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두뇌와 정서를 자극할 감각의 바캉스
영화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8월23~26일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림 1관, 메가박스 동대문  02-3455-8422 | www.sicaf.org

화제의 애니메이션과 만화 전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축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이 올해로 22회를 맞았다. 27개국 72편의 작품을 경쟁부문에서 상영하는 올해 SICAF의 테마는 ‘라이프’. 다채로운 삶의 모습을 담은 세계 각국 애니메이션이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리는 SICAF영화제에서는 특히 두편의 작품이 주목할 만하다. 아시안 프리미어로 공개되는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와 국내에서 최초 공개되는 중국 애니메이션 <쿵푸드>가 그 두편이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집필한 작가 스미노 요루가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 참여한 애니메이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투 러브투> <뉴 게임!> 등의 인기 TV만화 캐릭터 디자이너 오카 유이치가 작화를 맡은 작품이다. 췌장병을 앓고 있는 소녀 사쿠라와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 ‘나’ 사이의 관계를 조명하는 청춘애니메이션으로, 동명의 일본영화는 지난해 11월 국내 개봉해 46만 관객을 기록한 바 있다. 올가을 일본 정식 개봉을 앞두고 국내에서 한발 앞서 만나는 이 작품이 영화와는 어떻게 다를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겠다. <쿵푸드>는 <슈퍼바오>라는 중국 인기 TV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극장판이다. ’쿵후 하는 만두’ 슈퍼바오가 해적 소탕을 위해 배를 타고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이 중심으로, 중국 3D애니메이션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한편 만화 전시가 열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림 1관에서는 ‘SICAF 2017’ 코믹 어워드 수상자인 신일숙 작가의 생애 첫 단독 전시가 열린다. <아르미안의 네딸들> <카야> 등 신일숙 작가의 주요 작품이 미디어아트로 재탄생할 예정. 국내 최초의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 <홍길동>을 만든 고 신동헌 감독의 특별전도 마련됐다. <홍길동>의 원본 포스터와 원화 및 16mm 필름 원판까지 쉽게 접하기 힘든 자료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조. 


<비비안 웨스트우드: 펑크, 아이콘, 액티비스트>

EBS국제다큐영화제
8월20~26일 | EBS,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티점 외 | www.eidf.co.kr

EBS국제다큐영화제(EIDF)는 지금 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다큐멘터리들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 축제다. ‘Documentary-Right to Fight,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올해 영화제에서는 소신과 신념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드라마가 특히 눈에 띈다. 15회 EIDF 개막작은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비비안 웨스트우드: 펑크, 아이콘, 액티비스트>다. 정부 공작원, 영국 패션계의 대모, 환경운동가 등 다양한 커리어를 가진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며 예술과 행동의 상관관계를 고찰하는 작품이다. 이와 더불어 영국의 유명 영장류 동물학자 제인 구달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 <제인>과 베스트셀러 동화작가이자 라이프스타일의 아이콘, 타샤 튜더의 이야기를 담은 <타샤 튜더>, 혁명 이후의 이집트에 사는 혈기왕성한 10대 소녀 아말의 자아 찾기 여정을 다룬 <아말> 등 여성의 다채로운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이번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일본, 미국, 인도, 독일 출신 노년의 커플 네쌍을 통해 장기적 관계 유지의 비밀을 탐구하는 영화 <인생의 황혼>, 철거를 앞둔 공공주택에 이별을 고하고자 하는 80대 비혼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단지의 마지막 주민들>, 사담 후세인의 몰락 후 이라크에서 지뢰제거반으로 활약하는 남성을 조명한 <지뢰제거반>이 또 다른 추천작이다.


히치콕 특별전 포스터

히치콕 특별전2 ALL ABOUT HITCHCOCK SEASON2
8월16일~9월12일 | CGV용산 아이파크몰·오리·대구·청주(서문)·  신촌아트레온·압구정·광주터미널·대전·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서면·평촌·춘천 | www.cgv.co.kr

이 무더운 여름, 심리적 체감온도를 낮추고 싶다면 히치콕의 영화를 보라. 공포와 서스펜스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의 대표작 여섯편을 조명한 ‘히치콕 특별전2’가 전국 CGV아트하우스 12개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레베카>(1940)와 <오명>(1946), <열차 안의 낯선 자들>(1951)과 <현기증>(1958),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와 <싸이코>(1960)로, 영국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에 당도한 앨프리드 히치콕의 새로운 시작부터 그가 할리우드에서 어떤 정점에 이르기까지의 궤적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기획전이라 할 만하다. <레베카>는 히치콕의 첫 미국 프로젝트로, 스튜디오의 통제와 감시 속에서도 교묘하게 작품에 자신의 인장을 아로새긴 히치콕의 수완이 빛나는 영화다.<오명>은 정치적으로 대담한 설정과 섬세하고 우아한 러브신이 인상적이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은 교환 살인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영화로, 두 주인공의 관계를 상징하는 테니스 장면이 압권이다. 버나드 허먼의 유려한 음악이 귓가에 맴도는 <현기증>은 히치콕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몽환적이고 로맨틱하면서도 음험하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는 농약 살포 비행기가 쫓아오는 가운데 활주로를 뛰어가는 캐리 그랜트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 영화. <싸이코>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스릴러영화이자 가장 미국적이면서도 가장 히치콕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여섯편의 상영작을 통해 영화는 곧 체험이라고 믿었던 히치콕의 진가를 직접 체감해보길. 


