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박해일, 윤제문, 라미란, 정상훈 등 배우들의 연기는 무척 훌륭하다. 허진호 감독의 노련한 연출도 안정적이다." <덕혜옹주>가 언론에 첫 공개되기 전날, <제이슨본> 시사회에서 만난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상무 영화사업부문장은 <덕혜옹주>의 장점들을 조심스럽게 강조했다. 이상무 영화사업부문장의 말대로, 7월 27일 언론, 배급 관계자들에게 첫 공개된 <덕혜옹주>는 '덕수궁의 꽃'이라 불렸던 덕혜옹주의 삶을 스크린에 차곡차곡 담아낸 영화였다. 조선에서 가장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처절한 삶을 살다가 외롭게 생을 마감했던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였던 그녀다. 허진호 감독과 손예진이 덕혜옹주의 어떤 면모를 그렸을지가 관건인데, 영화를 미리 본 기자와 평론가들은 "허진호 감독의 연출력이 건재하고, 손예진과 박해일의 연기가 안정적"이라는 반응을 많이 보였다.
시대극이 품기 마련인
화려한 볼거리에 치우치기보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에
집중한 작품이다.
인물들 사이의 관계 중에서 핵심은
역시 장한과 덕혜의 사연이다.
사랑함에도 여러 환경의 제약을
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궈야 했던,
허 감독 영화 속 주인공들을
떠올리게 한다.
요컨대 ‘덕혜옹주’는
비극적인 역사를
멜로의 감성으로
돌아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일보 라제기 기자
허진호판 <암살>.
시대와 개인, 장르와 이성을
매만지는 감독의 섬세함.
사이사이 돌출되는
감정의 과잉까지도
서사 전반을 고려한
균형감을 갖췄다.
기자시사에서 이 정도로
펑펑 운 건 처음인 듯.
-하성태 프리랜서 기자
사랑 앞에서 도망치기 바빴던
허진호의 인물들을 생각했을 때
박해일이 연기한 김장한은
'허진호 세계의 돌연변이'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게 또 너무 마음에 들어서
허진호의 힘인지
박해일의 매력인지 고민하다가
에라, 둘 다라고 하자,
므흣한 결론으로.
-이투데이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허진호 감독의 균형감각이
돋보인 영화.
시대적 특성에 따른
감상주의적 부분들이
배우의 연기로 중화되었다.
손예진의 연기가 너무나 훌륭하다.
늘 조금은 붉어져 있는
배우의 눈가가
감정적으로 먼저 도착해서
과잉되지 않게 표현해낸다.
-평론가 이수향
영화를 본 에디터는 위의 반응들에 대해 모두 동의하진 않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끌고 간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잘 알려진 대로 손예진과 박해일이 각각 연기한 덕혜와 장한의 사연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들 사이에 연인 같은 애틋함이 발생하는 대목이 몇 장면 있는데, 경험 많은 두 배우 덕분에 감정선이 섬세하게 표현돼있다. 두 배우뿐만 아니라 덕혜옹주의 유모인 복순 역의 라미란, 장한과 함께 독립운동을 하는 복동 역할의 정상훈, 덕혜옹주의 오빠인 영친왕의 박수영, 덕혜옹주와 영친왕을 상해 임시정부로 망명을 계획하는 독립운동가 김황진 역의 안내상, 장한과 함께 독립운동을 하는 이우 왕자 역을 맡은 고수 등 조연들의 활약도 든든하다. 이 중에서도 인상이 깊은 배우는 이야기 내내 덕혜와 장한 그리고 사건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윤제문이다. 그는 친일파 한택수를 맡았다. 한택수는 덕혜옹주를 일본으로 보낸 뒤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막는 역할이다. <비열한 거리>에서 윤제문이 맡은 중간 보스 상철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악랄한 캐릭터다. 시사가 끝난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허진호 감독과 박해일은 최근의 음주운전 사건 때문에 영화 홍보 일정에 참여하지 않은 윤제문을 따로 언급하기도 했다.
(출연배우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다가)
차까지 팔고 반성 중인 우리 윤제문.
현재 엄청 반성 중입니다.
좋은 연기로 반성을 보여준 것 같고요.
-허진호 감독
윤제문 선배가 악의 축이었는데,
연기는 최고셨던 것 같습니다.
윤제문 선배의 연기를 보러 오십시오.
-박해일
두 사람의 말처럼 기자들 또한 윤제문의 연기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나 보다.
<부산행> 김의성 가고,
<덕혜옹주> 윤제문 왔다.
-겟잇케이 한지희 기자
호평이 많은 가운데, <덕혜옹주>의 감정선이 대체로 건조해 감정의 클라이맥스가 따로 없다는 평가도 있었다(에디터는 오히려 건조해서 좋았지만).
‘덕혜옹주’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를 다룬
역사물이라는 점에서
감정이 폭발하는 클라이맥스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일제에 의해 13세의 나이로
일본 유학을 떠났을 때도,
일본인과의 정략결혼을
강요받을 때도,
영친왕의 망명 작전에
휘말렸을 때도,
해방 후 이승만 정부에 의해
입국이 거부됐을 때도
덕혜옹주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은
지나치다 싶게 건조하다.
한국일보 강은영 기자
덕혜옹주의 삶을 왜곡에 가까운 수준의 각색으로 포장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왔다. 글양이 다소 길지만 참고할 만한 의견이니 발췌, 요약해 옮겼다.
표면적으로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로서는 의외로 ‘애국영화’,
일차원적 수준의
민족주의적 성격이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미디어에서 구한말
조선왕실 일원들을 그리던
전형성, 즉 '망국을 경험한
비운의 황족'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적어도 덕혜옹주의 남편이었던
소 다케유키(宗武志: 1908~1985)에 대한 묘사를 포함,
여러 시대상 고증은
상당히 잘 잡혀있습니다.
섣부른 신파와 민족주의 프로파간다를 지양한,
허진호 감독의 역사와 멜로드라마를 다루는 균형감각은
이후의 한국영화가 본받아야 할 지점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덕혜옹주의 생애만큼은
그 일부분을 어떤 식으로 왜곡에 가까운 수준의 각색으로
포장해버리고 있습니다.
미화가 없다고 하는 단평도 있는데 모르고 하는 소리.
영화가 기본적으로는
덕혜옹주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듯하지만,
치명적인 부분을 잘라내 넘어가거나 축소하고,
무엇보다 인물의 역사적 의의를
지나칠 정도로 부풀려버립니다.
-평론가 조재휘
씨네플레이 에디터 펩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