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소개할 영화들이 궁금하다면? 그건 지는 게임이다. 일명 ‘망작’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영화들,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호기심이 생기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막대한 제작비로 만들어진 영화, 단 한 편의 오명으로 커리어에 치명타를 입은 감독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지 안타까움 반 호기심 반으로 이 영화들에 섣불리 도전하지 말길 바란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2002
감독 장선우
출연 임은경, 현성, 김진표

관람객 수ㅣ 13만 8000명
네티즌 평점ㅣ ★ ★  4.11점
최고의 한줄평ㅣ어릴 적에 봤는데 당시엔 제가 어려서 뭔 내용인지 모르는 줄 알았습니다 _안녕hayo(yyw8****)

‘충무로의 재앙’이라는 말과 함께 영화계에서 더 이상 장선우 감독을 볼 수 없게 만든 영화. 장선우 감독은 <우묵배미의 사랑>, <거짓말>, <너에게 나를 보낸다> 등의 문제작을 내놓으며 평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던 감독이었다. 그런 감독에게 당시 11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자됐지만, 가상현실을 주제로 야심 차게 내놓은 SF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모두를 혼돈에 빠뜨렸다. 성냥 대신 라이터를 팔고 다니는 성냥팔이 소녀(임은경, 이하 성소)에게 가난한 청년 주(현성)가 라이터 하나를 받는다. 호기심에 라이터에 적힌 곳으로 전화를 걸자마자 게임 세계로 접속해버린 주. 그가 이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성소를 노리는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대결에서 이기고, 끝내 얼어 죽어가는 성소가 꿈속에서 그를 회상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주는 자신이 꿈꾸는 세계로 떠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줄거리만 들으면 나름대로 획기적일 수 있었던 소재. 그러나 한국형 <매트릭스>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전개와 조악한 CG에 난색을 표하고 말았는데. 가상과 현실은 언제 어떻게 오갔는지 파악하기도 힘들뿐더러 우리의 성소는 자꾸만 사람들을 총기로 난사해 우리를 당혹하게 만든다. 특히 위 사진에도 등장한 무기의 이름은 고등어. 주요 무기인 고등어는 말 그대로 바다에서 낚아 올린 고등어로 만들어진 전설의 아이템으로, 적들을 알아서 파악해 레이저를 쏘는 플라즈마 건이다. 거금을 들여 만든 졸작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여파로 한때 충무로에는 대작 영화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도 일었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전, 그의 영화를 사랑해 온 팬들은 아직도 그의 복귀를 내심 기다리고 있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감독 장선우

출연 임은경, 현성

개봉 200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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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멘타인>
2004
감독 김두영
출연 이동준, 김혜리, 스티븐 시걸

관람객 수ㅣ 6만 7000명
네티즌 평점ㅣ ★ ★ ★ ★ ☆  9.33점
최고의 한줄평ㅣ신은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은 <클레멘타인>을 만들었다 _ssd2****

네이버 평점이 말해 주듯 이 방면에서 레전드로 남은 작품이다. <클레멘타인>의 관람객들은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일념 하에 고급 드립력을 높은 별점과 한줄평에 쏟아 냈다. 이 페이지는 졸작 영화계의 성지가 됐을 정도. 이 영화 역시 52억 원이라는 높은 제작비가 투입됐다. 그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건 할리우드의 액션스타 스티븐 시걸의 캐스팅 비용. 그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등장하는 신은 몇 장면도 안된다. 이종격투기를 소재로 한 <클레멘타인>은 줄거리도 설명키 복잡해서 많은 리뷰어들이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뜬금없는 전개들의 연속으로 수많은 사건의 전복이 일어나지만 너무 갑작스럽고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일단은 포스터에서도 느껴지는 비장미, 부성애가 <클레멘타인>이 표방하는 신파극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이야기가 설명되지 않고 황당함만 안겨 주고 끝나버린다. 이 영화가 레전드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들 가운데는 감정 이입을 할 수 없는 연기력도 지적되고 있다. 딸 역할로 나온 아역배우 은서우의 과잉된 눈물 연기와 “아빠! 일어나”는 <클레멘타인>의 명장면 명대사로 남아있다. 게다가 임호, 기주봉 등 연기력을 인정받던 배우들조차 <클레멘타인>에서 그 기량이 꺾인 것을 보면, 연기력도 연출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주연 배우 이동준은 전 재산을 투자한 <클레멘타인>의 실패로 한동안 모든 방송을 접고 밤무대를 전전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클레멘타인

감독 김두영

출연 이동준, 김혜리, 스티븐 시걸, 은서우

개봉 200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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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글래 살래>
2002
감독 김두영
출연 김승현, 곽진영, 박남현

