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리우 올림픽이 개막했습니다. 간간이 올림픽 경기를 보고 있는데, 역시 스포츠는 위대하더라고요. 결과를 떠나 모든 선수들의 땀은 그 자체로 숭고합니다. 올림픽 중계도 그 종목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나 특징들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데 집중해주면 어떨지 제안해봅니다. 리우 올림픽과 함께 보면 좋을 스포츠 영화 두번째 추천 리스트를 꺼내기에 앞서, 먼저 소개한 포스트에 달린 댓글들을 쭉 읽어봤습니다. 육상 영화 <불의 전차>는 왜 소개하지 않느냐? 라는 질문을 받았는데요. <불의 전차>, 명작이죠. 제8회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영국 육상 대표 에릭 리델이 유대인으로서 당해야 했던 차별과 편견을 이겨내기 위해 달리는 모습이 무척 감동적이었어요.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이 포스트가 공개되는 8월 9일은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선수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날입니다. 앞서 1936년 8월 9일은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날이기도 하고요. 리우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할 마라톤 우승자는 누구일지 궁금하네요. 이번 포스트의 대미 또한 마라톤 영화가 장식합니다. 어떤 영화일까요?
8월 12일 금요일
종목/남자 럭비 결승전
출전 선수/없음
경기 시간/아침 7시(한국 시각)
추천 영화/<60만번의 트라이>,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
한국 럭비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습니다.
럭비 하니까 2년 전 개봉했던 <60만번의 트라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더군요.
일본 오사카조선고급학교 럭비부 친구들을 그려낸 다큐멘터리입니다.
영화는 졸업을 앞둔 오사카 조고 3학년 학생들이 60만 재일 동표의 꿈을 안고 전국 대회 '하나조노' 우승을 목표로 노력하는 이야기입니다.
2007년, 오사카시가 갑자기 오사카조교 운동장을 시소유지라 주장하면서 소송을 걸어오자 재일조선인들을 중심으로 운동장을 지키기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는 이야기가 함께 펼쳐지고요.
영화가 개봉하기 전, 에디터는 오사카에 이들을 취재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만났던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60만번의 트라이>만큼이나 감동적인 럭비 영화가 또 있어요.
남아공 럭비 국가대표팀인 '스프링복스'를 그려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입니다.
27년의 수감 생활을 마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남아공 사회를 통합하고,
인종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럭비 국가 대표팀에게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해줄 것을 주문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모건 프리먼과 맷 데이먼의 믿고 보는 연기가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이죠.
이처럼 스포츠가 사회를 통합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공헌을 하기도 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유죠.
종목/남자 사이클 단체 스프린트 예선
출전 선수/강동진, 손제용, 임채빈
경기 시간/새벽 4시 (한국 시각)
추천 영화/<파풍>
<파풍>은 한국에서는 그리 잘 알려진 영화는 아니지만,
중국에서는 한류 스타인 슈퍼주니어 최시원, <이별계약>으로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한 펑위옌, 장이머우 감독의 <산사나무 아래>로 데뷔한 뒤 단숨에 스타로 오른 두효 등
한중 청춘스타들이 출연한 사이클 영화입니다.
사이클 선수인 세 젊은이의 우정과 경쟁 그리고 사랑을 그리는 작품인데,
타이완 가오슝, 홍콩 센트럴, 이탈리아 루이노, 탕그리 사막, 상하이 와이탄, 한국 부산 등 많은 로케이션에서 촬영한 사이클 경기 장면이 백미입니다.
사이클 장면 연출이 꽤 훌륭해 에디터도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납니다.
8월 14일 일요일
종목/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59kg급 예선
출전 선수/이정백
경기 시간/밤 10시(한국시각)
추천 영화/<폭스캐처>
스티브 카렐 연기가 정말 돋보인 작품이었죠.
원래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이긴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전후로 스티브 카렐을 나누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어요.
레슬링 얘기를 한다는 게 그만... 배우가 먼저 떠오르네요.
<카포티>와 <머니볼>을 연출한 베넷 밀러의 영화 <폭스캐처>는 199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억만장자 존 듀폰(스티브 카렐)이 LA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를 살해한 사건이었어요.
영화에서 스티브 카렐이 심성이 배배 꼬인 존 듀폰을, 채닝 테이텀이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인 마크 슐츠를 연기했습니다. 마크 러팔로가 마크 슐츠의 형이자 역시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인 데이브를 맡았죠.
