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가족> 출연을 결심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다면요.
감독님에게 먼저 연락이 왔어요. ‘가족 소재의 영화이고, 박원상 선배님의 딸 역할이다’ 여기까지만 듣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죠. 가족이라는 소재도 좋았고, 선배님이 든든하게 계셔서 많이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처음엔 생각보다 비중이 있는 역할이어서 걱정을 했어요(웃음). 특히나 연주를 해야 하는 역할이어서 연기 외에도 신경 쓸 게 많다 보니까 걱정이 됐던 거 같아요.
바이올린은 직접 연주하신 건가요?
실제로 배웠어요. 그런데 상황이 아무래도 속성으로 배웠어야 해서 완벽하진 않았지만 최대한 운지법이라든지, 기본은 외워서 가려고 연습했어요.
연주하는 게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왔을 거 같아요.
네, 정말 큰 부담이었고(웃음). 연주를 서툴게 해야 하는 부분과 행복하게 연주해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아무래도 감정 연기를 같이해야 하다 보니까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어려웠던 거 같아요.
아빠 현두 역에 박원상 배우, 그리고 다혜 역의 김다예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한 영화였어요. 다예 배우는 "작품을 하며 상대와 이렇게 교감을 많이 한 적이 처음"이라고 했던데. 영화를 촬영하며 세 분이 많이 가까워졌을 거 같아요.
캐스팅이 되고 나서 감독님이 처음으로 소개해 주시며 내주신 숙제가 “너네 빨리 친해져” 였어요(웃음). 언니랑 제가 서로 낯도 가리고 선뜻 다가서는 성격이 아니어서 둘 다 진짜 노력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먼저 다가가서 번호도 물어보고, 따로 만나서 밥도 먹고 그랬어요. 아무래도 언니와의 케미가 중요해서 빨리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시를 좀 했죠(웃음). 제 아버지, 박원상 선배님은 좋은 얘기도 해주시고 연기 얘기 외에도 장난도 많이 걸어주셨어요. 저도 막 ‘아부지, 아부지’ 하면서 많이 따랐고요.
기억나는 촬영장 에피소드가 있나요.
영화 촬영을 한다고 제 진짜 아빠가 응원을 오셨어요. 떡을 해서 지방에서 갖고 올라오신 거예요. 근데 마침 방문하셨을 때 영화 속 아빠랑 있는 신이었는데, 실제 아빠와 영화 속 아빠가 인사를 하니까 기분이 막 이상한 거예요. 극 중에서 ‘아빠, 아빠’ 하면서 있었는데 진짜 아빠가 나타나가지고(웃음). 두 분이서 인사도 나누시고, 아빠도 제 촬영 현장을 유심히 보시면서 응원도 많이 해주셨어요. 어렸을 때만 해도 합기도 관장님이셔서 어려워하고 무서워했는데, 이 일 시작하고 나서 오히려 엄마보다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시는 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