관람객 수ㅣ 자료 없음
네티즌 평점ㅣ ★ ★ ★  5.41점
최고의 한줄평ㅣ압도적인 연출력. <클레멘타인>의 전설은 하루 만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_Mino(kali****)

<클레멘타인>에 한 번쯤 호기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김두영 감독의 전작도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주글래 살래>는 “가히 전설을 탄생시킨 감독의 작품답다”는 평과 함께 최악의 괴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유 없는 폭력성과 괴상한 유머로 똘똘 뭉친 <주글래 살래>는 <클레멘타인>보다 훨씬 보기가 힘든 영화에 속한다. 영화가 유머 코드로 삼은 소재들은 대부분 불쾌감을 주는 변태적인 장면들인데. 유머라고 부를 수도 없을 만큼 저급하고 황당하다. 극히 일부분만 소개하자면 피자에 정액을 발라 먹이거나, 중국집 사장이 여성의 몸에 밀가루를 뿌리고 핥는 등의 동의하기 힘든 장면들이다. 또,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닮은 배우가 출연하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찾아볼 수 없고 단순한 캐릭터로 소모된다. 싱가포르에서 <주글래 살래>는 극장 상영불가 판정을 받았다.

주글래 살래

감독 김두영

출연 김승현, 곽진영, 박남현, 조상구

개봉 200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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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데이트: 신이 주신 임무>
2008
감독 박희준
출연 재희, 유다인

관람객 수ㅣ 1만 2000명
네티즌 평점ㅣ ★ ☆  3.34/10
평론가 평점ㅣ ★  1.5/10
최고의 한줄평ㅣ이 괴작과 비교하자면 <디 워>는 <타이타닉>이다 _vlwk****

<맨데이트: 신이 주신 임무>(이하 <맨데이트>)는 한국영화에 보기 드문 퇴마 액션영화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결과는 대실패. 한때 반짝 치고 올라오던 배우 재희가 정말로 반짝이고 사라진 이유를 이 영화에서 찾는 사람도 많다. <맨데이트>는 오프닝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검은 바탕에 흰 글씨가 빼곡히 올라가고, ‘인류 최초의 살인자 카인이 아벨을 살해한 이후 세상에는 살인, 강간, 납치, 유괴와 같은 강력범죄들이 세상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러한 강력범죄들의 배후를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세력이…(후략)’라고 쓰인 구구절절한 글들로 영화의 배경을 설명하며 시작된다.

지난 10년간 화곡리 마을에 연쇄 강간 살인사건이 계속되었다는 설정. 경찰마저 범인을 못 잡고 포기한 지 오래인데, 고스트헌터 최강(재희)은 귀신의 소행으로 짐작하고 이 마을을 찾아와 사투를 벌인다. 액션 영화를 표방하던 영화는 초반부 너무 깜깜해서 잘 보이지도 않는 액션신 이후로 완전히 기대치를 접게 만든다. 게다가 개봉 연도 2008년을 무색하게 하는 조악한 특수효과는 <맨데이트>의 엉성함을 가중시킨다. 오죽하면 <클레멘타인>이 ‘암을 낫게 했다’면, 이 영화는 ‘낫을 암게 한다’는 평도 있었다.

맨데이트: 신이 주신 임무

감독 박희준

출연 재희, 유다인

개봉 2008.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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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몽>
2000
감독 박희준
출연 여명, 박은혜, 윤태영, 이나영

관람객 수ㅣ 1만 3000명
네티즌 평점ㅣ ★ ★  3.53/10
최고의 한줄평ㅣ무엇을 상상하든 기대 그 이하다 _세르베사(oris****)

박희준 감독의 데뷔작이던 <천사몽>은 어떻게 <맨데이트>같은 괴작이 나올 수 있었는지를 미리 예견한 작품이었다. 데뷔 초기 이나영과 홍콩 배우 여명의 캐스팅으로 출연 배우들에게도 흑역사로 남은 영화. 박희준 감독은 과거 심형래 감독의 영화 제작사 영구아트 출신이다. 전생과 현생을 오가는 액션 SF영화로, 독특한 세계관에 관심을 보이던 박희준 감독의 취향이 <천사몽>에서 역시 드러난다.  허술한 CG효과는 차치하고서라도 <천사몽>은 아마추어틱한 설정과 뜬금없는 전개로 관객을 당황시켰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홍콩 배우 여명이 한국어가 서툴다는 점을 감독도 인지하고 있었던지, 그에게 부여된 대사는 거의 없다. 대사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입을 꾹 다문 표정으로 대신하는, 말이 없어도 너무 없는 남자 주인공이 됐다.

