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뉴 뮤턴트> 포스터

사실 팬으로서 걱정되는 영화가 한둘이 아니긴 하지만 이 영화는 궤가 다르다. 재촬영 이슈에 개봉 연기까지 몇 번이나 미뤄진 건지 알 수 없고, 내부 테스트 결과가 매우 안 좋았다는 얘기까지. 불안한 소식이 끊이질 않았던 바로 그 영화, <엑스맨: 뉴 뮤턴트>다.

<엑스맨> 시리즈 자체가 이미 종결된 상황이고, 시리즈를 제작하던 20세기 폭스가 디즈니로 인수되면서 ‘엑스맨 유니버스’의 향방은 이제 디즈니 산하의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어떻게 재구축 혹은 합병될 수 있을지만 남아 있는 현재로선 사실 이 영화에 지나친 기대를 거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다. 엑스맨 유니버스의 실질적인 마무리였던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다방면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돌이켜 보면 더욱 그렇다.

<엑스맨: 뉴 뮤턴트> 스틸컷

더불어 울프스베인, 매직, 미라지, 선스팟, 캐넌볼, 워록 등 캐릭터 라인업도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이 영화의 승부수는... 그야말로 영화 그 자체가 되어야 하는 상황. 과연 그걸 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인 게 사실이지만, 기존 엑스맨 유니버스의 마지막 작품이 될 <엑스맨: 뉴 뮤턴트>의 등장인물과 몇 가지 공개된 정보들을 정리해 본다.


1) 엑스맨 유니버스의 뮤턴트

엑스맨은 아시다시피 판타스틱 포, 그리고 MCU로 인지도가 가장 높아진 어벤져스와 함께 마블 코믹스의 대표적인 히어로 팀이다. 여타의 팀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엑스맨은 뮤턴트, 즉 돌연변이라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캐릭터마다 히어로로 각성하는 과정은 각기 다르지만, 뮤턴트의 경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슈퍼히어로로서의 이미지보다는 배척받는 소수자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초월적 존재들인 셀레스티얼들에 의해 만들어진 뮤턴트는 초능력을 갖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과 외모가 현저히 다른 경우도 있다. 물론 대부분이 외형만 봐서는 인간과 흡사하고 별 차이도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뮤턴트를 그저 뮤턴트라는 이유만으로 멸시하고 차별한다는 것이 이쪽의 세계관이다.

20세기 폭스에서 제작한 엑스맨 유니버스

슈퍼히어로들 대부분이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롤 모델로 여겨지는 데 비하면 뮤턴트들이 갖고 있는 사회적 위치는 찬밥 그 이하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바로 엑스맨이라는 집단이었다. 말하자면 엑스맨은 오랜 세월 인류 공통의 문제였던 인종차별을 뮤턴트라는 돌연변이와 평범한 인간의 대립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엑스맨 시리즈는 바로 이 뮤턴트 차별이라는 주제를 메인 테마로 하고 있으며 때문에 이외의 히어로 코믹스에 비해서는 상당히 어두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엑스맨의 창립자인 찰스 자비에가 설립한 자비에 스쿨에 있는 뮤턴트들의 대부분이 아픈 상처와 과거를 갖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이들이 당면한 과제다.


2) 뉴 뮤턴트는 누구

뮤턴트들의 팀으로는 엑스맨이 가장 유명하지만, 이번에 영화화될 예정인 '뉴 뮤턴트' 역시 80년대에 첫 등장한 이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팀이다. 최초에는 자비에 스쿨의 10대 학생들을 훈련시킬 목적으로 구성된 팀이었으나 역사를 거듭하면서 캐릭터들이 성장해 엑스맨 정규 팀 중 하나로 발전했다.

코믹스의 뉴 뮤턴트

초반 멤버는 울프스베인과 카르마, 미라지, 캐논볼, 선스팟이었으나 이후 케이블과 섀터스타, 매직, 워록 등이 추가로 영입되기도 했다. 역대 구성 멤버들은 다양하지만,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매직(일리야나 라스푸틴), 미라지(대니 문스타), 울프스베인(레인 싱클레어), 캐논볼(샘 거스리), 선스팟(바비 다 코스타), 그리고 세실리아 레예스와 메인 빌런 데몬 베어까지 7명이다.

