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 최고의 걸작 <왓치맨>이 드라마로 제작된다

마블의 ‘엔드게임’ 역대 흥행 1위 등극

마블이 ‘엔드게임’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미 국내에서는 역대 외화 흥행 1위에 올랐다. 전세계 흥행 순위에서도 역대 2위인 <타이타닉>을 앞지른 지 오래이며, 1위인 <아바타>를 추월하는 것도 머지않았다. 더욱 대단한 것은 10위권 안에 <어벤져스 : 인피니티워>(5위), <어벤져스>, (7위),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9위), <블랙팬서>(10위)가 포진해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마블 천하다.

사실 DCEU의 흥행성적 역시 상업영화로서 실패라고 할 수준은 아니다. <원더우먼>처럼 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한 작품도 있다. 그럼에도 필연적으로 MCU의 성적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세계관의 핵심인 배트맨의 벤 애플렉이 하차하고 슈퍼맨 역의 헨리 카빌 역시 하차 논란이 있는 등 안팎으로 부침이 많았다. 다행히 최근작 <아쿠아맨>과 <샤잠!>의 흥행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었지만, 역시 MCU와의 격차는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드라마 <배트우먼>

DCEU가 아닌 DC 영화들

한편으로 DCEU(DC 확장 유니버스)가 아닌 영역에서의 DC영상물에 애정을 갖는 팬들도 적지 않다. 우선 워너브러더스가 DCEU와 전혀 상관없는 세계관으로 제작한 <조커>가 예고편만으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특히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조커는 벌써 잭 니콜슨이나 히스 레저의 연기에 뒤지지 않아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CW 채널 역시 플래시, 애로우 등이 활약하는 DC 세계관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최근엔 레즈비언 히어로 ‘

배트우먼’의 솔로 드라마 트레일러가 공개되면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DC 코믹스 최고의 명작 <왓치맨>

그러나 DC 진성 덕후들이 주목해야할 프로젝트는 따로 있다. 바로 DC 코믹스의 작품들 중에서도 그 진중함이 남다른 <왓치맨>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가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원작은 <브이 포 벤데타>, <킬링 조크> 등의 명작을 잉태한 앨런 무어의 또 다른 대표작이며, 1988년 휴고상으로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불세출의 걸작이다. 킨법령으로 대부분의 히어로가 은퇴한 세상, ‘코미디언’이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불법적으로 히어로 활동을 계속하던 로어셰크가 비밀을 파헤치는 동안, 미국 근현대사의 추악한 비밀들이 하나둘 드러난다는 내용이다.

영화 <왓치맨>

<왓치맨>은 지난 2009년 잭 스나이더 연출로 영화화 된 적이 있다. 그러나 신나는 액션 활극으로서의 히어로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왓치맨>의 침울한 정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흥행을 고려한 시나리오를 거부하고, 끝내 원작에 충실했던 잭 스나이더의 뚝심을 인정하는 DC 진성 덕후들도 적지 않았다.

HBO 최고의 야심작

드라마 <왓치맨>은 <왕좌의 게임> 종영 이후 HBO를 책임질 야심작이다. 우선 총괄 제작자에 <로스트>, <스타트렉 : 다크니스>의 명인 데이먼 린델로프가 기용되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왓치맨> 팬들에게 보내는 구구절절한 편지를 공개했다. 원작과 팬들에 대한 예우가 가득한 이 편지는 특이하게도 프린트된 종이를 스캔한 이미지로 공유되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드라마 <왓치맨>을 프리퀼이나 리부트가 아닌 ‘리믹스’라고 설명했다는 점이다. 린델로프는 원작을 <신약 성서>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구약 성서>에 비교했다. 또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절에 발간된 원작이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하고 있는 이 시대에,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변주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실제로 그는 프로젝트를 처음 받아들였을 때, “지금은 위험한 시대이며, 위험한 시대에는 위험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라는 말로 작품의 방향을 암시했다.

캐스팅 역시 흥미롭다. 현명한 폭군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 오지만디아스는 영화 <왓치맨>에서 젊고 야망에 찬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이보다 훨씬 나이든 모습이다. 그런데 이 역할을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에미상을 모두 받은 대배우 제레미 아이언스가 맡았다. 이 외에도 <아쿠아맨>, <어스> 등의 최근 화제작에서 부쩍 많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같은 신예부터, 팀 블레이크 넬슨, 돈 존슨 같은 베테랑까지 주목할만한 배우들이 즐비하다.

또 하나의 굵직한 이름이 있다. 세기말적인 사운드로 전세계적인 팬덤을 자랑하는 인더스트리얼 록밴드 나인인치네일스의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가 음악을 맡았다. 데이먼 렌텔로프는 나인인치네일스와 왓치맨의 콜라보 로고를 자신의 SNS에 공개하며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HBO의 <왓치맨>은 아직 정확한 방영일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2019년 가을 시즌에 DC 팬들을 찾아갈 것이다.


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