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욱 감독은 데뷔 이전, 이창동과 허진호의 입봉작 <초록물고기>(1997), <8월의 크리스마스>(1998)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충무로에 이름을 알렸다. 그의 첫 연출작 주문진을 배경으로 한 누아르 <킬리만자로>(2000)였다. 요즘은 한국 최고의 누아르라고 추켜세우는 이들이 많은데 개봉 당시 극장가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후 오승욱은 각본, 각색, 특별출연, 기고, 출강 등 여러 자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두 번째 영화 <무뢰한>(2015)이 공개된 건 15년이 지난 후였다. 박찬욱과 (그의 음악 파트너) 조영욱이 기획하고 '사나이픽처스'가 제작한 <무뢰한>은 전작 속 누아르의 농도를 낮추되 진창처럼 질척이는 로맨스를 더해 전도연과 김남길의 재능을 번쩍번쩍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