윌 헌팅이라는 청년을 연기했습니다. 보스턴 빈민가에 사는 윌은 MIT 공대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수학 천재죠. 뭔가 모범생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기분입니다. 맷 데이먼은 <굿 윌 헌팅>으로 199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친구 벤 애플렉과 함께 각본상을 수상합니다. 유튜브에 ‘맷 데이먼 오스카 수상’ 검색하시면 당시 영상을 쉽게 보실 수 있습니다. 펄럭펄럭한 통 넓은 바지의 턱시도가 어색한 젊은 청년(당시 27세)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어쩔 줄 몰라하는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시상식에도 엄마하고 온 것 같더라고요. 벤 애플렉도 좋아서 죽겠다는 표정으로 “땡큐!”를 연발하며 “또 누구한테 고맙다고 해야 되지” 이럽니다.
그가 출연한 작품들 중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모범생 이미지와 연관지어 볼 수 있습니다. 밀러(톰 행크스) 대위가 이끄는 레인저 분대가 죽을 고생(실제로 죽은 대원도 있음)을 하고 드디어 공수부대원 라이언(맷 데이먼)을 찾았더니 하는 말이 나는 “이 다리를 지켜야 한다. 동료들을 버릴 수 없다”였죠. 이렇게 애국심이 높고 책임감 있는 청년이라니. <오션스> 시리즈에서는 어땠나요? 분명 도둑이긴 한데 모범스러운 도둑 느낌입니다. 역시 2대8 가르마에 뿔테 안경도 정말 잘 어울리죠.
이런 모범생 이미지와 딴판인 영화도 있습니다. <라운더스>(1998)라는 영화가 있는데요. 여기서는 모범생이었다가 포커 게임에 빠지는 법대생 연기를 합니다. 물론 다짜고짜 도박에 빠진 개망나니는 아니죠. 그에게도 사정은 있습니다. <라운더스>보다 좀더 삐뚤어진 역할을 한 영화는 <리플리>(1999)입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 있는 리플리씨>가 원작인 영화입니다. 1960년에 르네 클레망 감독, 알랭 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라는 제목으로 먼저 만들어진 적이 있죠. <리플리>에서 맷 데이먼은 피아노 조율사 리플리를 연기합니다. 그는 우연히 선박 부호 그린리프의 눈에 띄면서 신분상승의 욕망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다가 결국 큰일을 내고 맙니다. 자세한 건 직접 확인해보시길. 다 말해주면 재미 없잖아요.
영화는 감독의 작품
맷 데이먼은 작품을 선택할 때 감독의 이름을 중요시 여깁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그가 고른 작품들의 감독은 실제로도 엄청난 분들이 많습니다. 작품과 감독 이름을 시간순으로 한번 나열해보죠.
1997년 <레인메이커>(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1998년 <라이언 일병 구하기>(스티븐 스필버그)
2001년 <오션스 일레븐>(스티븐 소더버그)
2004년 <본 슈프리머시>(폴 그린그래스)
2006년 <디파티드>(마틴 스콜세지)
2009년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클린트 이스트우드)
2010년 <히어애프터>(클린트 이스트우드), <더 브레이브>(코엔 형제)
2011년 <컨테이젼>(스티븐 소더버그), <해피 피트2>(조지 밀러)
2013년 <쇼를 사랑한 남자>(스티븐 소더버그)
2014년 <인터스텔라>(크리스토퍼 놀란)
2015년 <마션>(리들리 스콧)
주요 작품만 언급해도 이 정도입니다. 9년 만에 '제이슨 본'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도 감독 때문입니다. 맷 데이먼은 <본> 시리즈에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을 하차를 선언했을 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폴 그린그래스는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고픈 감독입니다. 그없이 시리즈의 여정을 계속하는 건 힘들 겁니다.” 결국 <본> 시리즈에서 하차한 맷 데이머은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이라크 전쟁을 다룬 <그린존>(2010)을 촬영했습니다. 감독에 대한 맷 데이먼의 사랑은 태평양을 넘어 중국에도 꽂혔습니다. 장이머우 감독의 <만리장성>(가제)에도 출연했습니다. 2017년 개봉 예정입니다.
세이빙 맷 데이먼?