여고괴담 20주년 특별전 포스터

우리 학교에 놀러오세요! 여고괴담 20주년 특별전
8월22~26일 | 시네마테크 KOFA  www.koreafilm.or.kr

<여고괴담> 시리즈의 개봉 2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동창회’가 열린다. 한국영상자료원이 기획한 ‘우리 학교에 놀러오세요!-여고괴담 20주년 특별전’을 통해서다. 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기묘하고도 섬뜩한 사건들을 조명한 <여고괴담> 시리즈는 호러 장르를 통해 다시 쓴 ’대한민국 잔혹사’이기도 했다. 공포영화보다 더 잔혹한 현실이 만들어낸 끔찍한 존재들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사회의 부조리와 딜레마를 상기시켰다. 한편 5편까지 제작된 <여고괴담> 시리즈는 여자 신인배우들의 등용문이기도 했다. 1편 <여고괴담>(1998)의 최강희, 김규리, 박진희부터 2편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의 김규리(김민선), 박예진, 공효진, 이영진, 3편 <여고괴담3: 여우계단>(2003)의 박한별, 송지효, 4편 <여고괴담4: 목소리>(2005)의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 5편 <여고괴담5: 동반자살>(2009)의 오연서까지 <여고괴담> 시리즈는 수많은 여자 신인배우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시리즈의 다섯 작품을 모두 상영하고 매 작품에 참여한 감독, 배우들과 함께하는 감독과의 대화(GV)가 열린다. 시네마테크 KOFA 로비에서는 <여고괴담>의 소품인 석고상과 2편의 소품인 교환일기 및 전 시리즈의 전단지를 전시할 예정이다. 


영화와 관련된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
8월7일~10월28일 |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 유준상, 박건형, 김준현, 윤형렬, 서은광, 남우현, 이창희, 김소향, 신델라, 리사, 임춘길, 신동수, 김유남 | 7세 이상 관람가 | 1577-3363 

이 지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영화의 원작, 캐릭터, 소재 등을 공유하고 있는 뮤지컬을 소개한다. 그 첫 작품은 지난 8월7일 개막한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이다. 제목과 포스터만 보면 휴 잭맨이 주연을 맡은 뮤지컬영화 <위대한 쇼맨>(2017)이 떠오르지만, 이 작품은 영화가 아니라 1980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 <바넘>을 원작으로 한 라이선스 공연이다. 등장인물과 줄거리, 배경음악의 면면이 영화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영화 <위대한 쇼맨>이 화려한 볼거리와 드라마틱한 O.S.T로 관객의 마음을 공략했다면,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은 흥행의 귀재이자 영리한 사기꾼이었던 주인공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이라는 인물의 복합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데 주목한다. 19세기 중반의 미국, 바넘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남자 톰 섬을 선보이고, 스웨덴의 유명 소프라노 제니 린드의 순회 공연을 기획하며 쇼 비즈니스 업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그는 아내 채어리 바넘을 위한 삶을 살기로 결심하며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유준상, 박건형, 김준현, 바넘을 맡은 이 세 베테랑 배우들의 감정 연기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8월11일~10월28일 | 샤롯데씨어터 | 김선영, 차지연, 박은태, 강타, 황만익, 정의욱, 김민수, 혁주, 류수화 외 |  13세 이상 관람가 | 1666-866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1992년 로버트 제임스 윌러가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영화 팬들에게는 메릴 스트립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멜로 연기가 깊은 여운을 남겼던 동명의 영화가 더 유명하지만,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역시 그해 토니 어워즈에서 작곡상과 오케스트레이션상을 수상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이 한국에서 상연되는 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강타/박은태, 김선영/차지연을 주연 캐릭터에 더블 캐스팅한 올해의 공연은 초연보다 극적 요소들을 절제하는 대신 주인공 남녀가 겪는 마음의 격랑에 더욱 주목한다. 1965년, 고향 이탈리아를 떠나 미국 아이오와에서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던 프란체스카가 가족이 집을 비운 사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찍기 위해 마을에 온 사진작가 로버트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아직 공연 초반이지만 주연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호평받고 있으며 이번 작품으로 상업 뮤지컬에 데뷔한 강타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블데드
6월12일~8월26일 | 유니플렉스 1관 | 강정우, 김대현, 서경수, 우찬, 유권,  김려원, 최미소, 김히어라, 서예림 외 | 17세 이상 관람가 | 1666-8662 

‘B급 좀비 호러’ 뮤지컬 <이블데드>는 샘 레이미의 영화 <이블데드>(1981), <이블데드2>(1987)를 원작으로 하는 무비컬이다. 이 작품은 2003년 토론토의 한 클럽에서 초연된 이래, “차세대 <록키호러쇼>”(<뉴욕타임스>)라는 평을 들으며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2008년 처음으로 선을 보인 이래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공연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산으로 여행을 떠난 다섯 학생이 우연히 숲속 오두막에 무단 침입하게 된다. 그들은 오두막의 지하실에서 죽음의 책과 녹음테이프를 발견한다. 호기심에 테이프를 재생한 그들 앞에 주문이 울려퍼지며 악령들이 나타나고, 이후 좀비가 되지 않기 위한 다섯 학생의 사투가 펼쳐진다. 영화 <이블데드> 1편의 공포와 2편의 유머를 함께 지향하는 뮤지컬이다. 노골적인 성적 유머가 때로는 불편하지만, 뭔가를 곱씹기 전에 감정은 휘발되어버리고 만다. 이건 오로지 말초적인 감각에 의존해 즐기자고 만든 B급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우비를 입은 관객이 직접 피를 뒤집어쓰는 좌석인 ‘스플래터 존’에서 관람한다면 더 큰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씨네21 장영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