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 액션. 개별적으로 보면 닳고 닳은 소재임에는 틀림없지만 네 개를 잘 섞어 놓으면? 상당히 맛있어진다. 좀비 호러 액션이라는 얼핏 호불호가 갈리기 쉬운 이 장르를 장장 15년 동안이나 지속해 온 그 시리즈,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이 분야 유명 맛집 중 하나다.

물론 2002년 시작을 연 <레지던트 이블> 이후 2017년의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가 걸어온 길이 그리 순탄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장르영화 팬들에게는 대체로 호평을 받았으나 원작 게임과는 별개의 스토리를 가져간 탓에 게이머들로부터는 아쉬운 평을 받기도 했으며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혹평도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라 요보비치의 장장 15년에 걸친 열연에 힘입어 시리즈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고 최근 리부트 소식까지 공개하며 다시금 좀비 아포칼립스의 시대를 열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얻고 있다.


1) 기깔나는 원작, 바이오 하자드

<바이오 하자드 6>

2018년 기준 8,3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사랑받아 온 유구한 시리즈 '바이오 하자드'는 이 영화 시리즈의 원작이다. '데빌 메이 크라이'로 유명한 미카미 신지가 개발총괄을 맡은 첫 작품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VR 타이틀을 내놓기도 한 캡콤의 역사적인 시리즈.

하지만 게임의 스토리와 영화는 별개의 노선을 갖고 있는데, 밀라 요보비치가 연기한 앨리스라는 캐릭터는 영화의 오리지널 설정이다. 물론 엄브렐러라는 가공의 블랙기업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아포칼립스 세계관은 공유하고 있으나 별도의 이야기를 펼쳐 온 셈.

시리즈 첫 편 <바이오 하자드>(왼쪽), 2019년 발매한 2편의 리메이크 <바이오 하자드 Re:2>

좀비를 소재로 한 게임으로서는 최초의 히트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 하자드'지만 시작은 영세하기 그지없었는데, 히트작 반열에 이름을 올리면서 점점 새롭고 획기적인 비주얼로 유저들을 유혹해 왔다. 이른바 '바하'라고 불리는 이 시리즈 역시 영화와 마찬가지로 넘버링 타이틀마다 평가는 갈리는 편이지만, 좀비물과 공포게임의 매력 두 가지를 다 잡아 여전히 재미있는 타이틀로 화제몰이를 해 오고 있다.


2) "My name is Alice", 밀라 요보비치

6편 개봉 당시 내한 행사에서 조연 출연한 이준기와 함께

우크라이나 태생의 미국인인 밀라 요보비치는 <제 5원소>를 시작으로 <울트라 바이올렛>, 그리고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로 2000년대 초반 여전사 캐릭터가 난무했던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파워풀한 액션 여배우로서 자리를 공고이 해 왔다.

장르영화 계열에도 다수 출연한 바 있는데 최근 <헬보이>의 리부트작에서도 열연을 펼치며 강렬한 마스크와 여전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그녀의 수많은 작품들 중 단연 <레지던트 이블>의 앨리스는 밀라 요보비치의 강력한 액션 연기를 맛볼 수 있는 캐릭터였다.

<헬보이>의 니무에

요보비치는 모델 출신인지라 피지컬 면에서도 전사 이미지가 어울렸던 데다, 평소 다양한 무술을 연마해 온 터라 스턴트 없이 모든 액션 연기를 소화했던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상당한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듯.

시리즈를 본 팬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앨리스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자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역이었으며 그에 걸맞는 액션 연기가 뒷받침됨으로써 버라이어티한 장르무비 시리즈로 이름을 남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제는 나이가 꽤 있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1975년생) 여전한 연기력과 실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포인트일 듯.


3) 장르영화의 리부트

근래 들어오면서 재개봉 혹은 리부트되는 작품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장르영화 팬이라면 반길 만한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 일반적인 작품과 달리 장르영화의 경우 눈부시게 발전한 CG 기술과 특수분장 기술 등을 통해 보다 더 생생하고 파격적인 영상을 만나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비주얼과 영상미만이 영화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지만, 이세계와 이형의 무엇인가를 다루는 경우가 많은 장르영화에서 이런 비주얼 요소는 강력한 매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리부트 역시 같은 의미에서 기대해 볼 만한 여지가 있다.

특히 원작 게임 팬들에게는 반길 만한 소식인데, <레지던트 이블>의 리부트 작품이 게임 원작에서 보여주었던 본질에 좀 더 집중할 거라는 언급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와 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2017년작 '바이오 하자드 7: 레지던트 이블(일명 바하:RE)'의 스토리라인을 중점적으로 참고했다고 한다.

원제와 해외 발매명을 모두 사용한 <바이오 하자드 7: 레지던트 이블>

아쉬운 점이 있다면 7의 스토리가 기존 시리즈의 외전격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 하지만 리부트이니만큼 기존의 스토리라인이나 세계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스토리를 완벽하게 종결시킨 이 시리즈라면 좀 더 영화 시나리오에는 어울릴지도 모른다.


시리즈의 막을 열었던 <레지던트 이블>

여러 가지 의미로 유명한 <레지던트 이블>의 리부트에는 <쏘우>와 <컨저링> 시리즈로 일약 스타 감독의 반열에 오른 제임스 완이 제작자로 참여한다는 것, 그리고 OTT 플랫폼의 최강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넷플릭스가 제작 비용의 일부를 댄다는 것 정도 외에는 크게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었던 6편이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는 점과 더불어, 근래 <킹덤>을 위시한 좀비 소재 콘텐츠가 다시금 각광받고 있는 트렌드에 힘입어 장대한 마무리를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걸어 본다.


PNN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