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은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긴 무명 시절을 겪다 30세의 늦은 나이에 데뷔했다. 데뷔작이 무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다. 이금자(이영애)의 감방생활 동기인 오수희 역을 맡았는데, 감옥에 입성하자마자 마녀(고수희)의 성노리개로 전락해 온갖 수치를 당한 안타까운 인물이었다. 하지만 데뷔부터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작품을 만난 라미란의 배짱은 더 두둑했다. 라미란은 노출에 관련해서 “상체가 더 나은데 하체 말고 상체는 어떨까요?”라며 감독에게 역제안을 하기도. 영화는 봤는데 라미란의 출연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친절해 보일까봐”라고 답했던 금자의 명대사가 있기 전에 “왜 이렇게 눈만 시뻘겋게 칠하고 다녀?”를 묻던 자가 바로 오수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