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연휴는 그동안 봐야지 생각만 했던 영화나 드라마를 몰아보기 딱 좋을 때다. 닷새간의 연휴가 어느새 절반이 지났지만, 남은 주말 동안 여유롭고 편안한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다면, 대표적인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에서 찾아보는 게 어떨까.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최근 공개돼 정주행이 부담되지 않는 드라마들을 찾아봤다.
넷플릭스
설국열차(Snowpiercer) 시즌 1, 10부작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2013년 봉준호 감독이 영화로 선보였던 <설국열차>가 제니퍼 코넬리 주연의 드라마로 탄생했다. <오펀 블랙>의 각본가이자 제작자 그램 맨슨이 쇼러너로 참여한 <설국열차>는 기상이변으로 얼어붙은 지구에 살아남은 마지막 인류를 태우고 7년째 달리는 열차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형사 출신의 꼬리칸 지도자 레이턴이 수사를 위해 차출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드라마 역시 영화처럼 쉼 없이 달리는 기차는 철저히 계급화된 사회의 축소판이며, 수사가 진행될수록 곪아 터진 문제가 갈등을 초래하고 피할 수 없는 충돌로 향한다. 시즌 2로 돌아올 예정.
크리미널: 영국(Criminal: UK) 시즌 1~2, 총 7부작
<크리미널: 영국>은 사방이 막힌 취조실에서만 진행되는 독특한 설정의 수사 드라마다. 기존의 형사물이 범행 현장부터 시작해 피해자 주변의 용의자를 심문하며 수사망을 좁혀가는 과정을 그린 것과 달리, 용의자를 추론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취조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수사 과정을 따라간다. 의심을 벗어나려는 용의자와 끈질기게 상대방을 압박하고 무너뜨리려는 형사의 이야기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쫓고 쫓기는 심리게임처럼 펼쳐진다. 데이비드 테넌트, 키트 해링턴, 헤일리 앳웰 등이 게스트로 출연하며, 컨셉이 같은 독일, 프랑스, 스페인 편도 있다.
로크 앤 키(Locke & Key) 시즌 1, 10부작
<로크 앤 키>는 스티븐 킹의 아들 조 힐과 일러스트레이터 가브리엘 로드리게스가 공동 집필한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각색한 판타지 드라마다.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유산으로 남겨진 키하우스로 이사한 세 남매가 집안 곳곳에 숨겨진 열쇠들을 발견하고 아버지와 집에 얽힌 비밀을 알아가는 이야기다. 영화 <그것>의 노란 우비 소년 잭슨 로버트 스콧이 제일 먼저 키하우스의 미스터리를 발견하는 막내로 분해 기이한 미스터리의 세계로 초대한다. 시즌 내내 궁금증을 자아냈던 의혹을 크게 해결하지 않고 새로운 불길한 징조를 드리우며 마무리했지만, 현재 시즌 2를 촬영 중이니 앞으로 어떤 이야기로 돌아올지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틴에이지 바운티 헌터스(Teenage Bounty Hunters) 시즌 1, 10부작
10대 이란성 쌍둥이 자매가 현상금 사냥꾼으로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하이틴 코미디 드라마다. 미국 남부의 보수적인 마을에서 자란 쌍둥이 자매 스털링과 블레어는 기독교 학교에서는 착실한 학생으로 집에서는 얌전한 딸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평범한 일상에서 일탈(특히 '연애')을 꿈꾸는 10대들이다. 두 자매는 우연한 기회에 현상금 사냥꾼 바우저와 엮이면서 짜릿한 세계에 빠져들고, 모범생과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틴에이지 바운티 헌터스>의 강점은 외모와 성격은 달라도 호흡은 척척 맞는 스털링과 블레어가 주고받는 케미스트리. 쌍둥이 자매의 유쾌한 매력과 이를 찰지게 소화한 배우들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부담 없이 가볍게 볼 수 있어 연휴를 마무리하기에 적격일지도. 덧붙여 에피소드 4화에서 BTS가 언급된다.
