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빠른 속도로 150만 관객을 넘었다. 흥행 성적도 좋고, 무대인사도 다녔으니 들뜰 만도 한데, 그의 소감은 간결했다.
최국희 감독은 2016년 <스플릿>으로 장편 영화계에 들어섰다. 자신이 쓴 각본으로 연출한 영화는 관객들의 호평에도 76만 명이란 성적에서 만족해야 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전작과 달랐다. 엄성민 작가가 쓴 시나리오에 화제성 1위인 배우들이 호흡을 맞췄다. 직선적이었던 <스플릿>과 달리 <국가부도의 날>은 다층적이고 복잡했다. 그 도전을, 최국희 감독은 과감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성공했다.
최국희 감독은 탄탄한 시나리오를 믿었다. 어려운 경제 용어가 쏟아져도, 많은 인물이 나오는 동시다발적인 얘기에도 시나리오를 착실히 옮기면 관객들이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계산은 들어맞았다. 용어를 설명하는 자막 없이도 관객들은 <국가부도의 날>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여러 이야기가 교차되기에 각 이야기의 ‘색’만 제대로 살리면 잘 섞일 거라고 최국희 감독은 생각했다. 촬영 톤, 컬러감에 조금씩 변화를 줬고, 자료들을 토대로 1997년 배경을 최대한 보존했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당시 환경을 정확히 보존하지 않으면 안 될 영화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경제 서적을 읽고 할리우드의 경제 영화들을 챙겨봤다.
그렇지만 <국가부도의 날>은 가짜를 진짜인 척하지 않는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쌓아진 이야기를 ‘가상의 이야기’라고 스스로 주장한다. 한국은행 ‘총재’가 아닌 ‘총장’의 바쁜 손놀림으로 영화를 여는 이유도 사실은 영화가 ‘가상의 이야기’임을 주장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이렇게 판을 짜놓으니 배우들도 자신들의 역량을 한껏 드러냈다.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이 곧 우리가 지나온 1997년의 얼굴들로 느껴졌다. 특히 주연들만이 아니라 조연들의 앙상블도 탁월했다.
이쯤에서 물어봤다. 이렇게 쟁쟁한 배우들에게서 최국희 감독이 느낀 그들의 장점은 무엇이었을까.
그 배우들 중에서도 최국희 감독은 김혜수의 열정을 한껏 치켜세웠다. 그는 이라고 김혜수의 노력에 혀를 내둘렀다. 반면 <국가부도의 날>을 빛낸 배우는 또 있다. 바로 군대 전역 이후 처음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 류덕환과 최국희 감독의 데뷔작 <스플릿>에 이어 이번에도 출연한 권해효다.
영화가 한참 상영 중이지만, 혹시 차기작 계획은 어떤지 물었다. 최국희 감독은
그는 IMF가 대한민국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 큰 사건임은 명확하다고, 그렇지만 모든 게 그 사건에서 비롯된 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다만, 21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봐야 할 사건인 것도 덧붙였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사진제공=영화사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