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영화제 러쉬에 끝판왕이 등판했다. 보통 'SICAF'(시카프)라고 부르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24회를 맞이한 SICAF는 7월 개막 예정이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일정을 변경해야 했다. 하지만 아시아 최대의 만화·애니메이션 복합문화축제의 책임을 다하고자 11월에 다시 고삐를 당겼다. 11월 11일부터 15일까지,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는 SICAF의 장으로 들어가 보자.

기 간 | 2020년 11월 11일(수) ~ 11월 15일(일) (5일간)

장 소 | [영화제] ‘네이버 시리즈온‘ 온라인 상영

[전시] SICAF 홈페이지, 유튜브, 네이버 TV 채널


1. 지금의 웹툰과 과거의 전설, 전시 섹션

SICAF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상영할 뿐만 아니라 영화제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를 선보였다. 2020년 올해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전시가 가능할지 미지수였으나 SICAF는 이전처럼 전시 프로그램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 장소가 오프라인이 아닌 SICAF 홈페이지, 유튜브, 네이버 TV 채널 등 온라인으로 옮길 뿐이다.

웹툰 <정년이>

올해 SICAF 전시 프로그램은 총 네 가지 섹션으로 준비됐다. 단연 눈에 띄는 건 <판을 벌이다: 정년이>전. 여성국극단의 이야기를 그린 웹툰 <정년이>는 독창적인 소재를 무기로 '2019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하고 현재 드라마로도 제작될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 SICAF는 <정년이> 취지에 맞게 여성 직업인들의 인터뷰와 캐릭터 주제곡 라디오, 국극배우와의 가상결혼식 재현 등을 준비했다. 다른 섹션은 <열세 살의 여름>과 <아티스트>를 다룬 <당신의 심장은 두 번 뛴다: 열세 살의 여름, 아티스트>전, 대형 플랫폼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 작가들의 작품을 다룬 <색, 다른 만화>전, 2018년 세상을 떠난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임정규 감독을 돌아보는 <영원한 마루치: 임정규 감독 회고>전이 준비됐다.


2. 2206편에서 엄선한 상영작 64편

올해 SICAF가 준비한 상영작은 총 64편. 각국에서 공모한 2206편 중 최종 69편이 본선에 진출했고, 그중 온라인 상영을 허가한 64편이 최종 상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상영 섹션 중 특별히 관심이 가는 섹션은 'SICAF 월드포커스' 부문.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큰 독립단편애니메이션 영화제 '우크라이나 리놀리움 현대애니메이션&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의 작품을 준비했다. 국제경쟁 섹션 중 'SICAF TV&커미션드'는 CF와 뮤직비디오 중 상업적 분야에서 독특한 상상력과 독창적인 표현을 선택한 애니메이션을 만날 수 있다.

'SICAF TV&커미션드'의 상영작들

<야콥과 미미와 말하는 개>(왼쪽), <스트라이크>

<스푸키즈 극장판 비밀과외>(왼쪽), <더 롱레그>

올해 국제경쟁에 진출한 장편 네 작품은 모두 각양각색의 특징이 돋보인다. <야콥과 미미와 말하는 개>는 보기 드문 라트비아산 애니메이션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2D 애니메이션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더 롱레그>는 3D기법을 차용하되 '키다리 괴물 전설'의 스토리를 반영하듯 다소 섬뜩한 작풍을 보여준다. 한국 애니메이션 <스푸키즈 극장판 비밀과외>는 초등학교에 사는 드라큘라, 강시, 도깨비 등 전설 속 요괴들이 초등학생 한나에게 정체를 들키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을 귀여운 3D 캐릭터에 담았다. 영국의 <스트라이크>는 금광에서 일하는 두더지 몽고 모리슨이 축구 선수의 꿈을 이루는 (축구 종주국다운) 스토리를 스톱모션 기법으로 그려낸다. 각기 다른 국가, 기법을 차용한 이 네 작품 중 어떤 영화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을지 결과도 궁금하다.


3. 성우데이 및 부대 행사들

SICAF에서 여는 '성우데이' 일정

영화제라면 응당 영화인과의 만남이 중요하듯,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라면 당연히 작품의 숨결을 불어 넣는 이들과의 만남이 중요한 법. 현장에서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우리가 사랑한 목소리의 주인공들을 대면할 수 있다. SICAF가 준비한 성우데이는 이틀. 하루는 강수진, 최덕희, 정미숙, 김장, 문선희 성우와 함께 1990년대, 2000년대를 모험의 시간으로 채우고 지금도 열일 중인 성우들이 '꿈, 희망, 용기'라는 주제로 팬들을 만날 것이다. 두 번째 성우데이는 '신의 탑에 오르라'는 주제에서 엿보듯 <신의 탑> 애니메이션의 주역 김명준, 심규혁, 양정화, 최낙윤 성우가 함께한다.

KBS가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를 전회 공개한 것에 이어 SICAF는 'SICAF 레전드'로 특별영상을 준비했다.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특별영상은 해당 작품 제작 당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외에도 SICAF는 유튜버 셀프어쿠스틱의 스톱모션 제작기, 캐릭터의 얼굴로 보는 관상카페, 온라인 포토존, 덕질 모의고사 등의 부대행사를 실시한다.


이번 SICAF는 '심리 방역'이란 단어로 페스티벌을 요약했다. 온라인 페스티벌을 주최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방역지침은 지키되, 심신이 지친 대중의 마음을 애니메이션으로 치유하겠다는 취지가 역력하다. 올해 24회를 맞이한 SICAF에 발맞춰 거리는 지키고 마음은 가까워지는 애니메이션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면 어떨까. 2020년 SICAF는 11월 11일부터 15일까지 공식 홈페이지와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열린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