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은 그녀> 김수안(왼쪽), 나문희

노인과 바다… 말고 노인과 아이. 세월의 차이가 나는 노인과 아이 콤비는 세대 차이로 관객들을 미소 짓게 하거나, 삶에 대한 관점을 공유하며 내면에 작은 파장을 남긴다. 12월 4일 개봉한 <감쪽같은 그녀>의 ‘국민 할머니’ 나문희와 출연작마다 다양한 연기의 결을 보여준 김수안이 웃음과 따스함이 함께 하는 이야기를 선사하고 있다. 그동안 영화 속에서 빛났던 노인X꼬마 조합은 또 누가 있을까?


[ 집으로... ]

할머니 & 상우

김을분 할머니(왼쪽), 유승호

노인과 꼬마 하면 바로 떠오르는 조합. 2019년 9월에 재개봉한 바 있다. 일반인 할머니와 생초보인 아역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임에도 입소문을 타면서 2002년 개봉 당시 전국 400만 관객을 넘었다고. 두 사람의 세대 격차뿐만 아니라 도시과 시골이란 문화적 배경 대비를 유머로 승화시켰고, 연기를 강요하는 대신 말 못 하는 할머니 설정을 통해 할머니의 마음을 움직임과 눈빛으로 담아낸 것이 신의 한 수. “아이구, 우리 강아지 얼굴이 반쪽이 됐네”라는 문장이 대표하는 할머니의 내리사랑 그 자체 같은 영화.


[ 업 ]

칼 & 러셀

러셀(왼쪽), 칼

노인과 꼬마 하면 바로 떠오르는 조합 2.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기억하기 위해 집에 풍선을 매달아 떠나려는 칼과 경로 봉사 배지를 얻으려다 얼떨결에 동행한 러셀은 생긴 거나 성격이나 잘 맞는 부분이 하나 없다. 과묵한 칼은 재잘거리며 사고를 치는 러셀이 못마땅하다가도 자신처럼 누군가의 부재에 외로워하는 그에게 정을 붙인다. 칼의 깐깐한 성격을 각진 얼굴형으로, 러셀의 부산스러움을 둥근 체형으로 표현해 시각적으로도 대비한 것이 포인트. 에드워드 애스너, 조던 나가이의 원어 더빙도 좋지만 국내 팬들은 국민배우 이순재가 찰진 연기를 선사한 한국어 더빙을 더 선호했다.


[ 덕구 ]

덕구할배 & 덕구

정지훈(왼쪽), 이순재

2연속 이순재 옹 출연작. 덕구할배(이순재)는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단 걸 알고는 손자 덕구(정지훈)의 새 보호자를 찾으려고 한다. 손주와 조부모란 관계 때문인지, <덕구>와 <감쪽같은 그녀>은 닮은 꼴처럼 느껴진다. 두 영화가 열일하는 노년 배우들의 진면모를 담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참을 수 없을 만큼 눈물샘을 자극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덕구>는 배우 이순재가 노 개런티로 출연하며 애정을 보인 영화다. 그의 진심은 관객들까지 움직였고, 전국 3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저예산 영화의 쾌거를 이뤘다.


[ 키드 ]

방랑자 & 꼬마

찰리 채플린(왼쪽), 잭키 쿠건

이쯤에서 옛날로 가보자. 찰리 채플린의 <더 키드>는 그의 유명한 캐릭터 방랑자(찰리 채플린)가 길에 버려진 아이(잭키 쿠건)를 키우면서 시작된다. 5년이 흘러 방랑자와 5살 꼬마는 나름 뒷골목 인생을 만끽하며 살다가 경찰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비록 방랑자가 노인은 아니지만, <더 키드>를 빼놓고 성인과 꼬마 2인조를 설명하기 힘들다. 순둥이 같은 어른과 영리한 꼬마, 안 맞는 듯하다가 서로 협심해 위기를 벗어나는 전개 등 많은 영화들이 이 영화에 빚지고 있다.


[ 더 브레이브 ]

루스터 & 매티

제프 브리지스(왼쪽), 헤일리 스테인펠드

이런 인물 관계는 대체로 가족에서 비롯되지만, <더 브레이브>는 독특하게 고용주와 피고용인 관계로 그려진다. 아빠를 살해한 톰 체니(조쉬 브롤린)에게 복수하기 위해 매티(헤일리 스테인펠드)는 연방보안관 루스터 커그먼(제프 브리지스)을 고용한다. 자연스럽게 멘티, 멘토 관계가 형성되리라 예상하겠지만 전혀. 루스터는 알코올에 절은 중독자고 매티는 그런 그를 한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여정이 계속되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필요한 조각이 돼준다. 모래 먼지마저 아름다워 보일 메마른 황야에서 제프 브리지스와 헤일리 스테인펠드가 주고받는 앙상블이 인상적이다.


[ 하트 인 아틀란티스 ]

테드 & 바비

안소니 홉킨스(왼쪽), 안톤 옐친

‘공포 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이라고 공포 소설만 쓴 건 아니다. 인간 간의 교류에 초점을 맞춘 작품도 있는데, <하트 인 아틀란티스>도 그중 하나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 테드(안소니 홉킨스)와 그를 도와주는 소년 바비(안톤 옐친)는 킹의 대표작 <샤이닝> 속 딕과 대니를 연상시킨다. 초능력이란 비현실적 요소가 있지만, 홀로 세상을 배회하는 노인과 아버지의 부재를 온몸으로 견디는 아이의 우정은 가슴에 깊이 파고들어 여운을 남긴다.


[ 잭애스 프레젠트: 배드 그랜파 ]

어빙 & 빌리

조니 녹스빌(왼쪽), 잭슨 니콜

지금까지 달달했으니 매운맛으로 마무리한다. <잭애스 프레젠트: 배드 그랜파>는 감옥에 간 딸 대신 손자 빌리(잭슨 니콜)를 생부에게 데려다주는 할아버지 어빙(조니 녹스빌)이 주인공이다. 이것도 달달할 것 같다고? 잊지 말자, 제목에 잭애스가 들어가 있다. ‘잭애스’는 역겨운 장난이나 위험한 스턴트를 직접 하는 팀이다. 이들의 작품 중 조니 녹스빌이 할아버지로 분장해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휠체어 레이싱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걸 하나의 작품으로 확장한 게 <잭애스 프레젠트: 배드 그랜파>다. 팀원들이 없어서 메스꺼운 장난은 없지만, 이번에도 몰래카메라로 실제 상황을 담아내는 장난기는 그대로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