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시작된 <미션 임파서블>이 어느덧 22년을 맞아 6번째 프랜차이즈를 선보인다. 1편에서 34살의 한창이던 톰 크루즈는 이제 56, 환갑을 4년 앞둔 중년남이 되었다. 국내에선 <5전선>으로 소개됐던 인기 고전 외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시리즈는 팀 위주의 작전물을 스타 원맨쇼로 변질시켰단 오명(?)도 들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루터와 벤지, 윌리엄 등 고정 멤버들이 생겨나며 나름 영화판만의 팀플레이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크루즈 자신이 직접 제작하는 만큼 이 시리즈에 쏟는 열정과 과도한 스턴트 부심(!)은 너무나도 유명한데, 암벽 등반과 고층 건물 정복은 물론, 건물 사이를 뛰거나 고속의 오토바이 추격전을 벌리고 비행기에 매달리는 건 애교고, 이젠 헬기 조종까지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절한 톰 아저씨의 효자 프랜차이즈
매 영화마다 감독이 바뀌는 전통도 이 프랜차이즈를 독특하게 만들어줬는데, 히치콕의 서자라 불리는 브라이언 드 팔마를 필두로, 오우삼과 J.J. 에이브람스, 브래드 버드와 크리스토퍼 맥쿼리 등이 연출을 맡으며 저마다 다른 팔색조의 매력을 선사했다. 비록 감독을 맡진 않았지만 데이빗 핀처와 조 카나한도 오랫동안 프로젝트에 머물 정도로 감독들에겐 흥미 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이번 6<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선 시리즈 사상 최초로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5편에 이어 다시 한 번 연출을 맡으며 전환기를 맡게 되었다. <유주얼 서스펙트>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고, 크루즈와는 <작전명 발키리>와 <잭 리처>를 함께 하며 그에 대한 신뢰가 쌓였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전통(?)을 갈아엎은 이유에 대해 증명이라도 하듯, 첫 시사가 공개된 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찬사 일색이다. 첩보 스릴러 계의 <다크 나이트>, 올여름 놓쳐서는 안 될 가장 뛰어난 액션 스릴러라는 반응과 함께 로튼 토마토 평가에서 96점이란 높은 평점을 마크하고 있다. 비록 아쉽게 <어벤져스> 촬영일과 겹치는 바람에 윌리엄 역의 제레미 러너가 하차하고 말았지만, 기존 시리즈에 등장한 빙 레임즈와 사이먼 페그, 미셸 모나한은 물론, 전작에 등장한 레베카 퍼거슨과 숀 해리스, 알렉 볼드윈 외에, DC 슈퍼맨 헨리 카빌과 마블 와칸다 황후 안젤라 바셋까지 보강해 실속 넘치는 캐스팅을 구축했다. 이들은 시리즈 사상 가장 긴 147분에 이르는 긴 러닝 타임에도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는 첩보 액션물을 완성시켰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출연 톰 크루즈, 레베카 퍼거슨, 헨리 카빌, 사이먼 페그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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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로 쉬프린

모스 부호에서 만들어진 메인 테마곡
무엇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만의 가장 큰 시그니처이자 근간으로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도화선이 타들어가며 흐르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전설적인 영화음악가 랄로 쉬프린이 맡은 주제 음악이다. 누구나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게 만드는 5/4 박자에 마성의 멜로디를 가진 이 테마는 미션 임파서블의 약자인 ‘M’‘I’의 모스 부호인 - -’, ‘디 디5박자(‘-’1.5박자, ‘1박자)에 녹여 만들어낸 것이다. 재즈에 기반을 둔 랄로 쉬프린만의 리드미컬하고 재기 발랄한 솜씨가 빛을 발하는 테마로, 긴장감 넘치는 첩보물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사운드를 뽑아냈다. 1966년 처음 선보였을 당시 싱글로 나와 빌보드 100 차트 41위까지 올랐으며, 언제나 미국 TV쇼 테마를 언급할 때면 빠지지 않고 수위에 랭크되는 전설적인 명곡이 되었다.

이 유명한 테마 외에도 IMF 팀원들이 작전을 수행할 때면 항상 흘러나오는 ‘더 플롯’(The Plot)이라는 곡도 익숙하게 활용되었다. 스네어 드럼의 역동적인 비트와 작전의 중대성을 알리는 듯한 묵직한 스트링 그리고 진군가처럼 울려 퍼지는 브라스 섹션이 결합해 불가능한 임무에 도전하는 팀원들의 사기진작에 앞장선다. 이 두 곡은 <미션 임파서블>의 상징처럼 시리즈에 다양하게 이식되며 원작 고유의 정체성과 통일감을 부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88년 ‘ABC’에서 2시즌 동안 리바이벌되었을 때도, 비디오 게임들이 나왔을 때도, 영화 프랜차이즈가 시작돼 지금까지 오는 내내 감독만큼 많은 영화음악가들이 거쳐 갔음에도 한결같은 존재감을 피력한 랄로 쉬프린의 흔적이었다.

