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리치가 돌아왔다. 2월 26일 개봉한 <젠틀맨>을 본 관객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지난해 <알라딘>으로 흥행 기록을 세웠던 그지만, 데뷔작부터 꾸준히 밀어 온 범죄 영화를 내놓은 게 오랜만이기 때문. <젠틀맨>으로 자신의 장기로 돌아온 가이 리치를 환영하며, 그의 영화 속 트레이드 마크를 소개한다.
1. 범죄 영화, 그중에서도 '뒷골목' 영화
가이 리치의 필모그래피를 쭉 나열해보면 앞서 말한 <알라딘>이나 판타지 <킹 아서: 제왕의 검>, 멜로 <스웹트 어웨이>를 제외하면 모두 범죄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맨 프롬 UNCLE>은 범죄영화라 부르기 어색한 감이 있으나 첩보물이란 점에서 범죄 영화 속 은밀한 불법 행위, 적과 동료 사이를 오가는 인물 관계 등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초기작의 경우 공통점이 하나 더 있는데, 흔히 '조무라기'라고 할 만한 범죄자들이 계획 전체를 헝클어뜨리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 그의 데뷔작이자 트레이드 마크가 명백하게 드러난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부터 <락큰롤라>까지, 시답잖은 범죄자들이 '큰 손'들의 계획에 휘말리면서 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뒤흔든다.
2. 화려한 오프닝
'재기발랄', '화려한 영상미' 같은 수식어가 붙는 감독들이 대개 그렇지만, 가이 리치 역시 이목을 확 끄는 오프닝으로 유명하다. 초창기엔 리드미컬한 편집으로 인물들을 소개하는 스타일을 사용하다가 최근엔 롱테이크로 전체적인 풍경을 묘사하며 영화 속 세계관을 한눈에 정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아래 세 영상 중 초창기 작품을 다룬 첫 영상과, 최근 작품(<킹 아서: 제왕의 검>, <알라딘>)의 오프닝을 보여주는 두 영상을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3. 고속촬영을 활용한 스피드의 극대화
가이 리치의 영화를 하나라도 봤다면, 이런 장면들에 기시감을 느낄 것이다. 가이 리치는 편집에서의 속도감뿐만 아니라 그 프레임 안에서의 그것도 중요시한다. 피사체의 움직임을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동시에 속도감을 내기 위한 그의 방법은 고속촬영. 이런 촬영 방식과 빠른 컷 편집, 군상극이 맞물리면서 가이 리치의 영화는 스피디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4. 극단적인 사물 클로즈업
위의 것과 함께 빠른 속도감을 주는 방식. 사물을 포착할 때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전에 암시한 복선을 회수하는 방법이자, 장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맨 프롬 UNCLE>까지도 이런 극단적인 클로즈업 장면을 모은 몽타주를 선보이곤 했으나 최근 작품에선 빈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5. 인물 붙박이형 트래킹 쇼트
카메라로 촬영해야만 볼 수 있는 시점이라 이질감이 드는 촬영 방식. 가이 리치가 궁지에 몰린 인물들의 긴장감과 극단적인 심리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종종 사용한다. 얼굴이 크게 걸리는 클로즈업은 바디캠을 이용했을 텐데, 상반신이 잡히는 풀쇼트는 줌인과 줌아웃에 시각효과를 사용해 긴박감을 극대화했다. 사진만 봐서는 다른 영화들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아래 영상으로 본다면 왜 ‘붙박이’란 단어를 썼는지 알 것이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