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알 거 다 아는 남녀들끼리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다 보면 자연스레 눈이 맞는 법 아니겠나! 거기에다 목숨을 걸고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물론 이들 중에는 세계 멸망을 꿈꾸는 이들도 있으나…) 치열한 임무를 함께 한다면? 사랑을 싹 틔울 기회는 차고 넘치게 많은 것이었다.

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수십 년을 이어온 히어로들에게는 ‘썸’부터 애정행각, 결혼까지 수많은 스캔들이 함께해 왔다. 이들의 핑크빛 사랑 이야기(물론 그렇게 희극적이지만은 않지만), 전부는 무리지만 유명한 커플만 모아 소개해 본다.


슈퍼맨 & 원더우먼

DC의 간판스타격 캐릭터인 이 커플은 아주 오래전부터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러브라인 중 하나인데, 슈퍼맨에게는 로이스 레인이라는 유명한 히로인이 있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잘 부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히어로 관련 제품에서는 커플 라인으로 이 두 히어로 캐릭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아무래도 각 캐릭터의 압도적인 인지도 덕인 듯).

원더우먼은 배트맨이나 아쿠아맨과도 소소하게 엮이는 일이 많기는 하지만, 슈퍼맨과 결혼하고 아들을 낳은 적도 있으며 관련 이슈도 매우 많다. 둘 다 다른 세상에서 온 존재이며 초인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 또한 평화에 대한 관점에 있어서는 두 캐릭터가 상당히 비슷한 성향을 드러내기 때문에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때문인지 이들의 로맨스는 큰 고민이나 어려움 없이 성사되는 편이며 슈퍼맨이 로이스 레인과 이혼하고 원더우먼과 결혼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스칼렛 위치 & 비전

원작부터 영화에 이르기까지 줄곧 함께해 온 이 커플은 여러모로 유명하다. 근래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도 줄곧 사랑을 꽃피우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연말에 공식적으로 오픈될 디즈니의 스트리밍 채널 라인업으로 <완다&비전>이 일찍이 낙점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코믹스 원작에서 스칼렛 위치가 희대의 악역이 된 대형 이슈인 '하우스 오브 엠'의 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스칼렛 위치가 비전과 결혼하면서 시작된 사건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전은 원작에서도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서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고, 스칼렛 위치는 마법의 힘으로 아이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쌍둥이 형제가 비극적인 사건 때문에 죽게 되면서 슬픔을 참지 못하고 미쳐버린 스칼렛 위치가 외친 “No more mutant”(뮤턴트는 그만!)라는 말 때문에 세계가 뒤틀려 버리면서 생긴 사건이 바로 하우스 오브 엠이기 때문.

비전과 결혼하면서 스칼렛 위치가 남긴 명대사는 영화에서 활용되기도 했는데, “사랑은 육체가 아닌 영혼으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하지만 결국 비전이 안드로이드라는 것 때문에 만들어낸 아들들의 죽음으로 인해 더 큰 비극이 초래되었음을 생각해보면 비극의 시발점이라고 봐도 될지도 모른다.


스파이더맨 & MJ & 그웬 스테이시

스파이더맨과 염문을 뿌린 대표적인 여성 캐릭터는 MJ(메리 제인), 그리고 그웬 스테이시다. MJ의 경우 히어로 활동 경력이 많지는 않지만, 그웬 스테이시는 컬트적 인기를 끌었던 '스파이더 그웬'으로 열심히 활동한 바 있다. 이벤트성으로 나왔다가 공식 캐릭터가 되어버린 '그웬풀'(그웬 스테이시가 데드풀화된 캐릭터)도 그웬 스테이시가 주인공. 최근에는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도 활약한 바 있다.

MJ의 경우 히어로로 활동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패셔너블하고 매력적인 외모를 토대로 슈퍼모델, 배우 등 셀레브리티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화려한 겉모습 덕에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내면은 진지한 면모가 있어 늘 고통 받는(ㅠㅠ) 피터 파커와도 공감대가 높은 편이다. ‘마블 망가버스’(일본식 만화 스타일로 그린 마블 유니버스)라는 멀티버스에서는 스파이더우먼으로 활약한 전적도 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는 그웬이 히로인으로 등장했다

그웬 스테이시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했듯 히어로 활동이 유명한 편인데, 쿨하고 냉랭한 분위기의 캐릭터 성격이 잘 드러난 차가운 느낌의 히어로로 여러 번 활약했다. 고등학교 동창인 MJ와 달리 대학 동창으로 첫 등장했고, 공식적인 피터 파커의 첫 여자친구이기도 했다.