지난 22년간 6편이 만들어진 <미션 임파서블> 극장판 음악들에 대해 소개해본다.


미션 임파서블 (1996)
음악: 대니 엘프만

대니 엘프만

애초 음악으로 결정된 건 알란 실베스트리였다. 그는 편집에 맞춰 여러 곡들을 녹음했는데, 특유의 낭만적이고 과장된 알란의 음악이 영상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제작자 톰 크루즈의 판단에 따라 당시 톰의 부인이었던 니콜 키드먼이 작업 중인 <투 다이 포>의 작곡가 대니 엘프만으로 전격 교체됐다. 랄로 쉬프린의 낭창낭창한 재즈 테마들은 마치 바그너가 좀비에 물려 공격적으로 폭주해 써 내려간 것 마냥 흉포하고 거칠게 질주했고, 정신없는 퍼커션과 신경질적인 스트링, 빽빽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세기말 변화무쌍한 서스펜스 첩보물 사운드를 들려준다. 알란이 작업했던 음악들은 후에 <이레이져> 스코어로 재활용되었다.

그러나 정작 이 영화에서 주목을 받은 건 따로 있었으니, 엔딩 크레딧에 흐르던 U2의 베이시스트 아담 클래이튼과 드러머 래리 뮬런 주니어가 만들어낸 테크노 믹스 버전의 테마였다. 보노와 디 에지는 앨범 작업으로 인해 빠진 상태였고, 이들은 랄로의 원곡을 샘플링해 4/4박자로 새로 디자인하며 빈티지하면서도 그루브 있는 사운드로 재해석해냈다. 이 모던하고 섹시한 음악은 빌보드 핫 100에 7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당연하게도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그 외 크랜배리즈의 드림스가 삽입돼 바로 전 해 <중경삼림>에서 왕비가 리메이크한 몽중인 인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미션 임파서블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출연 톰 크루즈

개봉 199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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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2 (2000)
음악: 한스 짐머

한스 짐머

<브로큰 애로우> 인연으로 음악은 한스 짐머가 담당했다. 1990년대 중반 <고공침투> 시작으로 <크림슨 타이드>, <더 록>, <피스메이커>, <칠 팩터>, <글래디에이터>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짐머 표 액션 스코어는 할리우드에 새로운 조류를 형성했는데, 비장미 넘치고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락킹한 스피드와 비트감을 덧입혀 블록버스터만의 박진감을 선사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시퀀스 전체를 아우르는 대곡 스타일의 프로그레시브 한 성향과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합쳐져 많은 인기를 누렸지만, 이후 미니멀한 경향으로 바뀌며 점차 이런 스타일에서 멀어졌다. <미션 임파서블 2>는 그의 유미주의가 마지막으로 묻어나는 액션 스코어다.

 <슈퍼 배드> 시리즈와 <미니언즈>로 널리 알려진 헤이터 페레이라가 기타 연주를, <글래디에이터>에서 아름다운 음색을 들려준 리사 제라드가 보컬로 참여했으며, 오케스트레이션엔 클라우스 바델트와 닉 글래니 스미스 등 짐머 표 사단이 총동원돼 화려한 액션 스코어의 묘미를 펼쳐 보인다. 1편에 이어 컴필레이션 앨범이 크게 히트했는데, 랄로 쉬프린의 원곡을 하드코어 하게 편곡한 림프 비즈킷의 메탈 사운드 테이크 어 룩 어라운드가 빌보드 핫 100에 15위까지 오르며 주목받았다. 그 외 메탈리카와 롭 좀비, 크리스 코넬 등 강력한 사운드들을 유감없이 즐길 수 있다. 재밌게도 톰이 암벽 등반할 때 흐르는 곡이 잽마마의 아이코 아이코인데, 이는 짐머가 처음 할리우드 영화음악을 맡고 역시 톰이 주연했던 <레인맨>에서도 처음 흐르는 곡이다.

미션 임파서블 2

감독 오우삼

출연 톰 크루즈, 더그레이 스콧, 탠디 뉴튼, 리차드 록스버그, 존 폴슨, 브렌단 글리슨, 라드 세르베드지야, 빙 라메스

개봉 200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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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3 (2006)
/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2011)
음악: 마이클 지아치노

마이클 지아치노

3편을 연출한 J.J. 에이브람스와 4편 <고스트 프로토콜>을 연출한 브래드 버드 모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극장판 실사 데뷔작이란 공통점이 있다. 공교롭게도 음악적 파트너 또한 마이클 지아치노로 같다. 전자는 미드 <앨리어스>와 <로스트>를 통해 10년간 호흡을 맞춰 온 각별한 사이고, 후자는 <인크레더블>과 <라따뚜이>로 음악적 발전을 가져온 동시에 처음으로 아카데미 후보로 올려준 관계다. 그런 만큼 각각 유기적인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내는데, 랄로 쉬프린의 고전적인 품격에 맞추면서도 점잖은 첩보 스릴러 스코어를 들려주고 있다. 3편이 정직할 정도로 원전의 묘미를 살리며 스케일을 키우는데 주력했다면, 4편은 러시안 합창과 빈티지 색채를 섞어가며 변칙적이고 다양한 변주들을 시도한다.

