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아스와 막심>

자비에 돌란

엄친아를 사람으로 만든다면, 자비에 돌란이 아닐까. 32살 팔팔한 청년이지만, 칸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수많은 관객들을 현혹시킨 자비에 돌란은 연출과 각본, 연기를 병행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지난 연출작 <더 데스 앤 라이프 오브 존 F. 도노반>이 한국 개봉을 건너뛰었는데, 올해는 2019년 칸 영화제 초청작 <마티아스와 막심>으로 오랜만에 한국 극장가에 찾아왔다. 오랜만에 연출과 연기를 병행한 작품이라 '감독'이 아닌 '배우' 자비에 돌란을 기다린 팬이라면 더 반가울 터. 이참에 연출이 아닌 카메라 앞에서 연기에 올인한 자비에 돌란의 출연작을 모아 소개한다.


<엘리펀트 송>

정신과 의사 로렌스가 사라졌다. 동료 의사 토비 그린(브루스 그린우드)은 그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환자 마이클 엘린(자비에 돌란)을 만나 로렌스의 행방을 알아내야 한다. 자비에 돌란이 배우로만 출연한 작품 중 가장 비중이 큰 <엘리펀트 송>은 (팬들의 말처럼) 잔망스러운 돌란을 만날 수 있다. 마이클은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비밀로 그린을 혼란시키거나 의도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꺼내 도발하는 등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존재처럼 그려진다. 짜증나고 얄미운 이 환자가 영화 막바지에서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줄 때, 자비에 돌란이 차곡차곡 쌓아온 캐릭터 빌드업이 빛난다. 생각해보면 그간 그가 만든 자전적 캐릭터와도 비슷하다. 성소수자에 엄마에 대한 이중적 감정, 과시적이나 연약한 내면까지. 그에게 참 찰떡같은 캐릭터. 영화는 원작 희곡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배우' 자비에 돌란을 만나려면 결코 넘겨선 안 될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

돌란의 팬들조차도 놀랐던 소식. 자비에 돌란이 <그것: 두 번째 이야기>에 출연한다는 것. <그것> 2부작은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호러 영화. 그동안 캐나다 영화만(이 영화 직전에 미국 영화 <보이 이레이즈드>에 출연했지만), 다소 규모가 작은 영화만 했던 돌란이기에 <그것: 두 번째 이야기>라는 할리우드 장르 영화 출연부터가 화제였다. 그가 영화에서 맡은 역은 애드리언. 무슨 역으로 출연하나 했더니 과연 돌란다운 선택이었다. 애드리언은 <그것: 두 번째 이야기>의 도입부에서 페니와이즈의 습격을 받아 그의 부활을 암시하는 인물. 사실 이 캐릭터는 스티븐 킹이 동성애자 혐오로 다리 밑에 던져져 사망한 '찰리 하워드 살인사건'을 보고 충격을 받아 만들었다. 그러니까 사회에서 핍박받는 성소수자의 상징과도 같은 역할. 자비에 돌란이라면 애드리언 역이 <그것> 2부작의 어떤 캐릭터보다도 반가웠을 것이다.

<그것: 두 번째 이야기>의 애드리언(위)과 모티브가 된 찰리 하워드


<보이 이레이즈드>

미국 곳곳에서 성행하고 있는 '전환 치료'(동성애를 질병으로 간주하고 치료하는 운동)를 경험한 제럴드 이몬스의 실화를 그린 영화 <보이 이레이즈드>. 자비에 돌란은 제럴드(루카스 헤지스)가 전환 치료를 받는 '러브 인 액션'에서 함께 치료를 받는 존으로 등장한다. 존은 악수가 아닌 경례로 인사를 하며 제럴드의 시선을 잡아끈다. 그의 독특한 인사법은 스스로 욕구를 억제하기 위해 남들과의 접촉을 최소화 중이기 때문이라고. 자비에 돌란이란 배우에 비하면 존의 분량이나 극중 중요도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스스로 동성애자이길 감추지 않은 자비에 돌란이 자기 자신을 통제해야 한다는 일념에 사로잡힌 존을 연기하면서, 기묘하리만큼 위태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