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축제 오스카 시즌이 다시 돌아왔다. 오는 2월 24일 17시(현지 시간)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다. 세계 영화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막을 올릴 오스카 시상식 개최에 앞서, 이번 오스카를 둘러싼 이슈들을 모아 정리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미국 LA돌비극장.


최다 노미네이트

<로마>, <더 페이버릿: 여와의 여자> 국내 포스터

지난 22일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각 부문 최종 후보 군을 발표했다. 리스트에 최다 언급된 작품에 눈길이 쏠린다.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와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이하 <더 페이버릿>)이 그 주인공. <로마>는 작품상 / 감독상 / 여우주연상 / 여우조연상 / 각본상 / 외국어영화상 / 촬영상 / 미술상 / 음향편집상 / 음향상 총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저력을 입증했다. 못지않은 <더 페이버릿>도 작품상 / 감독상 / 여우주연상 / 여우조연상 / 각본상 / 촬영상 / 편집상 / 의상상 / 미술상 총 9개 부문에 10차례 이름을 올렸다. 여우조연상에 <더 페이버릿>의 엠마 스톤과 레이첼 와이즈가 공동 진출했다. 시상식 최고의 영예인 올해 ‘작품상’이 과연 어떤 작품에게 돌아갈 것 인지는 오스카 초미의 관심사다.


그 외 화제작

8개 부문 후보

<스타 이즈 본> - 작품상 / 여우주연상 / 남우주연상 / 남우조연상 / 각색상 / 촬영상 / 주제가상 / 음향상

<바이스> - 작품상 / 감독상 / 남우주연상 / 여우조연상 / 남우조연상 / 각본상 / 편집상 / 분장상

6개 부문 후보

<블랙클랜스맨> - 작품상 / 감독상 / 남우조연상 / 각색상 / 편집상 / 음악상

5개 부문 후보

<보헤미안 랩소디> - 작품상 / 남우주연상 / 편집상 / 음향편집상 / 음향상

<그린 북> - 작품상 / 남우주연상 / 남우조연상 / 각본상 / 편집상


블랙 팬서

<블랙 팬서> 포스터 / 스틸컷

이번 시상식 최고의 화제는 아마도 히어로 영화의 등장이 아닐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초의 블랙 히어로를 탄생시킨 <블랙 팬서>는 탄탄한 서사와 몰입감으로 관객들을 만족시켜 열광을 받았다. <블랙 팬서>는 작품상 / 감독상 / 음악상 / 주제가상 / 의상상 / 미술상 / 음향편집상 / 음향상 무려 7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그간 오스카 시상식에서 볼 수 없었던 장르를 선정한 파격적인 행보에 ‘대중오락영화도 후보에 오를 자격이 있다’는 의견과 ‘오스카가 너무 대중의 시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상황. 한편, 최근 열린 미국 배우 조합상(SAG)에서 <블랙 팬서>가 베스트 앙상블 캐스트상을 수상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25년간 베스트 앙상블 캐스트상을 받은 11편의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가져갔기 때문.


<버닝> 탈락

<버닝>

국내 영화 팬들의 시선은 외국어영화상 부문 1차 후보군에 든 <버닝>의 최종 노미네이트 여부에 모였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초대받지 못했다. 그간 한국은 작품성보다는 대중성이 두드러진 영화 위주로 아카데미에 출품해 왔고 따라서 노미네이트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러나 <버닝>의 경우 칸영화제 진출 및 호평과 더불어 해외 비평가들이 2018년 베스트 영화 목록에 앞다퉈 꼽은 작품임을 감안하면 91회 오스카 외국어영화상의 주인공으로도 손색없었다. 그러나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오스카 예비 후보로 얼굴을 내민 <버닝>은 결국 아카데미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종 후보에는 <가버나움>, <콜드 워>, <작가 미상>, <로마>, <어느 가족> 5편이 선정됐다.


공동 사회 진행

케빈 하트

오스카 사회자의 구인난은 현실이 됐다. 애초 낙점된 사회자는 흑인 코미디언 케빈 하트. 매년 꾸준히 제기됐던 ‘화이트 워싱’ 논란을 잠재우고 다양성을 보여줄 아카데미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케빈 하트 쪽에서 불거졌다. 10년 전 올린 성소수자 혐오 트윗이 논란이 된 것. 지난해 12월, 케빈 하트는 과거 무책임했던 발언에 대해 LGBTQ 커뮤니티에 사과하며 사회자 자리에서 하차했다. 이후 아카데미 측은 흑인 방송인을 물색해 왔지만 이미 논란이 된 자리를 대신하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이번 시상식은 공식 사회자 없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코미디 쇼 <SNL>처럼 집단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이로써 30여 년 만에 최초로 공식 사회자 없는 시상식이 펼쳐질 예정이다.


비자 거부 당한 <로마> 배우

호르헤 안토니오 게레로

세계인의 관심이 쏠린 행사인 만큼 논란도 적지 않다. 최다 부문 후보인 <로마>에 출연한 멕시코 배우 호르헤 안토니오 게레로가 시상식에 불참할 위기에 처했다. 중요한 건 자의가 아닌 타의라는 점. 게레로는 세 차례에 걸쳐 미국 비자를 신청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 처음에는 관광 목적으로, 다시 영화제 참석을 위해 두 차례 더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정확한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과거 이슬람권 영화인들의 입국 제재를 불러왔던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으로 미루어 볼 때,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될 여지가 높다.


아카데미의 협박?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은 또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아카데미가 다른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협박했다”는 미국배우조합(SAG)의 폭로가 나왔다.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1만 6천 명의 회원이 있는 미국배우조합은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아카데미 측이 극히 이례적이고 부적절한 압력을 가했다”며 “배우조합상 시상식 등에 시상자로 참여하지 말라는 여러 건의 협박 사례가 신고 됐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시청률 하락을 겪다 지난해 시청자 2천 650만 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 측이 불온한 압박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배우조합은 “일 년간 이룬 성과를 축하받는 자리에 배우들은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카데미 측의 부적절한 행동 중단을 촉구했다.


이젠 좀 줄 때도

제96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소감 중인 글렌 클로즈(왼쪽) / 에이미 아담스

5수 끝에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오래 오스카의 문을 두드린 배우 글렌 클로즈와 에이미 아담스가 있다. 올해 72세의 명배우 글렌 클로즈는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에 각각 3회씩, 총 여섯 번 노미네이트됐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또, 여우조연상 후보에 4번, 여우주연상 후보에 1번 오른 배우 에이미 아담스는 5전 5패의 기록을 보유 중이다. 하지만 두 배우는 이번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다시금 도전장을 내민다. 여우주연상에 도전하는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즈. 그리고 여우조연상에 도전하는 <바이스>의 에이미 아담스다. 연기력에 대해선 이견이 없음에도 대진운이 따르지 않았던 두 배우에게 올해는 좋은 소식이 있길 바란다. 특히 글렌 클로즈의 여우주연상은 기대해 볼 만하다.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그녀는 유력 후보였던 레이디 가가를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씨네플레이 심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