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진은 극중 계속해서 스스로, 또 타인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되묻는 자예요. 그래서인지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여권을 버리며 뒤돌아 웃고 한국에 남기를 택하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어요.
=인상 깊었죠(웃음)! 감독님이 딱 고속으로 찍으시더라고요. “이거 슬로우로 가야 돼, 슬로우로 가야 돼” 이러셔서 속으로 ‘아, 이런 퇴장이구나. 잘 나오겠네’ 했어요. 뒤돌지 않고 안 웃는 모습도 다 같이 찍었는데 감독님이 딱 그렇게 뒤돌아보고 웃는 모습을, 그 테이크를 선택하셨더라고요. 좋았어요.
-한국인이지만 타지에서 오랜 생활을 해온 유태오 배우도 한유진이 겪는 고뇌에 공감을 했으리라 짐작돼요.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 감정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드라마 속에서는 캐릭터의 퇴장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배우로서는 이 캐릭터가 대중들한테 소개되는, 그런 ‘입국’과도 같다고 할까요. 교포 배우로서, 그냥 배우니까 지금은 그 낙인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런 식으로 대중들한테 소개할 수 있는 장면이었어요. 작가님이 잘 그려주신 캐릭터라서 전 너무 감사하죠. 누구라도 드라마에서 멋있게 퇴장하고 싶은 로망은 있잖아요. 저한테는 그 장면이 상징성이 있는 거 같아요. ‘배우로서 한국에 도착했다’ 같은(웃음).
-'애니멀 워크'라는 기술을 쓰신다고 들었어요. <머니게임> 한유진은 ‘실버백 고릴라’를, <아스달 연대기> 라가즈는 <라이온 킹>이나 호랑이가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캐릭터의 움직임을 연구했다 하셨는데. 동물의 움직임을 연구해서 연기에 입혔다는 게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 제가 배워놨던 기술 중에 한 기술이에요. 런던에서는 로열 아카데미를 다니며 셰익스피어 기술들을 배웠고, 미국에서는 '샌퍼드 마이스너(Sanford Meisner)', '스텔라 애들러(Stella Adler)', '리 스트라스버그(Lee Strasberg)' 같은 연기 기술학교들이 있어요. 그중에 리 스트라스버그 안에서 동물을 체험해보고 거기서 나오는 느낌들을 연습하는 리허설 과정이 있어요. 거기서 배운 거죠. 그게 캐릭터의 해석과 딱 붙어야 어울려요. 해석 안에서 그런 여지가 있으면 애니멀 워크를 하는 거지 아니라면 또 다른 기술을 찾아서 할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