미스터 판타스틱 & 인비저블 우먼

실사화가 여러 번 된 데 비해 그리 인지도가 높지 않은 비운의 팀업인 '판타스틱 포'에는 공식 커플이 있다. 바로 미스터 판타스틱과 인비저블 우먼. 인비저블 우먼과 휴먼 토치가 남매 사이인 데다, 이 둘이 부부인 덕에 판타스틱 포가 가족 같은 팀업(아니, 실제로 가족이기도…) 분위기를 풍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고무고무 열매 능력자(아님)이자 지구 최강의 과학자인 미스터 판타스틱과 더불어, 포스필드라는 초강력 파워를 자랑하는 인비저블 우먼 덕에 판타스틱 포의 힘은 더 빛을 발한다. 마블 최초의 팀업인 만큼 역사가 길어서, 얼티밋 유니버스에서는 결혼까진 가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이슈에서 두 사람은 쭉 함께했다.

2005년 개봉한 <판타스틱 포>

사실 알고 보면 설정상 인비저블 우먼이 상당히 어린 편이라서(거의 딸 뻘이다) 도둑놈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판이지만, 인비저블 우먼과의 사이에서 얻은 자식들에게도 굉장히 헌신적이었고 좋은 아버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물론 다른 유니버스에서는 악당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꽤 많긴 하나… 다정한 아버지이자 괜찮은 남편인 것만은 확실할 듯.


조커 & 할리퀸

이쪽은 둘 다 빌런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슈퍼히어로 장르의 커플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기를 얻고 있는 한 쌍이라 굳이 추가해 본다. 바로 조커와 할리퀸이다. 조커가 제정신이 아닌 데다가 할리퀸도 조커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게 된 캐릭터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커플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긴 하지만 이 둘 사이의 감정이 깊은 것만은 사실.

하지만 다른 캐릭터와 달리 할리퀸은 원래부터 조커의 히로인으로 기획된 캐릭터는 아니었다. 조커의 조수 역할을 할 캐릭터가 필요해 급하게 만들었으며, 때문에 제대로 된 이름도 설정도 없었지만 조커의 사이드킥 캐릭터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설정이 추가된 케이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이 추가된 설정은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실사화 버전으로 재현되기도 했다. 촉망받는 정신과 의사로, 아캄 수용소에 부임했던 할리 퀸젤이 조커와 상담을 진행하다 오히려 조커에게 사로잡혀 훌륭한 빌런 캐릭터로 재탄생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이 커플의 스타트에 너무 사로잡힌 탓인지, 자레드 레토의 조커는 엄청난 할리퀸 사랑꾼으로 등장...


아쿠아맨 & 메라

'물맨 붐'으로 DC 유니버스의 희망이 되어주었던 바로 그 영화, <아쿠아맨>의 두 캐릭터다. 영화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원작에서는 메라는 원래 아쿠아맨을 암살하러 온 자객이었다. 하지만 '아쿠아맨' 아서 커리의 매력에 흠뻑 빠진 탓인지 결국 결혼까지 성사된 커플.

둘 사이에서는 자식도 하나 있었지만 아쿠아맨의 아치 에너미인 블랙 만타 때문에 죽게 되고 이 때문에 불화가 잠시 있기도 했다. 코믹스 작중에서 아쿠아맨의 인지도가 그리 좋지 않은 까닭에 아쿠아맨의 반려자인 메라 역시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아쿠아맨이 갖고 있지 않은 능력도 사용할 수 있어 엄밀히는 더 유능한 캐릭터다.

영화 <아쿠아맨>

초반에는 아쿠아맨의 반려자 이상의 역할은 하지 않았지만 그린 랜턴 이슈 중 하나인 ‘블래키스트 나이트’에서 좀비화된 남편을 되찾기 위해 혈투를 펼치는 등 활약을 보여주면서 비중이 커졌다. 영화화된 이후에는 아쿠아맨보다 더 유명해졌을지도 모른다. 앰버 허드가 맡아 연기한 메라는 녹색 비늘 슈트에 붉은 머리카락이라는 강렬한 외모는 물론이고 물을 다루는 능력을 이용한 파워풀한 액션으로 진 주인공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으니.


블랙 팬서 & 스톰

<엑스맨> 판권 문제로 실사화 시리즈에서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코믹스 원작에서 블랙 팬서는 엑스맨 패밀리와 관련이 깊다. 그중 가장 깊은 사이가 바로 반려자인 스톰. <엑스맨> 실사화 시리즈에서는 할리 베리가 연기했던 바로 그 캐릭터다.

두 사람은 트찰라가 즉위하기 전인 10대 시절에 처음 만났는데, 죽음의 위기에 처한 트찰라를 스톰이 구해주었고 이를 계기로 서로 달달한 감정을 꽃피웠다. 그 후 '시빌 워' 이슈 당시 스톰이 가족과 만나게 도와주었고 이후 두 사람은 와칸다에서 결혼했다. 어벤져스 측의 블랙 팬서와 엑스맨 측의 스톰의 결합이라 나름 의미가 있는 조합이었지만, 두 세력이 맞붙은 '어벤져스 vs 엑스맨'이슈에서 엑스맨인 네이머가 와칸다를 초토화시키면서 파국을 겪어야 했다.