왓챠
이어즈 앤 이어즈(Years and Years) 시즌 1, 6부작
<이어즈 앤 이어즈>는 브렉시트 이후 급변하며 요동치는 사회 속에서 와해될 위기에 놓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닥터 후>,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의 작가 러셀 T. 데이비스가 각본을 맡아 신자유주의, 포퓰리즘, 난민 문제, 전염병 위기 등 현재에 당면한 갖가지 국제 이슈를 블랙코미디로 풍자하며, 서로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가진 가족들의 갈등과 화해를 담아낸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불안이 가중되는 불확실한 미래상을 현실적으로 영리하게 그려내 웬만한 공포영화 못지않게 무섭다는 반응을 얻었다.
키딩(Kidding) 시즌 1~2, 20부작
<이터널 선샤인>의 미셸 공드리 감독과 짐 캐리가 다시 만났다. <키딩>은 오랫동안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로 사랑받아온 제프의 상처와 아픔이 가득한 화면 밖 삶을 따라간다. 제프는 TV 속에서는 늘 밝게 웃음 짓고 친절한 모습만 보여주지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한 인물이다. 그로 인해 아내와는 이혼했고, 남은 아들과는 소원하다. 한마디로 그의 삶이 무너졌다. 미셸 공드리 감독은 그만의 독특한 연출로 누구보다 밝은 표정을 지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제프의 비애를 웃음과 눈물, 독설로 아우르며 마음의 위로를 건넨다. 우울한 인물에 완벽하게 녹아든 짐 캐리의 연기도 최고다.
와이 우먼 킬(Why Women Kill) 시즌 1, 10부작
<와이 우먼 킬>은 1963년, 1984년, 2019년에 걸쳐 같은 집에서 발생한 살인 미스터리를 경쾌한 호흡으로 그린 드라마다. 지니퍼 굿윈, 루시 리우, 커비 하웰-밥티스트가 각기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세 여성으로 분해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에 대한 미스터리를 이끈다. 사정은 달라도 살인으로 귀결되는 사건은 배우자의 외도에서 비롯되는데, 부부 관계의 위기를 분노하고 실망하는 여성의 시선으로 그려내 공감대를 자아낸다. 특히 오랜 기간 바람을 피우고도 태연하고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1963년의 남편 롭은 순진한 아내 베스 앤뿐 아니라 보는 이마저 뒷목을 잡게 한다.
웨이브
페니워스(Pennyworth) 시즌 1, 10부작
제임스 고든의 형사 시절을 다룬 <고담>의 총괄 제작자 브루노 헬러와 대니 캐논이 이번에는 웨인가의 충직한 집사이자 브루스 웨인의 최고의 동료인 알프레드 페니워스의 젊은 시절을 드라마로 옮겼다. <페니워스>는 트라우마를 안고 제대한 알프레드 페니워스가 보안회사를 차린 뒤 토마스 웨인을 만나 음모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우리가 익히 아는 집사가 아닌 전쟁의 후유증에 괴로워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미래를 꿈꾸는 청년 알프레드의 모습이 신선하고, 스파이물을 보는 듯한 분위기는 매력적이다. 참고로 코믹스와 연결되는 부분은 없다.
갱스 오브 런던(Gangs of London) 시즌 1, 9부작
<갱스 오브 런던>은 오랫동안 런던을 주름잡았던 범죄조직의 대부가 암살당하면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을 그린다. 조직의 후계자인 아들이 복수에 집착하는 사이, 2인자나 다름없던 조력자는 투자자의 지지를 업고 중심 세력으로 부상하고, 그 사이에 조직을 와해할 목적으로 위장 잠입 요원이 끼어든다. 권력에 공백이 생기면서 각 조직 간의 경쟁도 치열해진다. 개인적 원한과 복수, 권력과 돈에 대한 야망이 얽히고설킨 이야기의 가장 큰 차별점은 작품에 참여한 <레이드>의 가렛 에반스 감독. 특유의 잔혹한 폭력이 묵직한 누아르를 만나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노멀 피플(Normal People) 시즌 1, 8부작
올해 최고의 로맨스 드라마로 꼽히는 <노멀 피플>은 샐리 루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청춘 남녀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학창 시절 끝 무렵에 만난 메리앤과 코넬은 둘만 있을 때는 이상적으로 완벽하지만, 외부에 섞여들었을 때 그들의 관계는 불안하고 위태롭다. 드라마는 오랜 시간 이어진 두 사람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우아하게 펼치면서도 서로에게 상처 주고 밀어낼 수밖에 없는 서툴고 불완전한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보고 나면 먹먹해지고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히는 드라마.
에그테일 에디터 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