천사몽

감독 박희준

출연 여명, 박은혜, 윤태영, 이나영

개봉 200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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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광구>
2011
감독 김지훈
출연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박철민, 송새벽

관람객 수ㅣ 224만 2000명
네티즌 평점ㅣ ★ ☆  3.35/10
평론가 평점ㅣ ★ ★  4.30/10
최고의 한줄평ㅣ이 영화는 박스칠 때 끝나야 했음 _KRiK(ongb****)

한국 괴수영화의 계보에 한 획을 그어줄 뻔했던 <7광구>. 하지원, 안성기, 송새벽, 박철민 등의 캐스팅과 거대한 괴수의 출현으로 홍보를 했던 <7광구>는 관객들의 따가운 비난을 면치 못했다. 제주도 남단 7광구에서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 호가 수년째 정박 중이다. 매번 석유 시추는 실패로 돌아가고, 본부에서는 철수 명령이 떨어졌지만 대원들은 꿈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마지막 시추 작업에 대원들이 사력을 쏟던 중 거대 생명체를 발견하게 된다. 진작에 거대 괴수의 출현을 기대하며 극장을 찾았던 관객들은 정작 <7광구> 속 괴물의 모습에 영화에 몰입하지 못했다. 아무리 CG로 만들어진 괴물이라지만 그래픽으로 만든 티가 역력했다.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7광구> 역시 개연성의 비난을 면치 못했는데. 대원들이 24시간 불에 타는 성질의 물체를 발견하고 연구를 하다가 비대하게 커져버린 물체가 <7광구>의 괴수인데도 정작 괴수의 몸에 붙인 불은 툭하면 꺼져 버리기 일쑤. 또, “박스칠 때 떠나야 했을 영화”라는 한줄평이 나온 까닭을 설명하기 위해 관객들이 가장 탄식을 보인 장면을 언급해야 한다. 거대한 괴수가 대원들을 코앞에서 위협해 올 때, 선장 정만(안성기)은 상구(박철민)에게 “박스 치워, 박스!”라며 다급하게 말하는데 상구는 ‘박수쳐’로 잘못 알아듣고 뜬금없이 박수를 쳐댄다. 실제 일화에서 차용했다던 이 신은 관객들에게 유머로 도착하지 못하고 <7광구>에 대한 조롱으로 남아버렸다. 그러나 김지훈 감독을 <7광구> 한 편으로만 판단하기엔 가혹한 점이 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목포는 항구다>, <화려한 휴가>, <타워> 등의 흥행 영화들이 있다.

7광구

감독 김지훈

출연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박철민, 송새벽

개봉 201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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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2017
감독 이사랑
출연 김수현, 이성민, 성동일

관람객 수ㅣ 47만 명
네티즌 평점ㅣ ★ ★  4.23/10
평론가 평점ㅣ ★ ☆  2.67/10
최고의 한줄평ㅣ시간 가는 줄 알고 봤습니다 _김지현(xxbd****)

<클레멘타인>의 아성을 뛰어넘을 작품이 바로 1년 전인 2017년에 나왔다. <리얼>이다. 분노한 관객들과 유머로 승화하려는 관객들의 평가가 섞여 무난한 4.23점을 기록 중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가 “<리얼>이 품은 이야기를 모두 이해한다면 천재이거나 거짓말쟁이”라는 평을 남겼을 정도로 스토리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리얼>은 영화 제작 도중에 감독 교체가 있었다. 초기 각본을 쓴 이정섭 감독에서 영화 경력이 전무한 이사랑 감독으로 교체됐다. 카지노를 운영하던 장태영(김수현)은 이중인격 장애를 앓고 있고, 그를 치료하기 위해 심리치료사 최진기(이성민)가 내놓은 방안은 황당하게도 식물인간을 죽이는 것. 도입부에서부터 납득하기 힘든 설정에 머리가 아파진다.

<리얼>이 비난받는 지점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정도에서 나아가 여러 군데 산발돼 있다. 이 영화에 그려진 여성 캐릭터들은 모두 한심하게 소모되고 마는데, 그 소모의 방식조차 낡은 관습의 재현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를 본 사람들마저 쉽게 믿지 못하는 화려한 카메오 라인업도 황당하다. <리얼>에는 수지, 아이유, 박서준, 손현주, 다솜, 경리, 안소희 등 많은 카메오가 출연했다. 그러나 이들을 발견하려면 영화를 컷 바이 컷으로 쪼개 숨은 그림 찾기를 해야 한다. 시종 진지하고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던 영화는 후반부 장태영의 액션신에서 화룡점정을 맺는다. 지나치게 화려한 영상에 치중한 듯한 카메라, 주먹 한 방에 상대방이 사후 경직에 이르는 당혹감은 <리얼>의 흑역사로 남았다.

리얼

감독 이사랑

출연 김수현, 이성민, 성동일

개봉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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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심미성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