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흥행 열기가 뜨겁다.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깜짝 수상 소식과 함께 개봉한 <기생충>은 입소문에 힘입어 벌써 500만 관객수를 돌파했다. 이 기세라면 조심스럽게 천만 관객도 예측해볼 수도 있겠다. 영화와 더불어 한국 영화감독 최초 칸 황금 종려상을 수상 봉준호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봉준호의 과거 작품들과 인터뷰 발언들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재조명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작품들을 만들었길래 이렇게 화제인지 궁금하다면 이번 주말은 봉준호 특집으로 뒹굴뒹굴해보는 건 어떨까. 네이버 시리즈에서 6월 10일(월)까지 1개 작품 구매 시 다른 작품 20% 할인 쿠폰 지급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니 미리 다운로드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플란다스의 개 2000

감독 봉준호 출연 이성재, 배두나 | 다운로드

지금은 대중의 눈과 평단의 취향을 동시에 사로잡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데뷔작은 흥행에 실패했다. 서울 관객수 5만 7천 명. 전국 관객수를 측정하지 않던 때라 정확한 관객수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적긴 적다. <기생충>에서 사건의 발단이 '냄새'였다면 <플란다스의 개>는 '소음'이다. 임신한 아내가 출근한 뒤 집에 홀로 있던 시간 강사 윤주(이성재)는 아파트에서 들리는 개 짖는 소리에 예민해진다. 안 그래도 썩 잘 풀리지 않는 인생인데 개 짖는 소음까지. 심히 거슬린다. 납치해 가뒀건만 그 개가 아니었는지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윤주는 소리의 주인공 개를 찾아내 옥상에서 떨어뜨려 죽인다. 이 상황에 갑자기 아내는 강아지를 사온다. 얼마 후 윤주는 아내가 사온 개를 잃어버리고 만다. 남의 개들을 실종시켜놓고 자기 개를 찾아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한편 독특한 여자 현남(배두나)은 개들을 실종시킨 범인을 찾아내 영웅이 되고자 한다. 영화는 평범하고 이상하며 보잘것없고 비루한 인간들을 그린다. 다소 처지는 우울한 영화지 만화적인 터치로 재기 발랄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덧, 강아지를 사랑한다면 마음의 준비를 하고 관람하길.


살인의 추억 2003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김상경 | 다운로드

한 번의 흥행 실패 뒤 찾아온 봉준호의 출세작. 국내 관객들은 물론 해외에도 봉준호의 이름을 알리게 된 작품이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했으며, 희곡 <날 보러 와요>를 원작으로 했다. <살인의 추억> 이후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왔고 영화의 명장면들은 영화를 보지 않아도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해졌다. 뒤늦게 이 영화를 봤다면 그렇게 특별한 영화로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살인범을 쫓는 형사 이야기는 널리고 널렸으니까. 그러나 '봉테일'이다. 봉준호는 형사가 범인을 쫓는 스릴러 장르 영화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그 안에 제5공화국 대한민국의 어두운 현실을 디테일하게 녹여냈다. 스태프들이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도 <살인의 추억> 촬영 현장이 시작이었다니 말 다 했다. N차 관람이라면 봉준호가 장면에 숨겨놓은 디테일을 찾아보는 데 중점을 둬 보자.


괴물 2006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 다운로드

봉준호의 첫 천만 관객 돌파작이다. 봉준호 영화 중 남녀노소 손잡고 다 함께 볼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영화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한강에 정체 모를 괴물이 출몰했고 한 가족이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 대부분은 허무맹랑한 상상력, 일상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한국 사회 곳곳의 문제점을 건드리며 거대한 이야기로 뻗어간다. <괴물>도 그렇다. 단순히 괴물과 가족의 사투를 그린 재난 영화가 아니다. 괴물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처, 결국엔 희생자 가족이 발 벗고 나서게 만드는 무능함을 지적한다. 2000년 주한미군이 한강에 독극물을 방류했던 맥팔랜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미국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도 읽을 수 있다. 개봉 당시 부모님 손잡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어린 관객이었다면 지금 다시 보면 느낌이 또 다를 것이다.


마더 2009

감독 봉준호 출연 김혜자, 원빈 | 다운로드

<기생충> 관람 시 제일 부적절한 조합이 아빠와 딸이라는 말이 있다. <마더>는 엄마와 아들이 함께 보면 어색할 영화다. <마더>는 봉준호 영화, 아니 한국 영화 통틀어서도 파격적인 영화에 속한다. 일단 국민 엄마 김혜자의 얼굴에서 광기를 끄집어냈다. 김혜자는 살인 용의자가 된 바보 아들을 둔 엄마를 연기한다. 지금까지 '엄마'란 욕망은 억누르고 희생정신이 강조된 존재였다. 그러나 <마더>의 엄마는 폭주한다. 밖으로 끄집어내기 불편한 요소들을 죄다 끌어낸다. <마더>의 엄마는 어린 아들과 동반 자살을 하려 한 적 있다. 엄마는 지적으로 모자란 아들과, 그 아들의 친구와 묘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하는 김혜자의 춤과 표정, 강렬한 연출과 음악이 어우러져 탄생한 명장면만으로도 영화가 가진 불편함을 감수할 만하다.


설국열차 2013

감독 봉준호 출연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 다운로드

봉준호의 할리우드 진출작. 자본으로 구별되는 계급 차이를 다룬다는 점에서 <기생충>과 주제가 비슷하다. 기상이변으로 얼어붙은 지구, 생존자들을 태운 열차 한 대가 설국을 달린다. 열차는 현대 인간 사회를 그대로 집약해 놓았다. 더럽고 비좁은 꼬리 칸에서 생존만을 목표로 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열차 칸 안에서 술과 음식, 마약 등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1등 칸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달리기를 17년째, 꼬리 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오랫동안 준비해 온 폭동을 일으킨다. 꼬리 칸 사람들이 1등 칸을 향해 한 칸 한 칸 돌파해가는 폭주 과정이 쾌감을 선사하며, 좁은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사투는 몰입감을 높인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