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로운 흥행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부산행>. 그 인기를 증명하듯, 영화에 대한 의견도 아주 많다. 네이버 네티즌 평점만 2만6천 건을 훌쩍 넘긴 상태. 평점은 7.93점이지만 평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호불호가 굉장히 명확하다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열띤 지지를 보내는 관객도, 호된 비판을 가하는 관객도 그득그득하다. 씨네플레이의 <부산행> 관련 기사들에 달린 댓글 역시 마찬가지. 카테고리를 나눠 찬반 의견을 모아 에디터의 코멘트를 덧붙였다.
한국형 좀비물
"우리나라도 좀비영화를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거에 큰 박수를!!!"
(idea****)
"외국 좀비영화도 다 봤는데
전혀 꿀리지 않고
오히려 한국적이어서 훨씬 재밌었습니다."
(dbrm****)
"15세라 별거없겠지 하고 보러갔는데
나름 위압감 있는 좀비의 공세에 놀랐습니다."
(whrl****)
"평소에 좀비물 조금이라도 봤던 사람이면
진짜 재미없을 듯...
너무 비교돼서."
(dnam****)
"좀비물에서 가장 중요한
좀비들의 일관성이 부족."
(susp****)
"<월드워Z> 많이 보고 배낀 듯.
마동석 팔에 테이프 감고 벌이는 좀비 격투 씬.
좀비들이 탑 쌓고 쫒아오는 씬."
(mode****)
한국영화에서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첫 좀비 블록버스터인 만큼, 좀비물의 틀에서 <부산행>을 평가하는 의견이 많다. 좀비물의 역사가 짧은 한국영화계에서 "이 정도면 준수한 결과"라는 평이 긍정 쪽의 다수를 차지한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배우 심은경, 우도임 등이 연기한 좀비에 대한 만족도가 특히 높은 편이다.
다만 '좀비영화 마니아'들의 눈에 <부산행>은 영 성에 차지 않은 결과물인 것 같다. 좀비물의 특성을 제대로 짚지 않았다는 것부터 해외 좀비영화를 모방했다는 의견까지, 좀비물로서의 한계를 다양한 측면으로 지적하고 있다.
신파
"좀비영화인 줄 알았는데
가슴 아픈 감동 스토리 ㅠㅠ"
(euns****)
"눈물 펑펑 흘렸네요 ㅜㅜ
화장하고 가지 마세요."
(sunm****)
"그냥 신파를 빼면 안 되나?
(감독이) 흥행하려구
전작과 다르게 너무 애쓴다."
(wjdw****)
"잔혹한 좀비물을 보러 왔지
휴머니즘을 앞세운
감동영화를 보려온 게 아니다."
(arro****)
"억지 감동을 주려 하고,
사람들의 감정 묘사도
그렇게 잘 된 것 같지 않음."
(s2cu****)
<부산행>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영화 초반 꽤 넉넉한 시간을 석우(공유)와 수안(김수안) 부녀의 사연에 집중할 정도로, 가족애에 테마를 두고 진행된다. 이야기가 점점 앞으로 나아가면서 이 가족애에 기대는 정도가 불어난다.
이와 같은 감정적 호소에 속수무책으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관절 좀비물에 신파가 웬 말이냐?"며 딱 잘라 이야기하는 이들도 많다. 굳이 따지자면 후자의 경우가 더 많이, 더 뚜렷하게 눈에 띄는 게 사실이다. 평소 냉혹한 세계관으로 무장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온 연상호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에, 웬만한 로맨스나 가족영화 뺨치는 과도한 신파에 실망이 더 큰 것 아닐까. 눈물기 쏙 빠진 좀비물을 보고 싶다면 8월18일 개봉하는 연상호 감독의 새 애니메이션이자 <부산행>의 프리퀄 <서울역>을 기다려보자.
이야기의 밀도
"지루함 없는 흐름"
(aj70****)
"뻔한 이야기인데 보는 내내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ilbo****)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며,
어느 한 곳 비지 않는 탄탄한 구성."
(aida****)
"감독님 찍다가 중반에 좀비되신 건가요?
왜 중반까지는 재밌었는데
당황스러운 스토리와 신파로
영화를 다 망치셨는지..."
(soph****)
"긴장감과 유머, 공포, 감동
모든 것을 넣어보려 했으나
연출과 시나리오의 한계로
오히려 주의가 산만."
(susp****)
"너무 영화가 부산스러워서
'부산행'일까 했음"
(jsoa****)
<부산행>이 내세우는 것 중 하나는 KTX라는 고속열차를 배경 삼아 빠른 속도감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그에 맞게 좀비의 움직임도 빠르게 설정했다. <부산행>에 만족하는 이들은 주로 그 박진감에 주목했다. 그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스릴러와 가족영화를 아우르는 이야기 구성까지 탄탄하다는 만족이 주를 이룬다.
흥미로운 건, 반대편은 그 지점에서 비판을 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가 너무 빠르게 흐르는 나머지 '좀비가 창궐하게 된 이유' 같은 배경들이 지나치게 생략되었다는 의견이 많다. 초중반의 날쌘 전개가 무색하게도 신파를 강조하는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리듬이 급격하게 처진다는 지적도 있다. 에디터 역시, 한 영화에 너무 많은 대중적 코드를 담으려고 해서 결국 산만해졌다고 생각하는 바다.
캐릭터 혹은 배우
"마동석 진짜 웃겨요 사랑해요."
(ooas****)
"마동석, 공유 딸, 할머니
다 멋지다. 굿."
(tlsr****)
"좀비가 무서운 게 아니라
사람이 무섭다는 걸 알려주는 영화."
(kjni****)
"이 영화의 깨알 코미디 신은
소희의 발 연기
관객들이 몰입해서 보다가
하나가 되어 웃었다."
(yeih****)
"재난영화에서 언제까지
여성은 연약하고 수동적이어야만 하나"
(574a****)
"여자 꼬마 아이의 쓸데없는 오지랖이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와
흥미를 다 말아 먹었다."
(kiss****)
역시 마블리! 아무리 <부산행>을 향한 호불호가 뚜렷하다고 해도 마동석이 연기한 상화 역에 대한 호감은 절대적이다. 그다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석우보다 상화가 <부산행>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하는 관객들이 솔찬히 보인다. 재난 중에 자신의 안위부터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과의 대립이 '인간의 이기심'을 제대로 전달했다는 점은,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코멘트가 증명한다.
한편, 캐릭터와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불만도 뚜렷하다. 고등학생 진희 역의 배우 안소희의 연기에 대한 불만족은, 찬반 두 부류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수안의 윤리적인 결정이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꽤나 많은' 의견들은 <부산행>에 관한 모든 평들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것이었다. 연상호 감독에겐 영화 못 만들었다는 말보다 더 뼈아픈 반응이 아닐까.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