미라지/대니 문스타

먼저 티저 트레일러에서 화자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미라지/대니 문스타(블루 헌트)다. 미라지는 이번 영화의 메인 빌런인 데몬 베어와 연관이 깊은 캐릭터인데, 대니가 뮤턴트로 각성한 계기가 꿈에서 데몬 베어가 부모님을 살해하는 참상을 계속 보게 되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환상을 이용해 상대의 정신을 공격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뮤턴트로, 한때 뉴 뮤턴트가 아스가르드에 방문했을 때 발키리로 활약한 전례도 있다. ‘하우스 오브 엠’ 사태 등 여러 사건을 거치며 능력이 사라진 적도 있어 이런 변화에 맞춰 이름도 바뀌기 때문에, 시기에 따라 미라지 외에도 사이키와 문스타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매직

캐스팅 명단 중 가장 많은 눈길을 끌었던 아냐 테일러 조이는 매직 역을 맡았다. 예고편에서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을 짐작케 하는 대사는 전부 매직의 입에서 나오는데, '단순히 병원이 아니'며 '갇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뉘앙스의 대사, 그리고 탈출을 암시하는 내용까지 들어 있는바 주력으로 활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코믹스의 매직

매직의 능력은 ‘스테핑 디스크’라는 포탈을 통해 시공간을 무시하고 이동할 수 있는 힘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까지 이동시킬 수 있다. 매직은 선천적으로 이 능력을 갖고 있었으며 림보 차원의 지배자로서 차원 내에서는 도르마무(<닥터 스트레인지>의 그 도르마무 맞다)를 상대로도 승리를 거둔 적이 있는 실력자. 재밌는 점은 <데드풀>에서 딴딴한 강철 피부로 라이언 레이놀즈의 손목을 꺾어 버렸던(물론 그에겐 힐링 팩터가 있지만) 콜로서스의 여동생이라는 것인데, 실제로 영화에서 콜로서스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울프스베인

메이지 윌리엄스가 맡은 울프스베인은 늑대 인간의 능력을 갖고 있는 뮤턴트다. 뉴 뮤턴트의 창립멤버 중 하나이기도 하며 미라지와는 친한 사이. 원작에서는 늑대와 인간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변신할 수 있으며 형태도 다양한 편이다. 늑대로 변신하면 인간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는 점(성대가 바뀌므로 으르렁 정도..)을 제외하고는 잘 알려져 있는 늑대 인간의 능력과 흡사하다.

코믹스의 캐논볼(왼쪽)과 선스팟

선스팟(Sunspot)은 이름답게 태양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캐릭터로, 캐논볼과는 매우 가까운 사이. 태양열을 흡수해서 이용하는 것이 능력의 본질인데, 신체 세포에 태양에너지를 저장해 사용하는 것이다. 능력을 사용할 때 피부가 검게 변하는 것이 특징이며 이후 캐논볼과 함께 어벤져스에서 활동한 이력도 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로베르토 다 코스타가 연기해 실사화된 적이 있는데, 역사가 바뀐 이후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도 같은 배우가 연기할 예정인데 작중 시점이 현재로 알려진 이상 이후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지도.

캐논볼은 몸 안에서 열화학 에너지를 만들어 이를 방출하는 방식으로 전투하는 캐릭터인데, 앞서 언급한 대로 선스팟과는 매우 가까운 사이다. 광산에 갇히는 위기 속에서 능력을 각성하게 된 뮤턴트로, 찰스 자비에의 권유를 받아 뉴 뮤턴트에 합류하게 되었으며 울프스베인과도 친하게 지냈지만 미라지와는 팀의 공동 리더로서 라이벌 관계였다. 영화에서는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조나단 역을 연기한 찰리 히튼이 연기한다.

