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개최된 제71회 칸국제영화제가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재작년 <아가씨>, 작년 <그 후>, <옥자>에 이어 올해엔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이 경쟁부문에 올라 황금종려상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해 씨네플레이에서는 제70회 칸영화제를 맞아 칸에 초대된 한국 영화들을 굵직하게 정리한 바 있다. 이번 주 ‘알쓸신잡’에선 칸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장편 영화들을 바탕으로 몇 가지 소소한 통계를 정리해봤다.

* 칸국제영화제 공식 부문/비공식 부문을 구별하지 않았습니다.
* 한국 장편 영화들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한국 영화가 가장 많이 초청된 해는?

칸 영화제에 한국 영화가 가장 많이 초청된 해는 2005년이다. 무려 여섯 편의 장편 영화가 칸을 찾았다. 경쟁부문에 호명된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을 비롯해,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엔 김기덕 감독의 <활>, 심야 상영 부문엔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 초청됐다.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은 감독주간에 초청됐고,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 장률 감독의 <망종>이 비평가주간 부문에 초청됐다. 모두 내로라하는 작품들이지만 바로 전 해 칸영화제에서 증명된 한국영화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이 바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였다.

극장전

감독 홍상수

출연 김상경, 엄지원, 이기우

개봉 200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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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감독 김지운

출연 이병헌, 김영철, 신민아

개봉 200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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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운다

감독 류승완

출연 최민식, 류승범

개봉 200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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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에 가장 많이 초청된 한국 감독은?

괜히 ‘칸이 사랑하는’ 감독이 아니다. 홍상수 감독은 현재까지 칸영화제에서 10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시작은 1998년 제51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강원도의 힘>. 2010년 제63회 칸영화제에선 <하하하>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명성을 떨쳤고, 작년엔 경쟁부문에 <그 후>, 비경쟁부문에 <클레어의 카메라>를 동시 출품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래는 칸에 초청된 홍상수 연출작 리스트다.

경쟁부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 <다른 나라에서> <그 후>
주목할 만한 시선 <강원도의 힘> <오! 수정> <하하하> <북촌방향>
감독 주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비경쟁 부문 <클레어의 카메라>

(왼쪽부터) <그 후>로 제70회 칸영화제를 찾은 홍상수 감독, 배우 김민희, 권해효
그 후

감독 홍상수

출연 권해효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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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 대부분을 경쟁부문에서 선보인 한국 감독은?
다양한 부문이 많기로 유명한 칸 영화제. 그중 핵심은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루는 경쟁부문이다. 경쟁부문에 가장 많이 초청받은 한국 감독은 앞서 소개했던 홍상수 감독이다. 이번엔 작품 수보다 부문에 집중해보자. 출품작 대부분을 경쟁부문에서 선보인 한국 감독은 누굴까? 이창동 감독 박찬욱 감독이다.

이창동 감독
이창동 감독의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밀양> <시> <버닝>

<박하사탕>으로 제53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부문에 초청됐던 이창동 감독은 7년 후 제60회 칸영화제에 <밀양>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데 성공한다. 이어 <시>로 제63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고, 올해엔 <버닝>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을 찾았다. <밀양>으론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시>론 이창동 감독이 각본상을 수상했다는 점을 미뤄보아 <버닝>도 빈손으로 돌아오진 않을 거라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감독 이창동

출연 윤정희

개봉 201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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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박찬욱 감독의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이나 ‘비경쟁’ 부문에서 명성을 떨친 신예 감독들이 ‘경쟁부문’으로 도약하는 보통의 경우와 다르게, 박찬욱 감독은 세 번 모두 경쟁부문에만 이름을 올렸다. <올드보이>로 제57회 경쟁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칸영화제에 첫 얼굴을 비친 박찬욱 감독은 그해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해 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후 제62회 칸영화제에선 <박쥐>로, 제69회 칸영화제에선 <아가씨>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 역시 칸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적이 없다. <박쥐>는 박찬욱 감독에게 심사위원상을, <아가씨>는 류성희 미술감독에게 벌칸상을 안겼다.

올드보이

감독 박찬욱

출연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개봉 200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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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초청작에 가장 많이 출연한 배우는?