엑스맨 유니버스와 MCU의 통합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스톰이 와칸다의 왕비가 되는 것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거기에 영화 <블랙 팬서>에서 티찰라에게 나키아라는 애인이 있는 걸로 나왔으니 아무래도 실사화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이클롭스 & 진 그레이

<엑스맨> 오리지널 삼부작

실사화된 엑스맨 유니버스에서는 폭넓게 다루어지지는 못했지만(이게 다 로건이 휴 잭맨이었기 때문이다), 프로페서 X의 적통이자 엑스맨 패밀리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사이클롭스와 진 그레이는 가장 잘 알려진 히어로 커플 중 하나다.

엑스맨의 리더인 사이클롭스는 최초의 엑스맨이기도 한데, 가장 강력한 엑스맨이라고도 불리는 진 그레이와 연인관계였다. 두 사람은 결혼도 했었고(지금은 파국 이후지만…) 영화에서도 로건/울버린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무난 평탄한 애정전선을 걷고 있었던 것으로 묘사되며, <엑스맨: 다크 피닉스>에서도 진 그레이의 가장 가까운 존재이자 연인으로 등장한다.

이쪽은 원작 기준으로 보면… 사실 사이클롭스가 잘못한 게 많아 보이기는 하는데… 진 그레이가 사이클롭스를 구하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아포칼립스 전투 이후 에마 프로스트와 바람을 피질 않나. 현재 시점에서는 진이 이제 더 이상 인간의 영역에 있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부부로 지내는 건 불가능해 보이기는 하지만, 수십 년간 공식 연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에마, 울버린 등 수많은 연적을 갖고 있었던 커플이다.


블랙 위도우 & 윈터 솔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블랙 위도우는, 제모 때문에 다시 세뇌 상태로 돌아가 버린 윈터 솔져에게 의미심장한 대사를 던진다. 바로 “you could at least recognize me(적어도 난 기억했어야지)”. 이 대사는 두 사람이 원래 아는 사이였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또 실제로 원작에서는 현재까지도, 서로 많은 것을 이해하는 연인 사이로 등장하고 있다. 블랙 위도우라는 캐릭터가 윈터 솔져와만 엮인 것은 아니었으나(상당한 미인이라 그런지 데어데블, 호크아이 등 다양한 썸이 있었으므로), 공식적으로 이 두 사람은 서로의 인생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언급되기까지 하는 깊은 사이라는 것은 분명.

코믹스 설정은 버키가 소련의 스파이였을 당시 훈련시킨 요원들 중 한 명이 바로 '블랙 위도우' 나타샤였고, 사제관계로 만나 연인 사이가 되었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짐을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재회한 다음에도 썸 좀 탈 만하면 기억을 잃거나 납치당하거나 하는 등 불운이 겹쳐서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이긴 하지만…

내년 개봉 예정인 영화 <블랙 위도우> 솔로 무비에 윈터 솔져가 등장할 가능성이 다소간 있는데, 일단 윈터 솔져 역 배우인 세바스찬 스탠은 이 커플의 맹렬한 팬이자 지지자로 잘 알려져 있으니 이런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다루어질 수 있다면 성공한 덕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데드풀 & 데스 & 타노스

핑거 스냅의 주범인 타노스. 코믹스에서 인피니티 워를 일으킨 이유는 바로 여자친구 때문이었는데, 죽음의 신인 데스에게 '죽음'을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뭐 원래도 정의로운 히어로와는 거리가 멀었고 훌륭한 범죄자기는 했지만, 데스에 대한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지구의 반을 쓸어버리는 인피니티 워를 저지르는 시점까지 오면 미치광이 살육자라기에 한 점 부족함이 없어진다.

하지만 타노스의 이 한참 잘못된 애정은 짝사랑에 불과한데, 죽음 그 자체이자 초월적인 존재인 데스가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데드풀. 덕분에 데드풀은 타노스의 질투를 한 몸에 사서 저주를 받기까지 한다. 재밌는 건 불사의 저주를 받았다는 건데, 데스가 죽음을 관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죽어서 둘이 같이 있는 건 못 보겠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데드풀이 쉬클라라는 언데드 여왕과 결혼하게 되면서(어차피 죽지 못하는 데드풀은 데스와 함께할 수도 없고..) 이 세 사람의 삼각관계는 더 이상 삼각이 아닌 그저 일직선의 관계일지도…(그리고 데드풀의 트루러브는 스파이더맨일지도 모른다).


희재 / PNN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