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2020년 재개봉 포스터, 2017년 재개봉 포스터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실화를 그린 영화 <샤인>227일 다시 한 번 우리를 찾아온다.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재개봉이다. 1996년 개봉 당시 다음 해 아카데미 시상식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고, 헬프갓 역의 제프리 러쉬는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및 다수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쓰는 기록을 세웠다. 많은 영화인들의 인생영화리스트에 올라있는 <샤인>을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볼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샤인>에 이어 영화 관람과 귀 호강이 동시에 가능한 음악영화 5편을 소개한다.


<어거스트 러쉬>(2007)

<어거스트 러쉬>

음악은 항상 우리 곁에 있어요. 귀 기울이기만 하면 돼요

- 에반 /프레디 하이모어

너무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이 영화, <어거스트 러쉬>는 떡잎부터 남다른 프레디 하이모어의 꼬꼬마 시절과 로빈 윌리엄스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선택의 이유가 충분하다. 온 세상이 음악으로 들리는 음악천재 고아 소년 에반(프레디 하이모어)의 부모님 찾기. 음악으로 부모님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진 이 소년의 역경을 함께 하다 보면 판타지영화다운 영화적 우연들도 귀엽게 봐줄 수 있다.

음악은 세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하모니야

- 위저드 /로빈 윌리엄스

극 중 루이스역의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직접 부른 엘가 앤 썸씽인사이드’(Elgar&Something Inside) 외 다수 팝 음악과 이 영화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존 레전드의 썸데이’(Someday)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라일라(케리 러셀)가 연주하는 엘가: 첼로 협주곡’(Elgar Cello Concerto in e minor Op. 85)과 차이코프스키, 바하 등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의 선율이 영화 곳곳에서 흘러 귀가 즐겁다. 특히 <나쁜 녀석들>, <라이온 킹>, <모아나> 등 장르불문 수많은 영화음악을 작곡한 마크 맨시나의 어거스트 랩소디’(August's Rhapsody)는 에반이 음악 그 자체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미라클 벨리에>(2014)

<미라클 벨리에>

베로니크 풀렝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책 <수화, 소리, 사랑해! 베로니크의 CODA 다이어리>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청각장애 부모를 둔 건청인 자녀,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의 삶을 음악과 함께 풀어낸 코미디 드라마이다. 가족 중 유일하게 듣고 말 할 수 있는 폴라(루안 에머라)가 어느 날 합창부에 들어가고, 그녀가 몰랐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미라클 벨리에>

주연 배우인 루안 에머라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더 보이스 프랑스 시즌2> 준우승 출신으로 에릭 라티고 감독이 그녀의 목소리에 반해 캐스팅 제안을 했다. 루안 에머라의 첫 연기 도전이었던 <미라클 벨리에>는 그녀에게 프랑스의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세자르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주었고, 2015년 프랑스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Je vais t'aimer’(당신을 사랑할거에요), ‘En Chantant’(노래부르면서), ‘Je Vole’(비상) 등 프랑스 국민가수 미셸 샤르두(Michel Sardou)의 감성적인 샹송을 루안 에머라의 목소리로 들으면 40년도 더 된 노래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꽃보다 남자>, <풀하우스>, <드림하이> 등 평소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았다는 루안 에머라는 2015년 개봉 당시 내한해 시사회, 시네토크 등을 통하여 한국 팬들과도 만났다. 목소리, 연기력 다 가진 가수이자 배우로서 앞으로 그녀의 행보가 기대된다.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

<호로비츠를 위하여>

다음 소개할 영화는 완성도와 관객 만족도에 비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호로비츠를 위하여>이다. 호로비츠처럼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꿈이었지만 현실은 변두리 피아노학원 원장인 지수(엄정화)와 천재소년 경민(신의재)이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호로비츠를 위하여>

순진한 피자가게 사장 광호(박용우)가 처음으로 지수가 연주하는 모습을 봤을 때 흐른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황제’. 경민의 레슨장면에서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545’. 울적한 경민을 위해 지수가 연주한 슈만의 작은 꿈이라는 뜻의 ‘트로이메라이’. 이 외에도 바흐의 ‘인벤션’,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등 제목은 조금 낯설지만 막상 들어보면 따라서 흥얼거릴 수 있는 클래식들이 영화 전반에 흐른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클래식들은 음악감독을 맡았던 이병우가 직접 연주했다. 또한 경민 역의 신의재 군은 실제로 7세에 피아노스타전국 콩쿨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경력이 있는 피아노 신동이고, 현재는 한양대학교 작곡과에 재학 중이다. 클래식 외에도 영화의 주제가였던 뉴에이지 피아노곡 엄마는 엄정화와 장재형의 듀엣 곡 나의 피아노로 재탄생해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앨범에 수록되기도 했다.


<아마데우스>(1984)

<아마데우스>

클래식 음악의 천재하면 뇌리를 스치는 바로 그 인물,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그의 일생을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는 영국의 극작가 피터 셰퍼(Peter Shaffer)가 쓴 동명의 연극이 원작이다. 모차르트의 여러 사망설 중 살리에리에 의한 독살설로 진행되는 영화의 배경은 비엔나. 어느 날 궁정음악가 살리에리(F. 머레이 에이브러햄) 앞에 신예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톰 헐스)가 나타난다. 그의 방탕하고 오만한 행동에 충격을 받은 살리에리는 심한 질투를 느끼고 모차르트를 파멸로 이끌 준비를 한다.

<아마데우스>는 제5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등 주요 부문과 음향, 미술, 의상, 분장 무려 8개 부문 그리고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빌보드 클래식 앨범 순위 1위를 기록했고, 무려 650만 장의 앨범이 판매되어 당시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다.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작업을 맡았던 영국의 지휘자 네빌 마리너는 모차르트 음악 해석과 연주의 대가로도 불렸다. 그가 지휘한 모차르트 3대 오페라인 마술피리’,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의 부분장면과 엄선된 모차르트의 곡들을 영화 속에서 높은 음악적 완성도로 감상할 수 있다.

<아마데우스>


<비투스>(2008)

<비투스>

만약 당신이 5살 생일에 선물 받은 멜로디언으로 방금 들은 생일축하 노래를 바로 연주해버리는 피아노 신동이라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보는 동안 이런 망상을 하게 하는 이 영화, <비투스>의 주인공 비투스(테오 게오르규)는 피아노 신동으로 모자라 12살에 이미 온갖 학문을 익힌 천재다. 그러나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큰 기대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하는 한 평범한 소년이기도 하다. 그를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인 할아버지(브루노 강쯔)의 도움으로 비투스는 진정 원하는 삶을 찾아간다.

비투스를 연기한 파브리지오 볼자니(5세의 비투스)와 테오 게오르규(12세의 비투스)는 실제 피아노 신동으로도 유명하다. 작은 손으로 영화의 모든 곡들을 직접 연주하는 장면은 그저 감탄을 자아낸다. 테오는 영화를 통해 음악 감독 마리오 베레타와 함께 소니 클래식에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앨범을 내기도 했다.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라 캄파넬라’,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그리고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까지 대가들의 음악을 연주하는 소년의 모습은 천재라는 칭호가 잘 어울린다.

<비투스>

프레디 뮤러 감독은 <비투스>를 통해 음악의 치유와 영감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주인공을 천재소년으로 설정할 필요성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비투스는 뮤러 감독의 머리속에 무려 20년 동안 구상으로만 존재한 소년이었다고 하니 그의 제작의도를 생각하며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씨네플레이 대학생 기자 장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