맷 데이먼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인터스텔라> <마션> 등에서 늘 누군가의 구조를 기다리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한 네티즌이 ‘맷 데이먼을 구하는 데 쓴 돈이 도대체 얼마냐?’라고 인터넷에 올렸죠. 이글을 본 대쪽 같은 선비 네티즌이 답을 달았습니다. 알고 보니 그는 스위스 취리히의 인공지능 연구자였습니다. 그는 맷 데이먼이 구출되거나 생명을 유지하는 영화 7편을 고르고 비용을 산출해서 공개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금액은 약 $900,100,500,000(9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1050조 1,200억 원이라고 합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소요된 비용은 약 10만달러입니다. 얼마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인터스텔라>에서 맷 데이먼이 연기한 만 박사를 구조하기 위해 쓴 비용은 약 5천억 달러로 책정됐습니다. <마션>에서는 화성에 홀로 남은 마크 와트니를 연기했는데 그를 구하는 비용은 대략 2천억 달러입니다. 나머지 하나 큰 예산이 소모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맷 데이먼이 이런 영화에 출연했나 싶은 <타이탄 AE>라는 영화입니다. 사실 <타이탄 AE>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맷 데이먼이 목소리 연기를 한 케일은 파괴되는 지구를 탈출하는데 이때 탄 우주선 ‘타이탄’의 가격이 2천억 달러라고 합니다. 우주에만 나가면 맷 데이먼은 민폐를 끼치네요.
지구에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2007년 <포브스>가 몸값 대비 수익성이 가장 높은 배우로 뽑았습니다. 1달러 받을 때 평균 29달러를 벌어줬다고 합니다. 수익율이 도대체 얼마인가요?
소신 발언의 갑
“맷 데이먼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화씨 9/11> <식코> 등으로 유명한 진보적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가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으나 맷 데이먼을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맷 데이먼은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따라 거침 없이 발언해왔습니다. 그러니까 마이클 무어가 저런 말을 했겠죠. 2011년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그가 등을 돌리는 발언을 한 적도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월스트리트 금융 세력 편으로 기울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한 거죠. 그러고 보면 맷 데이먼은 <인사이드 잡>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을 했습니다. <인사이드 잡>은 미국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미국 금융 자본을 고발하는 내용입니다.
너무 소신 발언을 하다가 실수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동성애자 배우들은 자신의 성적 성향을 감추는 게 좋다”는 식의 발언을 한 적도 있고 “영화 제작자에 있어서는 인종 다양성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식의 발언을 한 적도 있습니다. 두 발언에 대해서 맷 데이먼은 곧장 사과했습니다.
어쨌든 맷 데이먼은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처럼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져 있고 아프리카 등 낙후된 지역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단체 ‘water.org‘을 설립해서 운영하는 자선사업가이기도 합니다. 역시 모범생!
지미 키멜의 앙숙!
지미 카멜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겁니다. 그는 미국 ABC 방송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TV쇼를 운영하는 개그맨입니다. 카멜이 한국에서 그나마 인지도가 있다면 맷 데이먼과 앙숙 관계로 유명하기 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앙숙은 아니고 일종의 개그 컨셉 같은 겁니다.
시작은 지미 키멜이 언젠가부터 쇼의 마무리 멘트를 할 때 “시간관계상 맷 데이먼은 모시지 못 했다”고 얘기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러다가 <본 얼티메이텀> 개봉 시기에 실제로 맷 데이먼을 초대했는데 쇼 막판에서야 그를 소개하고는 “시간관계상 쇼를 끝내야겠다”고 하고 진짜로 쇼를 끝내버렸습니다. 맷 데이먼이 화가 나서 쌍욕을 하는 화면을 배경으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습니다. 이후로 두 사람은 앙숙 관계를 유지합니다.
<오션스 13> 시사회장에서는 지미 키멜은 쇼의 주차장 관리인(멕시코인)을 리포터를 파견합니다. 이런 저런 리포트를 하다가 맷 데이먼 인터뷰는 시간이 없다면서 대충 넘겨버립니다. 그러자 맷 데이먼이 반격을 펼칩니다. 당시 카멜의 연인이었던 배우 세라 실버먼과 맷 데이먼이 “F*@#ing Matt Damon”이라는 영상을 촬영합니다. 유튜브에 찾아보시면 나옵니다. 19금일지도. 일종의 뮤직비디오인데 가사는 “나는 맷 데이먼과 XX했다” 뭐 이렇습니다. 그러자 키멜도 가만히 있지 않죠. 앞의 영상을 패러디한 “F*@#ing Ben Affleck”을 만듭니다.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은 절친인데다가 일부에선 서로 사귀는 게 아니냐고 하기도 했죠. 이 영상에는 할리우드 유명 인사가 총출동하기도 합니다. 결국 맷 데이먼은 키멜을 묶어두고 쇼를 점령해버립니다. 맷 데이먼, 완전 모범생인줄로만 생각했는데 은근히 장난꾸러기에 귀여운 구석이 있네요.
이상 이미 잘 알고 있던 할리우드 대스타 맷 데이먼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제이슨 본 캐릭터에 대해서는 일부러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이슨 본>이 개봉한 이후에 다시 찾아와도 괜찮겠죠?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