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폭염에 참을성, 인내심도 바닥났다. 이런 더운 날씨에 러닝타임 2시간 이상 긴 영화를 집중해서 보는 것은 보통 체력을 요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준비했다. 러닝타임 100분(1시간 40분)이 넘지 않는 영화들, 그중에서도 한여름밤에 잘 어울리는 영화들로 엄선했다. 이번 주말엔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며 맨바닥에 누워서 짧지만 꿀잼인 영화들로 열대야를 견뎌보는 건 어떨까. 이 영화들은 7월 21일~7월 27일까지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88분
<맨 인 더 다크>
감독 페데 알바레즈
출연 제인 레비, 딜런 미네트, 스티븐 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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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전기세가 아깝다면 집 안의 모든 불을 다 꺼 놓은 채 홀로 이 영화를 관람해 보는 걸 추천한다. 영화의 상당 부분이 눈먼 노인(스티븐 랭)의 깜깜한 집 안에서 펼쳐지기 때문. 10대 빈집털이범 록키(제인 레비), 알렉스(딜런 미네트), 머니(다니엘 조바토)는 노인이 교통사고로 딸을 잃고 거액의 합의금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그 집을 털기로 한다. 시력을 잃은 노인 홀로 살고 있어 불을 켜 놓지 않는 집 안은 음산함 그 자체다. 집 안에 잠입한 빈집털이범들은 돈을 훔치러 들어왔다 노인과 맞닥뜨린다. 만만하게 생각했던 노인은 눈만 보이지 않을 뿐 건장한 체격에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위협적인 사람이었다.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노인과 빈집털이범들의 쫓고 쫓기는 서스펜스가 쫄깃하다.  

맨 인 더 다크

감독 페데 알바레즈

출연 제인 레비, 딜런 미네트, 스티븐 랭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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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분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감독 유아사 마사아키
(목소리) 출연 호시노 겐, 하나자와 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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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엔 역시 시원한 술 한 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권하고픈 영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주인공 검은 머리 아가씨(하나자와 카나)가 발길 닿는 대로 여러 술자리를 즐기는 유쾌한 모습을 그린다. 그녀가 걷는 밤거리를 쫓아가다 보면,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술집들, 여름의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헌 책 시장, 대학 축제의 풍경들을 고스란히 함께 느낄 수 있다. 현란하고 정신없이 이어지는 화려한 애니메이션 기법은 자칫 멀미를 유발할 수도 있다. 마치 술 안 먹고 봐도 취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달까.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감독 유아사 마사아키

출연 호시노 겐, 하나자와 카나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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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분
<레이디 버드>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시얼샤 로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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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그레타 거윅의 장편 데뷔작으로, 2018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다. 원래 이름이 있지만 스스로 '레이디 버드'라 이름 붙이고, 그렇게 불리기 바라는 소녀. 고등학교 졸업반인 그녀에게 당장의 소원은 고향인 새크라멘토를 떠나는 것이다. 그녀에게 고향 새크라멘토는 답답한 공간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도, 매번 말다툼으로 끝나는 엄마와의 관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와중에 사랑도 우정도 뭐 하나 쉽게 풀리는 게 없다. 그럼에도 주인공 레이디 버드는 그 모든 과정을 경험하고 느끼고 성장한다. 영화는 누구나 10대 시절 한 번쯤 느꼈을 현실적인 감정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짚어낸다. 영화 전반부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다가도 후반부로 갈수록 찡한 감동을 얻게 된다.

레이디 버드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시얼샤 로넌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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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분
<우리들>
감독 윤가은
출연 최수인, 설해인,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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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버드>가 미국의 10대 이야기라 조금 괴리감이 느껴졌다면, <우리들>은 확실히 국내 관객들의 보다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영화다. 윤가은 감독은 이전부터 단편영화 <손님>, <콩나물>을 통해 소녀들의 감성을 섬세하고 예민하게 포착해왔다. 첫 장편 영화도 당연히 소녀들의 이야기일 수밖에. <우리들>은 초등학생 선(최수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은근히 따돌림 당하고 있는 소녀 선은 외롭고 위축되어 있다. 그러나 방학식 날 전학 온 지아(설혜인)와 만나 여름 방학을 함께 보내며 급격히 친해진다. 그러나 개학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자 지아는 선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여자아이들의 따돌림 세계, 그 안에서 생기는 묘한 기류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무심한 어른들의 시선까지 더했다. 

우리들

감독 윤가은

출연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 강민준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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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분
<다시 태어나도 우리>
감독 문창용, 전진
출연 파드마 앙뚜, 우르갼 릭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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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지글지글 끓는 콘크리트 열기에 숨이 턱 막힐 때 이 영화가 힐링이 되어줄 것이다. 인도 라다크 지역과 티베트 시킴, 눈 덮인 히말라야산맥까지 감독이 9년에 걸쳐 담아낸 광활한 대자연의 풍경은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주인공 파드마 앙뚜와 우르간 릭젠의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은 풍경만큼 경이롭고 뭉클하다. 처음 문창용 감독은 티베트 의학 다큐멘터리를 만들 계획으로 티베트 시골 마을 의사 우르갼을 만났다. 그런데 그의 곁을 항상 맴도는 다섯 살 동자승 앙뚜가 눈에 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앙뚜는 라다크 불교협회로부터 린포체로 인정받고 우르갼은 앙뚜를 살뜰히 모시기로 한다. 때로는 어린 린포체의 부모, 스승 같은 존재도 되어준다. 감독은 이 두 사람의 관계에 매료되어 9년간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존중하고 의지하며 앙뚜가 전생에 머물던 사원을 찾아 아름다운 여정을 떠난다. 원어를 몰라 어조를 짐작할 수 없으나 번역상으로 노인인 우르갼은 늘 소년 린포체 앙뚜에게 존댓말을 한다. 그 점이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따뜻하고 아름답게 느껴지게 한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

감독 문창용, 전진

출연 파드마 앙뚜, 우르갼 릭젠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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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