정말 서늘한 영화였는데,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두 번, 세 번 반복 감상할 만한 작품입니다.
8월 15일 월요일
종목/여자 역도
출전 선수/손영희, 이희솔
경기 시간/아침 7시(한국 시각)
추천 영화/<킹콩을 들다>
한국 역도 여제 장미란 선수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열풍을 일으켰던 기억이 나실 겁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장미란 선수의 후배들이 도전을 합니다.
여자 역도 하니 한국 영화 <킹콩을 들다>가 생각나더라고요.
<킹콩을 들다>는 역도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소개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
88 서울 올림픽에 출전했다가 오랜 지병 때문에 쓰러진 역도 선수 이지봉(이범수)이 보성여중 역도부 6명을 데리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성장담입니다.
2000년 전국체전에서 15개의 금메달 중 14개 금메달과 1개 은메달을 휩쓸었던 순창여고 역도팀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거죠.
저마다 집안 사정이 다른 여중생들이 남자도 하기 힘들다는 역도를 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장면이 꽤 감동적이고, 울컥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마찬가지로 여자 역도 시합이 열리기 전에 이 영화를 보면 감동이 배가 될 것 같아요.
8월 17일 수요일
종목/태권도
출전 선수/김소희(여자 49kg급), 김태훈(남자 58kg급)
경기 시간/밤 9시(한국 시각)
추천 영화/<돌려차기>
얼마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태권도라는 문구가 새겨진 가방을 메고 다닌 게 화제가 된 적 있어요. 축구팬들은 잘 아는 사실이지만, 그는 어린 시절 태권도 교육을 받았고, 17살 때 고향 스웨덴에서 유단자가 됐으며, 과거 한 인터뷰에서 "태권도 선수가 될지 축구 선수가 될지 깊은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다"고 얘기할 정도로 그의 태권도 사랑은 각별하죠.
태권도 종주국이지만 태권도를 소재로 한 한국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중 하나가 12년 전, 현빈과 김동완이 출연한 <돌려차기>입니다(제목만 봐도 태권도를 소재로 한 영화 같네요). <슬램덩크>가 그랬듯이 이 영화는 학교 짱인 김동완이 자존심 강한 태권도부 주장인 현빈과 함께 전국 대회 예선에 도전하는 청춘물입니다. 현빈과 김동완의 발차기가 대표 선수 못지않게 시원했었어요.
8월 21일 일요일
종목/마라톤
출전 선수/손명준, 심종섭
경기 시간/밤 9시 반(한국 시각)
추천 영화/<말아톤>, <페이스 메이커>
올림픽 마지막을 장식하는 종목은 역시 육상의 꽃, 마라톤이죠.
러닝 인구가 늘어난 만큼 마라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 같은데요.
일단 영화 속 마라톤 장면하면 <포레스트 검프>가 먼저 떠올라요.
마라톤 시합은 아니지만, 검프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순박하게 뛰는 장면은 인상적이었죠.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요즘에도 간혹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영화 속 조승우씨의 명대사를 성대 모사하는 연예인이 있습니다.
그만큼 <말아톤>이 많은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고 볼 수 있겠죠.
잘 알려진 대로, 이 영화는 배형진 군의 사연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지난 2001년, 19세의 배형진은 춘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42.195km를 2시간 57분 7초에 완주했습니다.
또, 2002년에는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해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15시간 06분에 완주했어요.
자폐증도 그의 달리기에 대한 열정을 막을 수 없었어요.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컥하게 한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마라톤 하면, 김명민이 특수분장의 도움을 받아 툭 튀어나온 앞니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스포츠 휴먼 드라마 <페이스 메이커>가 떠오르네요.
흥행에서 썩 좋은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마라톤 영화로서 디테일을 꼼꼼하게 살리고, 런던 올림픽을 재현하기 위해 영국에서 로케이션 촬영한 건 근사했어요.
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 선수가 카메오로 출연해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했습니다.
에디터가 좋아하는 작품들을 쭉 소개해드렸는데요,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작품 중에서 저마다 좋아하는 스포츠 영화가 있을 겁니다.
떠오르는 작품들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저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얘기했듯이 메달 색깔을 떠나
이번 올림픽은 선수들의 아름다운 경기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메달 못 따면 어떻습니까.
올림픽에 나간 것 자체가 박수 받을 일인데.
씨네플레이 에디터 펩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