<용서받지 못한 자>
<아가씨>

칸영화제 스크린에서 가장 많이 얼굴을 비춘 한국 배우는 누굴까. 바로 하정우다. 제59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2006)를 시작으로 김기덕 감독의 <숨>(2007),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2008), <황해>(2011),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까지 총 다섯 편의 작품으로 칸을 찾았다. 59회부터 61회까지, 신인 시절 연속 3년 내내 칸 스크린을 찾았다는 점이 놀랍다.

용서받지 못한 자

감독 윤종빈

출연 하정우, 서장원

개봉 200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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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감독 박찬욱

출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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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취화선>, <올드보이>
(왼쪽부터) <밀양>, <하녀>
(왼쪽부터) <하하하>, <다른나라에서>

칸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던 <취화선>, <올드보이>의 주연 최민식, <밀양>으로 ‘칸의 여왕’이란 수식어를 얻은 전도연, 칸이 사랑하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 속 단골 배우 유준상은 네 편의 영화로 칸에 제 존재감을 알렸다. 세 배우 모두 굵직한 부문에 초청되어 뜻있는 성과를 이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다음은 세 배우가 출연한 칸 영화제 출품작 리스트다.

최민식 <해피 엔드> <취화선>(경쟁) <올드보이>(경쟁) <주먹이 운다>
전도연 <해피 엔드> <밀양>(경쟁) <하녀>(경쟁) <무뢰한>
유준상 <하하하> <북촌방향> <다른나라에서>(경쟁) <표적>

취화선

감독 임권택

출연 최민식

개봉 200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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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감독 이창동

출연 전도연, 송강호

개봉 200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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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에서

감독 홍상수

출연 이자벨 위페르, 유준상

개봉 201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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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트로피를 얻은 한국 영화인은?

역대 칸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트로피를 수상한 한국 영화인은 박찬욱 감독이다. 2004년엔 <올드보이>로 경쟁부문 심사위원대상을, 2009년엔 <박쥐>로 경쟁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박찬욱 감독 외에도 수많은 영화인이 칸영화제에서 뜻깊은 성과를 이뤄냈다. 임권택 감독은 2002년 <취화선>으로 경쟁부문 감독상을 수상하며, 장편영화 부문 한국인 최초로 시상 무대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전도연은 2007년 <밀양>에서의 열연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이창동 감독은 2010년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시>로 각본상을 수상했고, 홍상수 감독은 <하하하>(2010), 김기덕 감독은 <아리랑>(2011)으로 연이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가장 최근의 수상 소식은 <아가씨>가 전했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2016년 경쟁부문에 오른 <아가씨>로 벌칸상을 수상했다.

박쥐

감독 박찬욱

출연 송강호, 김옥빈

개봉 2009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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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으로 칸에 입성한 감독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유리>

칸영화제에 초청된 최초의 한국 영화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이후 수많은 감독의 ‘데뷔작’들이 칸영화제의 문턱을 넘었다. 1989년 칸영화제에 초청된 두 번째 한국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은 배용균 감독의 데뷔작이다.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칸영화제에 초청된 데 이어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을 수상했다는 점이 놀랍다. 네 번째로 칸 스크린에서 상영된 한국 영화 <유리> 역시 양윤호 감독의 데뷔작이다. 양윤호 감독은 이후 <홀리데이>, 드라마 <아이리스> 등을 연출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감독 배용균

출연 이판용, 신원섭, 황해진

개봉 1989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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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감독 양윤호

출연 박신양, 이은정, 문영동, 장송미

개봉 199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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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해피 엔드>, <죽어도 좋아!>

<은교> <4등> 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과 <너는 내 운명> 등을 연출한 박진표 감독 역시 칸에서 데뷔작을 인정받은 감독들이다. 2000년엔 정지우 감독의 <해피 엔드>가, 2002년엔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가 비평가 주간 부문에서 상영됐다.  

