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인생 경험이 많다고 심금을 울리는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한 아역배우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린 나이지만 서투른 구석보다도 날 것의 투명함으로 다가오는 아이들의 연기는 경험으로 무장한 어른들의 눈물샘을 제대로 저격한다. 이번 뒹굴뒹굴 VOD에서는 아이들의 연기가 빛난 영화를 다섯 편 추렸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감독 션 베이커
출연 윌렘 대포, 브루클린 프린스, 브리아 비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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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기억나는 영화는 아무래도 최근에 만나본 아카데미의 화제작 <플로리다 프로젝트>다. 우리를 행복하게도 슬프게도 만들어 먹먹한 감상을 남겼던 이 영화는 매직캐슬 모텔에 장기투숙하고 있는 미혼모 핼리(브리아 비나이트)와 그의 딸 무니의 무법천지 일상을 보여준다. 도저히 엄마라고 생각하기 힘들만큼 거침없고 불안정한 인물 ‘핼리’도 인상적이지만, 특히 주인공을 빛낸 '무니' 역의 브루클린 프린스는 당시 6살의 어린 나이임에도 폭넓은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사실 브루클린 프린스가 눈에 띄는 아역배우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카메라의 존재를 전혀 인식하지 않는 듯, 지극히 천진하게 아이다운 연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감독 션 베이커도 브루클린을 두고 “내가 만난 최고의 배우”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브루클린 프린스는 제23회 크리틱스 초이스 아역상을 수상했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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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션 베이커
출연 브루클린 프린스, 윌렘 대포, 브리아 비나이트
개봉 2018.03.07.
<우리들>
감독 윤가은
출연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 강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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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아이들이 주축이 되어 감당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우리들>을 이루는 전반적인 서사다. 이 일련의 이야기들은 관객들 개개인에게, 꺼내본 지도 오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저마다의 어린 시절을 소환한다. 아마도 최초로 경험한 사회였을 초등 시절의 또래 집단은 멀리서 보면 어른들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며 단짝이 된 11살 소녀 선(최수인)과 전학생 지아(설혜인)가 있다. 두 아이는 금세 정을 쌓았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남이 돼버리는 난감한 일을 겪는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은 쉽게 다치고 예민했지만 그 나름의 질서대로 내색할 바를 몰랐던, 아이들이 품은 우주 속에서는 별 것이던 사건들을 보여주며 우리를 아릿한 추억으로 데려가는 보기 드문 감수성의 영화다.

-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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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윤가은
출연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 강민준
개봉 2016.06.16.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마에다 코우키, 마에다 오시로, 오다기리 죠, 오츠카 네네, 키키 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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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역배우를 보는 눈을 타고났다. 그의 많은 작품들이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의 발견으로 그 자리를 메운다. 그 중에서도 ‘기차가 스쳐 지나갈 때 소원을 빌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믿는 아이들의 순수한 움직임을 재료 삼은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수시로 싸우던 엄마(오츠카 네네)와 아빠(오다기리 죠)는 각각, 형 코이치(마에다 코키)와 동생 류노스케(마에다 오시로)를 데리고 갈라섰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할 수 없는 비극적인 상황 앞에서, 아이들에겐 슬픔보다 아쉬움의 감정이, 깊은 근심보다 해맑음이 앞선다. 아이들은 아쉬움과 해맑음을 간직한 채로 기차를 찾아 떠난다. 바로 그 점이 관객들을 현실적으로 동화시킨다. 히로카즈의 영화 속 아역들이 유독 빛나는 이유가 되어주는 특별한 연출 지점이다.

-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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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오다기리 죠, 오츠카 네네, 키키 키린, 마에다 코우키, 마에다 오시로
개봉 2011.12.22.
<천국의 아이들>
감독 마지드 마지디
출연 레자 나지, 아미르 파로크 하스미얀, 바하레 세디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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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아이들'이다. 아역배우들의 활약이 대단했던 영화로 유명한 <천국의 아이들>. 이란의 한 마을 가난한 가정에 어린 남매가 살고 있다. 동생 자흐라(바하레 세디키)는 오전 반, 오빠 알리(아미르 파로크 하스미얀)는 오후 반 학교에 다닌다. 어느 날 동생 자흐라의 하나뿐인 구두를 잃어버리게 된 오빠 알리는 부모님께 이 사실을 숨긴 채 아슬아슬한 달리기를 제안한다. 말 그대로 하나의 운동화를 남매가 교대로 신기 위해 등하굣길을 내달리는 것이다. <천국의 아이들> 속 많은 장면은 어린 아이가 느끼는 죄책감, 두려움을 관객들에게 서스펜스로 도달시킨다. 영화 속에서 아역 배우의 힘은 단순한 스토리를 극적인 감상에 이르게도 만든다는 사실을 목격할 것이다.

- 천국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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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지드 마지디
출연 레자 나지, 아미르 파로크 하스미얀, 바하레 세디키
개봉 2001.03.17. 2017.02.09. 재개봉
<자전거 탄 소년>
감독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출연 세실 드 프랑스, 토마 도레, 제레미 레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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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소개한 영화들 가운데 가장 높은 집중을 요하는 아역 배우의 연기가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탄 소년>에 있다. 첫 시퀀스부터 예사롭지 않다. 고집스럽게 전화를 귀에 갖다 댄 아이의 얼굴. 보육원 교사와 한바탕 몸싸움을 벌이고 소년은 뛰쳐 나간다. 소년의 이름은 시릴(토마 도레)이고, 더 이상 전화조차 오지 않는 아빠(제레미 레니에)와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아 매일같이 바쁘다. 아버지는 시릴을 진작에 포기했지만, 시릴은 아버지로부터 버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다. 이 소년에게서 드러난 세상을 향한 증오와 분노는 어떤 결말을 만들어 갈까. 핸드헬드 카메라는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담담하게 소년이 감당하기엔 녹록지 않은 현실을 비춘다.

- 자전거 탄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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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출연 세실 드 프랑스, 제레미 레니에, 토마스 도렛
개봉 2012.01.19.
씨네플레이 심미성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