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20대 시절 꿈꿨던 30대 미래의 모습과 똑 닮은 방향으로 성장한 이는 얼마나 될까? 20대와 30대 사이의 간격은 가깝고도 멀다. 마음은 똑같아도 책임감의 무게는 확연히 다른 나이. 어쩐지 그 책임의 무게가 버겁고, 잘 살고 있지 못한 것 같아 주눅 들어 있을 때, 이 정도면 잘 살고 있다고 토닥여주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있다. 다른 누구보다도 30대 시청자들이 극히 공감할 수 있는 어른들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 5편을 모았다.


달콤한 나의 도시

출연 최강희, 이선균, 지현우, 문정희, 진재영

서른한 살, 직장 생활 7년 차 오은수(최강희)는 패기 넘치는 신입사원의 열정에 치이고, 직장 상사로부터 ‘칙칙하다’는 말을 듣는다. “결혼은 무덤”이라고 외치던 전 애인은 청첩장을 보내고, 절친은 결혼 소식을 전해온다. 때문에 만족도가 급격히 하락한 은수의 삶에도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닥치는데.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영화감독 지망생 태오(지현우), 다정하지만 비밀스러운 영수(이선균), 남사친 유준(김영재)이 그녀의 곁을 맴도는 것. 연애와 결혼, 자신의 꿈과 목표 사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은수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건 15년 우정을 자랑하는 그의 친구들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15년 단짝 친구로 살아온 세 여성의 각기 다른 직업관, 연애관, 결혼관을 펼쳐낸다. 각자 결핍된 부분을 지닌 이들이 서로 의지하며, 고민과 갈등을 거치고 한 단계 성장하는 과정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이야기의 중심축을 잡은 최강희, 문정희, 진재영의 개성 강한 연기는 물론, 2000년대 중반 로맨스 강자로 명성을 떨쳤던 이선균, 연하남 신드롬을 일으켰던 지현우의 풋풋함을 확인할 수 있다.


연애의 발견

출연 문정혁, 정유미, 성준

여름(정유미)과 태하(문정혁)는 20대 시절의 절반을 함께 보냈다. 그리고 헤어졌다. 모든 연애가 그렇듯 끝은 좋지 않았다. 여름과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랐던 솔(김슬기)과 준호(윤현민)가 여름의 슬픔을 함께 나눴다. 그 이후로 또 몇 년이 지났다. 여름은 새로운 연인 하진(성준)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가구 공방을 차린다는 꿈도 이뤘다. 모든 게 완벽했던 일상이 꼬이기 시작한 건 건축 일을 하는 전남친 태하와 일로 엮이면서다. 다시 잘해보자는 태하를 밀어내고 이제서야 그와의 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선 여름. 태하와의 연애는 이미 꺼졌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여름의 마음은 혼란스러워진다. <연애의 발견>은 현실적인 대사와 장면들을 녹여내 다양한 연령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파릇파릇했던 시절을 공유한 누군가와의 기억이 현재의 일상을 흐트러 놓는 장면 장면은 여름 또래 시청자들에게 특히 와닿았을 부분. 가식 없고 멘트로 여름의 연애에 쓴소리를 늘어놓지만, 결과적으론 친구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바라는 솔과 준호의 케미는 담백한 재미와 위로를 더한다.


멜로가 체질

출연 천우희, 전여빈, 한지은, 안재홍, 공명

서른 되면 어른 될 줄 알았던 건 현실의 우리뿐만이 아니다. 스타 드라마 작가가 될 날을 꿈꾸며 스타 드라마 작가 밑에서 뼈빠지게 일하는 진주(천우희), 젊은 나이에 다큐멘터리로 성공해 부와 명예를 얻었으나 감당할 수 없는 크나큰 상실을 경험한 은정(전여빈), 일하면서 초등학생 아이까지 키우느라 정신없는 워킹맘 한주(한지은). <멜로가 체질>은 서른 살을 맞은 세 여성이 한집에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수다 블록버스터’라는 독보적인 수식어에 맞게 기관총처럼 쏟아져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대사가 압권인 작품.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며,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로 일과 연애에 맞서는 이들의 이야기는 밋밋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를 자극할만한 용기를 전한다. 세 여성 주인공의 연기가 훌륭한 건 물론, 이들의 곁에서 이야기에 살을 붙이는 모든 캐릭터들이 입체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안재홍과 공명, 조연으로 함께한 백지원, 윤지온, 이주빈, 김명준, 정승길, 허준석, 이유진 등 발견할만한 배우가 여럿인 작품. <스물> <극한직업> 등으로 ‘말맛’을 인정받은 이병헌 감독의 연출작이다.


20세기 소년 소녀

출연 한예슬, 류현경, 이상희, 김지석, 이상우

기억과 추억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힘을 지녔다. ‘레트로’라는 명칭으로 21세기에 20세기 열풍이 불어닥친 것 역시 그 이유일 터다. <20세기 소년 소녀> 역시 이와 같은 라인에 서 있다. 어린 시절부터 한동네에서 자라 살아온 세월만큼의 우정을 자랑하는 배우 사진진(한예슬), 승무원 한아름(류현경), 변호사 장영심(이상희). 1990년대, 한 교실에서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노래를 들으며, 같은 봉고차를 타고 귀가하던 이들이 어느새 서른다섯을 맞이했다. 이들에게 있어 달라진 건 나이뿐. 같이 있으면 가장 즐거운 것도, 싱글인 것도 변치 않은 채, 이들의 마음은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진진이 첫사랑 지원(김지석)과 재회하고, 두 친구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며 어른들의 서툰 성장이 시작된다. 이런저런 상황으로 편성이 뒤엉켜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두터운 팬층을 지닌 드라마. 자극적인 소재가 판치는 시대, 그에 지친 시청자들을 보듬을 따스함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20세기에 자란 이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건 물론, 각박한 세상이 전하는 시련에 서로의 견고한 방패막이 되어주는 이들의 우정은 든든한 대리만족을 전한다.


한번 더 해피엔딩

출연 장나라, 정경호, 유인나, 유다인, 권율, 서인영

아이돌스타도 나이를 먹는다. 1990년대를 호령했던 1세대 아이돌들은 어느덧 40대가 되었고, 육아 예능에 출연하며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한번 더 해피엔딩> 속 세계관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1세대 아이돌, 요정 컨셉의 걸그룹 ‘엔젤스’의 멤버들은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겼다. 일찍 결혼했다 이혼한 뒤 새로운 사랑을 찾고 있는 미모(장나라), 모태솔로나 다름없는 동미(유인나), 이혼 위기를 맞은 다정(유다인), 결혼이라는 큰 산 앞에서 고민을 거듭하는 애란(서인영)까지. 어린 시절 함께 동고동락했던 이들은 각기 다른 문제로 사랑, 결혼과 관련한 갈등에 부딪힌다. ‘스파클링 로맨틱 코미디’라는 설명에 맞게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사랑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도전 정신이 더한 유쾌함을 더한다. 한국판 <섹스 앤 더 시티>라는 별명에 맞게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만들어낸 여성 배우들을 주축으로, 이들과 호흡을 맞추는 정경호, 권율, 김태훈 등의 색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