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사회주의 작가 잭 런던(Jack London)의 후기 대표작 <마틴 에덴>(1909)을 영화로 옮겼다. 비천한 선원 마틴 에덴이 부유한 집안의 딸 루스의 사랑을 얻기 위해 글을 쓰지만 결국 계급간의 모순을 마주하고 좌절하게 된다는, 잭 런던의 자전적인 경험이 담긴 소설이다. 마우리치오 브라우치는 소설 <마틴 에덴>을 "우리의 이야기"라며 피에트로 마르첼로에게 소개해줬고, 그로부터 근 20년이 지나 영화 <마틴 에덴>이 탄생하게 됐다.
영화는 원작과 다른 노선을 택한다. 이제 막 20세기에 들어선 미국 오클랜드를 배경으로 한 원작의 설정은, 컬러TV는 있되 모든 연락이 편지로만 이루어지는 시대를 종잡을 수 없는 이탈리아 나폴리로 옮겨갔다. 주인공 마틴에게 사랑과 좌절을 선사하는 루스는 엘레나가 되었고, 루스의 이름은 마틴의 재능을 유일하게 알아보고 북돋아 준 중년의 사내에게 붙여졌다. 계급으로 인한 사랑의 균열을 그리는 뼈대는 비슷하지만, 사랑과 세속적인 성공보다는 자신의 세계에 대한 인정 욕구에 더 무게를 싣고 사회주의를 중심으로 한 이데올로기 문제를 덧붙이면서 잭 런던의 세계를 뛰어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