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의 서정적인 근작들을 기억한다면, 그의 첫 장편영화 <해피 엔드>가 센세이션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적나라한 정사 장면으로 문을 연 <해피 엔드>는 다소 통속적일 치정 서사로 나아간다. 보라(전도연)는 남편 민기(최민식)와 아이를 키우며 살지만, 과거의 연인 일범(주진모)와의 은밀한 외도에 빠져 있다. 민기와의 결혼 생활이 권태로움에도 점점 깊어져 가는 일범과의 고리를 끊으려 하는 보라. 그러나 일범은 그럴 수 없다. 한편, 둘의 외도를 눈치챈 남편 민기는 말할 수 없는 배신감에 휩싸여 괴로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