너는 내 운명

감독 박진표

출연 전도연, 황정민, 나문희

개봉 200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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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엔드

감독 정지우

출연 최민식, 전도연, 주진모

개봉 1999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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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돼지의 왕>

현 충무로를 꽉 잡고 있는 감독들의 데뷔작도 눈에 띈다. <공작>으로 올해 칸 레드카펫을 밟은 윤종빈 감독은 2006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칸에 초청되며 화려한 데뷔를 치렀다. 나홍진 감독은 2008년 칸영화제 심야상영부문에 데뷔작 <추격자>를 출품하며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제 이름을 알렸다. <부산행>으로 2016년 칸영화제의 밤을 뜨겁게 달궜던 연상호 감독 역시 장편 데뷔작 <돼지의 왕>으로 2012년 칸영화제를 찾았던 바 있다. 그 외 장철수 감독(<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정주리 감독(<도희야>), 홍원찬 감독(<오피스>), 한준희 감독(<차이나타운>)이 장편 데뷔작으로 칸의 문턱을 넘었다.

추격자

감독 나홍진

출연 김윤석, 하정우

개봉 200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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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왕

감독 연상호

출연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박희본, 김꽃비

개봉 201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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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으로 칸에 입성한 배우는?

<버닝>
<아가씨>

데뷔작부터 칸의 선택을 받은 럭키한 배우들도 있다. 올해는 연기 경험이란 전무한 묘한 에너지의 신인, <버닝>의 전종서가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중이다. 그 이전엔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박찬욱 감독의 선택을 받은 당돌한 신인 김태리가 있었다.

버닝

감독 이창동

출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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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제53회 칸영화제 <춘향뎐>의 이효정, 임권택 감독, 조승우

이 계보의 시초로 거슬러올라가면 <춘향뎐>의 조승우가 있다. 한국 영화 최초로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은 조승우의 데뷔작이다. 당시 조승우는 한복을 입고 칸영화제를 찾아 외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같은 해 감독주간 부문에 초청됐던 <박하사탕>에서 영호(설경구)의 첫사랑 순임을 연기한 문소리 또한 데뷔작으로 칸에 입성한 케이스다. <괴물>의 고아성 역시 청소년 드라마를 제외한 첫 주연작으로 칸영화제 스크린을 찾았다.

춘향뎐

감독 임권택

출연 이효정, 조승우

개봉 200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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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작 절반 이상 칸에 초청된 감독은?

절반 이상이 아니라 연출작 전부를 칸 출품에 성공한 감독부터 소개한다. 나홍진 감독은 장편 연출작 세 편 모두를 칸영화제에서 선보인 능력자 감독이다. <추격자>는 2008년 심야상영 부문, <황해>는 2011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곡성>은 2016년 비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나홍진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을 칸영화제의 경쟁부문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곡성(哭聲)

감독 나홍진

출연 곽도원, 황정민, 쿠니무라 준, 천우희, 김환희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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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창동 감독, 봉준호 감독

이어 연출작 절반 이상을 칸영화제에 출품한 감독들을 소개한다. 이창동 감독은 연출작 6편 중 4편을, 봉준호 감독은 연출작 7편 중 4편을 칸영화제에서 선보였다. 두 감독의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면 칸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는 것. 이창동 감독은 제62회 칸영화제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장, 제64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장을 역임했고 봉준호 감독은 제64회 칸영화제 황금카메라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칸과 인연이 깊은 두 감독이 작년과 올해 나란히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래는 두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선보인 작품 리스트다.

이창동 감독 <박하사탕> <밀양>(경쟁) <시>(경쟁) <버닝>(경쟁)
봉준호 감독  <괴물> <도쿄!> <마더> <옥자>(경쟁)

옥자

감독 봉준호

출연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안서현

개봉 2017 대한민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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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후 10분 넘게 기립박수받은 영화는?

<마더>
<밀양>

칸영화제 시즌마다 쏟아져 나오는 기사 소재 중 하나는 ‘상영 후 기립박수’다. 작품이 끝나면 5분에서 10분 정도 기립박수를 전하는 게 칸영화제의 관례라지만, 박수 시간이 길면 길수록 작품성에 대한 신뢰도가 짙어지기 마련.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긴 박수 소리를 들은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다. 2009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마더>는 상영 후 무려 20여 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다음 기록은 <밀양>이 세웠다. 2007년 전도연에게 칸 여우주연상을 안긴 <밀양>은 15여 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