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만든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의 신작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3월 12일 첫 방송했다. 이번에도 따뜻한 정서와 저마다 색이 뚜렷한 캐릭터를 보여주며 1회부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주연 배우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는 첫 회부터 캐릭터 착붙한 것 같은 해석으로 몰입력을 높였다. 보통 주 2회 방영하는 일반적인 한국 드라마와 달리 주 1회 방영된다. 그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넷플릭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주연 배우들의 과거 인생 캐릭터들을 모아봤다. 쓰다 보니 정주행하고 싶어질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가 한가득이었다.
조정석 <건축학 개론> <오 나의 귀신님>
조정석은 이제 능청 연기에 있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공고하게 만든 듯 보인다. 연기하는 본인은 전혀 웃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한 채 예상치 못한 대사와 행동으로 긴장감 있는 웃음을 유발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첫 등장부터 그 특유의 스타일은 도드라지게 드러났다. 아들이 묻힌 본드 때문에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헬멧을 벗지 못한 채 얼결에 수술을 집도하던 장면. 과거 회상 부분에서 90년대 범생이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한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연애 숙맥인 친구에게 키스의 기술을 가르쳐주던 <건축학개론>의 재수생 '납득이'와는 또 다른 결이었다. 조정석 특유의 코믹한 톤이 로맨틱한 캐릭터와 만날 때 그의 연기는 더욱 매력적이다. <오 나의 귀신님>에서 시크한 척하지만 상대에 대한 마음을 절대 숨기지 못하는 '츤데레' 남자 주인공을 맡아 박보영과 달달한 커플 케미를 보인 바 있다. 넷플릭스에 없어서 아쉽지만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그러한 매력은 더욱 도드라지게 드러났다.
유연석 <응답하라 1994> <미스터션샤인>
공교롭게도 tvN 드라마들과 만나면 유난히 더 멋있어 보이는 배우다. 고작 1회 방영했을 뿐인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그 조짐이 보인다. "의사 그만 둘 거야!!"라고 외친지 N년 째지만 의사가 됐던 처음부터 지금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훈훈함과 재력, 올바른 직업윤리까지 갖춘 완벽한 캐릭터를 맡았다. 유연석의 인생 캐릭터로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와 <미스터 션샤인>의 구동매를 뽑는 데 아마 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칠봉이와 구동매를 지지했다면 꽤나 가슴앓이 했을 것. <응답하라 1994>에서는 누구에게나 서글서글해 사랑받는 훈남 야구부로 나정(고아라)을 짝사랑하는 캐릭터를,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누구에게나 냉정하지만 애신(김태리)의 일이라면 한없이 무너지고 마는 짠한 캐릭터를 맡았다.
정경호 <순정에 반하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후배 의사들에겐 까칠하지만 능력은 좋은 쿨내 진동하는 흉부외과 부교수. 의대 동기 친구들한테는 편한 모습을 보이고 연애에는 꽤나 열정적인 인물이다. 정경호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이어 또 한 번 제작진의 픽을 받았다. 정경호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똑똑하고 냉철한 교도관 역할을 맡았다. 수용자들과 동료 교도관들에게 철저하게 선을 긋지만 제혁(박해수)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던 캐릭터였다. 이 점은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비슷해 보인다. <슬감빵> 이전에 정경호에게 반했다는 말이 나오던 작품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드라마 <순정에 반하다>다. 피도 눈물도 없던 한 남자가 심장이식을 받은 뒤 귀엽고 코믹한 로맨티시스트가 되는 이야기였다. 얼핏 차가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따뜻함이 묻어있는 캐릭터에 누구보다 찰떡인 배우다.
김대명 <미생> <해빙>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너무나 완벽해 보이는 동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간미가 느껴진다. 양석형(김대명)은 높은 연봉보다 추억을 공유했던 친구들과의 밴드 활동이 소중하다. 김대명은 덩치와 다르게 다소 가늘고 높은 톤의 발성이 인상적인 배우다. 김대명은 예전엔 자신의 가는 목소리가 콤플렉스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자신만의 개성 있는 목소리를 돋보이는 방식을 택하며, 평범한 캐릭터도 인상적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더 테러 라이브>의 전화 목소리 역을 맡아 얼굴보다 목소리를 먼저 알리기도 했다. 이후 <미생>에서 영업 3팀 김대리 역을 맡아 웹툰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얼굴을 알렸다. 다소 판타지적인 오상식(이성민)과 장그래(임시완) 사이에서 그들을 다리 역할을 하는 현실에 발붙인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해빙>에선 친근하고 푸근했던 기존 이미지와 달리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한 섬뜩한 악역을 맡기도 했다.
전미도
<슬기로운 의사생활> 첫 방송 이후 가장 주목을 받았던 배우는 바로 전미도였다. 위로를 건넬 줄 아는 따뜻한 마음과 이성을 갖춘 완벽한 캐릭터. 타고난 음치 박치지만 밴드에서 보컬을 하고 싶어 하는 귀여운 면모도 있다.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 콤비는 작품마다 연극, 뮤지컬계에서는 잔뼈 굵지만 스크린, TV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발굴해왔다. 1회 만에 전미도 역시 그 흥행 배우 계보를 이을 것을 입증했다. 전미도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10년 이상 다수의 연극과 뮤지컬에 출연해 탄탄한 경력을 쌓아왔다. 뮤지컬계 흥행 배우들이라면 거쳐 갔던 뮤지컬 <김종욱 찾기> 출신 배우기도 하다. 노래 실력을 드라마에선 절대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아쉽다.(ㅎㅎ) 영화 <변신>, 드라마 <마더>에 출연했으나 그 비중은 지극히 적었다. 아쉽게도 두 작품은 넷플릭스에 서비스되지 않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그녀의 첫 주연 드라마이자 인생 캐릭터가 될 예정이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