세실리아 레예스

더불어 원작에서 의사이자 뮤턴트인 캐릭터였던 세실리아 레예스(앨리스 브라가)도 등장한다. 평범한 삶을 꿈꿔온 세실리아는 뮤턴트로서 살아가기보다는 외과의사로서 살아가고 싶어 했는데, 뮤턴트로서의 각성 이후 모종의 사건을 겪던 중 데어데블의 권유로 엑스맨에 합류했다. 히어로로서보다는 의사로서 살아가기를 택하기는 했으나 공히 엑스맨인 이상 절대 빌런은 아니었는데... 어쩐지 트레일러 영상에서는 모종의 사유로 뉴 뮤턴트를 제어하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실제 스토리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전혀 알 수 없지만(공개된 내용은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비밀 수용소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것이 전부이므로) 이 비밀 수용소의 책임자로서 뮤턴트들의 상처와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자유를 억압당하고 수용소에 갇혀 있는 데에 세실리아가 어느 정도 연관되어 있는 것만은 확실한 듯.

코믹스의 세실리아 레예스


3) 공포 영화x히어로 무비

<엑스맨 뉴 뮤턴트>가 제작을 확정한 것은 무려 5년 전인 2015년의 일이다. 당시 히어로 무비에 공포 영화라는 장르를 도입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됐었고, 엑스맨 유니버스가 아직 건재하던 시기여서 뉴 뮤턴트에 대한 기대도 없지 않았다. 하나 시간이 흐르고 내부 스크리닝 테스트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는 소식, 그리고 재촬영과 <데드풀 2>와의 개봉 시점 조절 문제로 여러 번의 개봉 연기를 하면서 팬들의 마음은 점점 식어가고 있었던 상황.

거기에 엑스맨 유니버스의 공식적인 마지막 작품이 된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원작 다크 피닉스 사가의 걸출한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는 평을 받으면서 <엑스맨: 뉴 뮤턴트>에 대한 기대도 한풀 꺾였다. 거기에 재촬영 없이 원본 그대로의 영화로 개봉된다는 소식은 솔직히 그렇게 긍정적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엑스맨: 뉴 뮤턴트> 스틸컷

감독인 조쉬 분은 본인이 의도했던 초창기 버전으로 개봉될 것이라고 했으며 최종 테스트 결과가 좋았다는 언급도 한 바 있지만, 원본이 좋았으면 왜 이렇게까지 개봉 연기를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한 능력을 갖고 있지 않은 평범한 일반인들이 그들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어떤 존재에 맞서야 하는 공포 영화 장르에 일반인과는 거리가 먼 뮤턴트들을 대입한다는 것만은 재미있어 보이는 부분이다.

10대, 그것도 차별받는 뮤턴트이기에 그들이 가진 불안과 고통은 어지간한 공포 영화와 비등함은 분명하겠지만 웬만한 위협에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도 사실이기에, 이들을 공포로 몰아넣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더 강력한 심리적 공포가 필요할 것이다. 그걸 위해서는 데몬 베어에 대한 묘사와 이들을 가둬놓고 있는 흑막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필요할 텐데, 이 부분이 강렬하게 어필될 수 있을지도 나름의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듯.


<엑스맨: 뉴 뮤턴트>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개봉일을 확정한 영화 <엑스맨: 뉴 뮤턴트>. 여러 가지 이슈로 우려되는 점이 아직 많은 영화인 것은 확실하지만, 엑스맨 유니버스 영화의 최근 성과가 좋지 않았던 까닭에 아예 영화가 취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루머도 있었던 만큼 무사히 개봉하게 된 점은 다행스럽다.

엑스맨 판권을 보유하고 있던 폭스 사가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엑스맨의 MCU 합류는 예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로 준비 작업이 필요할 터 당분간 엑스맨들의 이야기와 뮤턴트의 고뇌에 대해서는 보기 어려울 것 같아 보인다. 때문에 기존 유니버스의 스핀 오프 작품인 <엑스맨: 뉴 뮤턴트>는 당분간 보기 어려울 뮤턴트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몇 안 될 기회일지도.


PNN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