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는 6월 18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

마당에 떨어진 의문의 운석, 기이하게 변해가는 가족들

아캄 카운티의 숲속에 위치한 외딴 농장.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농장을 물려받은 네이선 가드너(니콜라스 케이지)는 암투병 중인 아내 테레사(조엘리 리차드슨)의 회복을 위해 도시에서 벗어나 세 자녀들과 함께 그곳에서 살고 있다. 그들에게 유일한 이웃은 농장 주변에서 무단으로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에즈라(토미 총) 뿐이다. 오랜만에 가드너 부부가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던 어느 저녁, 정체 모를 섬광과 함께 굉음이 울리고 앞마당에 커다란 운석이 떨어진다. 그날 이후 막내 잭이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고, 가족들은 점차 예민하고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한편, 수문학자(水文學者) 워드(엘리엇 나이트)는 아캄의 수질을 조사하러 다니다 운석이 떨어짐과 함께 물이 오염됐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농장으로 향한다.


H.P 러브크래프트와 소설 <우주에서 온 색채>

‘코스믹 호러’ 창시자, H.P 러브크래프트의 동명 소설 영화화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감정은 공포다. 그리고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다’.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는 미국 공포 문학계의 전설이자,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우주의 존재가 등장하는 ‘코스믹 호러’(Cosmic Horror)의 창시자인 H.P 러브크래프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문학에서의 초자연적인 공포>라는 글에서 발췌한 위의 문장은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공포의 본질을 묘사해둔 구절로 유명하다. 우주라는 미지의 초월적인 존재로부터의 두려움, 파멸과 종말에 대한 인간의 무기력함이 묘사된 그의 문장은 기예르모 델 토로, 이토 준지, 존 카펜터 등 후대 유명 영화감독을 비롯한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됐다. 참고로 아캄이라는 지역은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가상의 공간이다.

<맨디>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의 원작 소설 <우주에서 온 색채>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중에서도 수작으로 평가된다. 덕분에 <악령의 미스테리>(1965), <저주>(1987), <컬러 프롬 더 다크>(2008) 등 영화화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이번 영화에서는 극단적인 폭력과 오컬티즘, 세피아 톤의 필터를 활용한 몽환적인 연출을 주특기로 하는 감독 리처드 스탠리가 메가폰을 잡았으며, 강렬한 컬러와 이미지가 독보적이었던 공포 스릴러 <맨디>(2018) 제작진이 참여해 소설 속 세계를 스크린에 구현해냈다.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는 리처드 스탠리가 구상 중인 트릴로지의 첫 번째 작품이며, 후속작은 러브크래프트의 또 다른 대표작인 <던위치의 공포>가 될 예정이다.


(왼쪽부터) 니콜라스 케이지, 조엘리 리차드슨, 매들린 아서

익숙한 얼굴들?

3부작의 시작인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여럿 보인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페이스 오프>, <내셔널 트레져> 등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까지 전성기를 맞았던 ‘케서방’ 니콜라스 케이지가 가드너 가족의 가장, 네이선을 연기했다. 리처드 스탠리 감독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니콜라스 케이지에게 출연작 중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뱀파이어 키스>와 비슷한 스타일의 연기를 요구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지기도. 아내 테레사 역에는 <이벤트 호라이즌>, 드라마 <닙턱>의 조엘리 리차드슨이, 딸 라비니아 역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매들린 아서가 맡아 광기 어린 연기를 소화했다.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

SF와 호러의 만남! 감각적인 색채로 영상미와 스릴감을 더하다

친숙한 배우들을 앞세운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는 코스믹 호러 장르를 충실히 반영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영화의 장점은 시각화된 긴장감이다. 미개척지인 우주로부터 불현듯 닥쳐온 존재와 무방비로 죽음에 노출된 인간의 공포심이 황홀한 색채로 일렁인다. 이와 같은 공포심은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서던 리치: 소멸의 땅>에서도 확인한 바 있지만, 그보다도 수잔 비에르 감독의 <버드박스>와의 비교가 더 흥미로워 보인다. 두 영화 모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존재들에 의해 인류가 죽음에 내몰리고, 주인공 가족들의 안위도 위협받는 상황을 그린다. 다만 미지의 존재를 형상화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버드박스>에서는 그 존재들이 청각화되어 공포심을 조성한다. 극 중 인물들이 ‘그것’을 보면 자살하게 된다. 이런 설정으로 인해 관객도 그 존재를 볼 수 없다. 대신 귀를 쫑긋 세우게 되는 체험을 한다.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는 존재 자체가 색채로 시각화되어 가드너 가족과 관객을 옥죄어온다. 비교적 평화로웠던 가족들의 일상에 색이 덧씌워지는 순간, 단숨에 변주된 서사는 속도감을 갖고 결말을 향해 빠르게 치닫는다. 그러면서 관객은 영화 속의 색의 변화에 자연스레 집중하게 된다.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

러브크래프트 스타일의 코스믹 호러에 좀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강한 맛을 원한다면 색채의 변화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는 그 아쉬움을 충족시키기 위해 ‘외딴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을 더했다. 특히, 기괴한 형상으로 변한 농장 주변의 동물들과 가드너 가족의 모습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호러의 걸작인 <에이리언> 시리즈의 이미지들을 연상케 한다. 이런 크리처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는 단언하건대 흥미로운 작품일 수도 있겠다. 여기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유머 코드도 놓칠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강렬한 색채를 통한 공포,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B급 감성의 유머까지 한 데 어울러진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는 로튼토마토 지수 86% 기록하며 신선도 마크를 획득했다. 믿고 봐도 좋다는 뜻이다. <이벤트 호라이즌>, <에이리언>, <미스트> 등 SF 호러물에 열광하는 이들이라면 올여름 스타트로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 로튼토마토 지수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