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밀정> 등 최근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카메오, 특별출연, 우정출연 등 유명 배우들의 짤막한 출연이 단숨에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점이다. 특히 <밀정>에서 정채산을 연기했던 배우 이병헌은 차라리 조연이라 불러야 할 정도로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오늘 씨네플레이는 '카메오'에 초점을 맞춰 "저명한 인사나 인기 배우가 극중 예기치 않은 순간에 등장하여 아주 짧은 동안만 하는 연기"를 보여준 케이스를 소개한다.



마동석

영화 / 역할
<베테랑> / 아트박스 사장

출연시간
22

대사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 동네 난리쳐놓고 어딜 가, ?”

시작을 이 캐릭터로 여는 건 당연하다. <베테랑>의 아트박스 사장 마동석은 '한국영화의 카메오'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인물이다. 조태오(유아인)와 서도철(황정민)이 번화가 한복판에서 몸싸움 벌이는 신에 등장하는 아트박스 사장은, 그 짤막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베테랑>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라는 대사는 마동석의 애드립이라고.


김수현

영화 / 역할
<수상한 그녀> / 젊은 박씨

출연 시간
40

대사
어뗘? 달려?”

<수상한 그녀>의 엔딩은, 말순(나문희)이 청춘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어 스무 살의 두리(심은경)가 되는 것처럼, 박씨(박인환)가 젊은 모습으로 나타나 말순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가는 신이다. 당시 한창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김수현이 젊은 박씨를 연기했다. CJ가 제작한 영화 <수상한 그녀>의 마지막을 당시 CJ 브랜드들의 모델을 도맡던 김수현이 마무리하는 셈이다.


소지섭

영화 / 역할
<사도> / 정조

출연 시간
8분 43초

대사
"아버님은 소자가 죽였습니다... 소자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어찌 그 날이 있었겠습니까."
 

이준익 감독은 영조(송강호)에게 끝내 인정받지 못하고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도세자(유아인)를 기리기 위해, 사도의 아들 정조로 영화를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지섭이 연기한 정조는 3개의 신에 걸쳐 등장하며, 왕위에 오른 뒤 아버지의 넋을 기리는 춤사위를 벌이면서 영화를 맺는다. 이 대목은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이준익 감독의 뜻에 동의하는 이들이 있는 한편, 9분간 이어지는 에필로그가 지루하고 정조의 춤이 다소 생뚱맞다는 의견이 꽤 많았다.



심은경

영화 / 역할
<부산행> / 가출소녀

출연 시간
6분 44초

대사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심은경은 <부산행>의 프리퀄격인 애니메이션 <서울역>에서 가출소녀 혜선의 목소리를 연기한 인연으로 <부산행>의 가출소녀 역까지 맡았다. <부산행>에서 처음으로 좀비의 면모를 선보여야 하는 역할이라 아주 중요한 카메오였다. 결과는 대성공. 심은경은 감염자 역할의 배우들만큼이나 공들여 연습한 움직임으로, 단숨에 관객을 '좀비열차'으로 초대했다.



류승완

영화 / 역할
<복수는 나의 것> / 중국집배달원

출연시간
15초

대사
다음부터요... 한 그릇씩은 시키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에서 직접 주연까지 맡았던 류승완 감독. 박찬욱 감독의 <3인조>(1997) 연출부 출신이었던 그는 <복수는 나의 것>(2002)에서 중국집배달원을 연기했다. 동진(송강호)이 영미(배두나)를 고문하는 현장에 짜장면을 배달하러 와서 한 그릇은 배달시키지 말라고 투덜댄다. 철가방을 비스듬히 세워 문을 닫는 디테일은 류승완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투덜대던 배달부는 결국 창백한 시체가 된다.


송중기

영화 / 역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정약용

출연시간
18

대사
“정군.. 아니아니, 정약용이라 하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은 매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만드는 정군(천보근)이 성장해 정약용으로 돌아오는 장면이다. 차태현은 <성균관 스캔들>에서 꽃미남 도령을 연기했던 송중기를 “결국 관객들의 기억 속에 남는 건 너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득해 그를 정약용 역으로 캐스팅했다. 왕에게 절을 올리고 고개를 드는 송중기의 꽃다운 얼굴이 후광과 함께 비출 때, 극장은 여성 팬들의 탄성으로 가득했다.


최민식

영화 / 역할
<태극기 휘날리며> / 인민군 대좌

출연 시간
1분 53초

대사
“쏘라우! 내 니들한테 한마디라도 불 거 같애?


최민식은 강제규 감독의 <쉬리>(1998)의 인연으로 <태극기 휘날리며>(2004)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인민군 대좌 역을 맡았던 그는 진태(장동건)와 육탄전을 벌이며 짧은 순간 응축된 에너지를 영화에 퍼트린다. 워낙 에너지가 들끓는 배우인 최민식이 전쟁 한복판에서 뒹구르는 모습은 천만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최민식은, 2005년 <씨네21>에서 진행한 '한국영화 최고의 카메오' 앙케이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해외의 경우에도 카메오가 돋보이는 경우는 무궁무진하다. 구체적인 리스트는 다음 기회로 잠시 미뤄두고, 아주 특별한 케이스 두 가지만 소개할까 한다. '서스펜스의 왕' 알프레드 히치콕과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가 그 주인공이다.


알프레드 히치콕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관객의 심장을 꽉 쥐는 긴장감뿐만 아니라 유머 감각 또한 대단했다. 그는 자기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를 매우 즐겼는데, 그 과정에서 특유의 위트가 잘 드러났다. 작품의 개수가 많은 만큼 그의 카메오 출연도 많았기 때문에 각각 다르게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을 고민했고, 그 다양한 모습들은 매우 기발하다. 거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행인부터 신문의 다이어트 광고 모델, 형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림자까지 다양한 형태로 '히치콕만의' 인장을 새겼다.


스탠 리

스탠 리는 마블 코믹스 소속의 만화가다. 엑스맨, 아이언 맨, 헐크, 스파이더 맨, 판타스틱 포 등 우리가 익히 아는 각종 슈퍼히어로들이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그의 열정은 그림 실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탠 리는 <엑스맨>(2000) 속 해변에서 핫도그를 구입하는 모습부터 <엑스맨 아포칼립스>(2016)의 핵 미사일 발사를 근심스럽게 쳐다보는 노부부까지, 수많은 마블 관련 영화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곧 개봉할 <닥터 스트레인지>에도 그가 나올지 모르니,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자.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