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무한도전> 보셨나요? 저도 봤습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도산의 큰아들 필립 안에 대해서도 알게 됐습니다. 씨네플레이는 영화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에 필립 안에 대해 좀더 알아봤습니다.
1. 최초의 한인 2세
<무한도전>에도 나왔지만 필립 안은 할리우드에 진출한 최초의 한인 2세,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필립 안은 1905년 LA에서 태어났습니다. 고등학교 때 처음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갔다가 우연히 스크린 테스트를 받게 됐습니다. 어머니 이혜련 여사는 아들이 배우가 되는 걸 원치 않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님들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군요. 아버지 안창호 선생은 필립 안이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 입학한 무렵 배우가 되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그때 하셨던 말씀이 유명합니다. “원하는 일이라면 하되 단, 최고가 되어라.”
2. 아시아계 최초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남기다
1935년 필립 안은 <스크림 인 더 나이트>(A Scream in the Night)라는 작품에 처음으로 출연했습니다. 다음해에는 빙 크로스비 주연의 영화 <애니싱 고우즈>(Anything Goes)에 출연하려고 했습니다. 감독 루이스 마일스톤은 필립 안이 영어를 너무 잘한다는 이유로 처음에 그의 출연을 거부했습니다. 필립 안은 자신을 퇴짜 놓은 감독에게 “You no like me…aligh. Me no care. Hip saber? Me go school…aligh” 이런 식으로 어설픈 영어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결국 마일스톤 감독은 그를 캐스팅했습니다. 필립 안 자신의 이름을 크레딧에 올린 영화는 1936년 개봉한 개리 쿠퍼 주연의 <더 제너럴 다이드 엣 던>(The General Died at Dawn)과 셜리 템플 주연의 <스토어웨이>(Stowaway) 였습니다.
이후 필립 안은 300여편의 영화와 TV 드라마에 출연했습니다. 그는 주로 중국인, 일본인을 연기했습니다. 한국인을 연기한 적도 있습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배틀 서커스>(Battle Circus, 1953)와 <배틀 힘>(Battle Hymn, 1956)에서 한국인을 연기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시기에 그는 미군이 승리하는 전쟁영화에서 악독한 일본인 군인을 연기했습니다. 그 때문에 죽음을 위협받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독립운동가의 아들이 일본 군인을 연기했다니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연기 인생 거의 막바지 무렵인 1972년에 방영된 TV 시리즈 <쿵푸>에서 필립 안은 마스터 칸을 연기했습니다. 이 드라마의 인기로 많은 미국인들이 필립 안을 마스터 칸으로 기억합니다. 1978년 73살 생일을 한달 여 앞두고 필립 안은 폐암 수술 합병증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사후 1984년 11월14일, 그는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할리우드 블러바드 6211번지에 그의 이름이 새겨진 별이 있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서 있던 바로 그 장소입니다.
3. 독립운동가의 아들
필립 안은 배우가 되기 전 흥사단 등 독립운동단체가 운영하던 농장에 이름을 빌려주었습니다. 필립 안이 미국 시민권자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농장은 폭우 등으로 망하게 됩니다. 필립 안은 빚을 지게 됐고 아버지 도산은 독립운동으로 가정을 돌보지 못했습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필립 안은 엘리베이터 보이 등으로 일해야 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학내 여러 클럽 활동을 했습니다. 특히 다문화 행사를 주관하고 개최했습니다. 1945년 필립 안은 미 육군에 연예 병사로 입대했습니다.
성공한 배우로 자리매김한 필립 안은 지역 사회의 지도자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1962년부터 파노라마시의 명예시장에 임명되어 20년을 봉사했습니다. LA와 부산을 자매도시로 맺어주는 데 기여했습니다. LA 산 페드로 항 인근에 있는 ‘우정의 종’을 만드는 데도 참여했습니다. 베트남 전쟁 때는 미군위문협회 일원으로 베트남에 가기도 했습니다. 1973년에는 도산공원 건립에 힘을 썼습니다.
4. 필립 안에 대한 그밖의 이야기
영화 정보 사이트 IMDB 필립 안 페이지에서 필립 안이 출연한 과거의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무한도전>에 출연한 도산의 막내 아들 안필영(미국명 팔르 안), 차남 안필선(미국명 필슨 안) 역시 배우로 활동했습니다.
필립 안과 더불어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한국계 배우로 오순택이 있습니다. 그는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1974)에서 당시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로저 무어와 함께 출연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에서는 뮬란의 아버지 목소리를 연기했습니다. 그 역시 주로 아시아인 악역을 연기했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안성기, 이병헌의 핸드 프린팅은 쉽게 찾은 바 있습니다. 안성기의 둘째 아들 이름은 안필립입니다. 우연히 같은 이름을 지은 게 아닙니다. 안성기는 필립 안의 이름을 따 아들 이름을 지었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