언제나 기본 이상은 해내는 마이클 지아치노답게 두 작품 다 지루하지 않고,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1편의 대니 엘프만이나 2편의 한스 짐머가 뿜어낸 독자적인 색채를 내기엔 다소 개성이 부족하지만, 미드만의 클리프행어적인 묘미와 애니의 변칙적인 순발력으로 다져진 내공이 들려주는 기교는 탁월하다. 활력 넘치는 에너지와 능청스러운 유머, 놀이동산처럼 짜릿한 스릴과 깜짝 놀랄만한 요소를 갖춘 음악적 쾌감은 그가 왜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작곡가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3편 사운드트랙엔 실려 있지 않지만, 칸예 웨스트가 영화를 위해 만든 주제가 임파서블이 엔드 크레딧에 흐르며 눈길을 끌었다.

미션 임파서블 3

감독 J.J. 에이브럼스

출연 톰 크루즈

개봉 200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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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감독 브래드 버드

출연 톰 크루즈, 제레미 레너

개봉 201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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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2015)
음악: 조 크레이머

조 크레이머

5<로그네이션> 음악을 담당한 조 크레이머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맥쿼리 감독의 데뷔작 <웨이 오브 더 건>과 <잭 리처> 음악을 맡은 인연으로 이 블록버스터의 크레딧을 거머쥐었다. 오랜 기간 TV 물과 저예산 영화들을 전전하며 전형적인 마이너 작곡가의 길을 걸었는데, <잭 리처>에서 들려준 데이빗 샤이어나 마이클 스몰을 떠올리게 만드는 70년대 스타일의 재현은 많은 경탄을 불러오며 단숨에 주목받았다. <로그네이션>에서도 무척 단단하고 이국적이며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첩보물만의 매력을 철철 내뿜으며, 이전의 쉬프린과는 대조적인 존 배리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 

크레이머는 이 작품을 위해 쉬프린이 처음 시리즈를 맡았을 때인 1966년 이후에 나온 악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시도를 감행했고, 일사(레베카 퍼거슨)라는 캐릭터를 위해 영화상에 등장하는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네순 도르마’(아무도 잠들지 마라)를 섞어 장중하고 드라마틱한 감흥을 선사한다. 그 솜씨는 그간 DVD로 직행되던 B급 작품들의 음악을 쓰던 작곡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고급스럽고 숙달된 기술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전 시리즈에서 작곡가들이 쉬프린의 메인 테마와 ‘더 플롯’을 자기 스타일로 변주하는데 그쳤다면, 크레이머는 능수능란하게 이를 입체적으로 재조합해내며 완전히 자신의 음악으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출연 톰 크루즈, 제레미 레너, 레베카 퍼거슨, 사이먼 페그, 알렉 볼드윈

개봉 201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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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2018)
음악: 론 밸프

론 밸프

앞서 이번 작품을 첩보물계의 <다크 나이트>쯤 된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그 느낌이 드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음악 때문인지 모른다. 전작의 스코어가 높은 평가를 받았고, 같은 감독이 연출하고 있음에도 이례적으로 음악이 교체됐는데, 음악을 맡은 론 밸프는 한스 짐머가 최근 강력하게 푸시하고 있는 리모트 컨트롤 프로덕션 소속의 작곡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스코어는 기존 첩보물의 끈적한 음악과는 전혀 다른 미니멀하고 다크한 긴장감을 품고 있다. 단조롭게 오르내리는 현악 오스티나토에, 과도한 일렉 사운드, 점층적인 퍼커션의 타격과 몽환적인 코러스, 브라스로 슬쩍 암시되는 랄로 쉬프린의 원 테마와의 조화는 기묘한 잔향을 남긴다.

바로 전 조 크레이머의 음악이 복고적인 스파이물의 풍취를 안겨줬다면, 이번 론 밸프의 사운드는 의도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들의 스코어를 떠올리게 만든다. 18년 전 유려하고 호쾌한 액션 스코어를 들려줬던 짐머는 밸프를 통해 거의 20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모노톤의 잿빛 사운드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첩보전의 에스피오나지 장르에 걸맞은 진중하고 묵직한 울림을 던지고 있다. 재즈가 갖고 있던 긴장과 탄력 대신 벗어날 수 없는 굴레와도 같은 반복적이고 획일적인 소리들로 두려움을 강조하고 의문을 증폭시킨다. 랄로 쉬프린의 매력적인 테마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동시에 놀란 식의 접근법 때문에 새로울 수 있는 음악이 되었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출연 톰 크루즈, 레베카 퍼거슨, 헨리 카빌, 사이먼 페그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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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트랙스 / 영화음악 애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