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승리호>는 우주 쓰레기를 주워 돈을 버는 우주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우연히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돈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1. 우리나라 법에도 금융거래제한대상자가 있습니다.
김태호(송중기)는 지구에서 UTS로 입양된 자로, UTS 기동대 지휘관이었습니다. 소년병 출신인 태호는 과거 전투를 수행하던 중에 고아가 된 여자 아기 순이를 규정을 어기고 키우다가 기동대장에서 파면됩니다. 그 후 순이가 사고로 죽자, 우주 궤도를 떠돌고 있는 순이의 시신을 거두기 위해 수색기관에 돈을 내야 하는데, 모니터에 김태호에 대해 ‘UTS 시민권 박탈, 자산동결, 금융거래중지’가 뜨면서 현금거래만 가능해집니다.
현실에서도 이런 상황이 가능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도 금융거래가 제한되는 자가 있고, 실제 은행에서 금융거래를 할 때 고객이 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뜨면, 은행 직원은 그 고객과는 금융거래를 하면 안됩니다. 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지정된 자는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금융거래를 할 수 있고, 은행 직원은 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지정된 고객이 금융위원회 허가없이 금융거래를 하려는 것을 알게 되면 즉시 관할 수사기관에 신고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이것을 위반하면 그 직원과 은행 모두 제재를 받을 수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이런 제도가 왜 생겼고 도대체 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지정된 자는 누구인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지정되는 자는 테러자금을 조달하거나 핵무기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개인, 법인 또는 단체로, 이들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가 ‘금융거래등제한대상자’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지정되면 말 그대로 금융거래를 하는 것이 제한되는데요. 이런 내용은 일명 ‘테러자금금지법’에서 정하고 있고 법상 표현은 ‘공중 등 협박목적을 위한 자금’인데 쉽게 표현하면 테러자금을 의미합니다. 이 법은 일반인과는 거의 관련 없는 법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법이 만들어진 이유에는 미국의 911테러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마약자금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 제도가 그 후 마약자금 이외에 전세계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테러, 핵무기 등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테러청정국가로 인식되고 있어서 테러자금금지법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 금융당국은 테러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불법자금세탁행위를 방지할 필요성이 높기 때문에 은행에 대한 규제가 엄격합니다. 은행이 우리나라 법규만 준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의 해외지점은 현지국가의 법규를 준수해야 현지국가의 규제, 즉 천문학적 수준의 벌금이나 인가취소 같은 행정제제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위원회도 법에 따라 금융거래제한대상자를 지정해서 고시하는데 2020년 12월 17일 기준으로 총 686명의 개인, 단체가 지정되어 있고, 명단은 금융정보분석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명단을 살펴보면, 탈레반 및 알카에다 관련자, 북한의 주요 금융기관 및 인물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대상자(SDN List)는 미국 내 해당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 리스트에 있는 대상자와 거래할 경우 미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접근 제한, 대규모 제재금 부과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이러한 내용을 금융정보분석원에서도 고시하고 있습니다. 기사에 나온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프랑스 은행의 뉴욕지점이 과거에 당시 제재대상국인 이란, 수단 및 쿠바 국적의 기업과 금융거래를 한 사실을 은폐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89.7억 달러(약 10조 3648억 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5년간 미국 내 외환거래가 금지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2. 독신자도 입양을 할 수 있지만 제한이 있습니다.
태호는 영아로 보이는 순이를 입양해서 키우다가 결국 기동대장에서 파면을 당하는데요. 영화에서 태호는 미혼으로 보이는데 입양이 가능할까요? 과거에는 양친 자격에 ‘혼인 중일 것’이 요건이었고, 이 요건을 반대로 해석하면 미혼자는 양친자격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2007년 법개정으로 ‘혼인 중일 것’을 삭제하여 독신자도 입양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입양의 종류는 일반입양, 친양자입양, 기관입양으로 나눌 수 있는데 친부모 등 보호자가 없는 18세 미만 아동인 경우에는 기관입양을 통해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입양이 가능합니다. 일반입양과 친양자입양은 입양 후 친생부모와 관계가 유지되는지 여부에 따른 구별로, 친양자입양이 되면 친생부모와의 관계는 종료되고 양부모의 완전한 친자녀와 같이 되기 때문에 재판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요건도 더 엄격합니다.
입양을 할 수 있는 양친자격은 민법상 성년자여야 하고(미혼, 자식 유무 불문), 만약 기혼자라면 부부가 공동으로 입양해야 하며, 연장자, 존속은 양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만약 동갑일 경우에는 생일이 하루라도 늦다면 법상으로는 양자가 될 수 있어요.
친부모가 없거나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 양육할 능력이 없는 등의 경우에는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양친자는 25세 이상, 양자와 양부모의 나이 차이가 60세 이내여야 하고, 외국인은 25세 이상 45세 미만이어야 합니다. 실무상 독신자에 대해서는 35세 이상이고 양자와의 나이 차이가 50세 미만일 것을 요구하여 요건이 더 엄격하고, 독신자에 대한 가정법원의 입양허가 비율도 낮은 편입니다. 그리고 독신자는 친양자입양은 안 되고 일반입양만 가능합니다. 친양자입양의 요건이 3년 이상 혼인 중 부부로서 공동입양일 것 등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독신자는 ‘혼인 중 부부’요건을 충족하지 못해서 친양자입양은 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헌법소원이 있었지만, 독신자가 일반입양은 가능하므로 친양자입양을 못하게 한다고 해서 독신자의 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여 합헌결정이 나왔습니다.
현행법에 비춰보면, 태호는 미혼이어도 입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무상 35세 이상이어야 하는데 영화에서 나이가 분명하게 안 나와서 이 부분은 알 수 없지만, 입양이 가능하더라도 친양자입양은 안되고 일반입양만 가능하므로 순이와 친부모의 관계는 존속합니다. 일반입양은 원칙적으로 친부모의 성과 본을 따르지만 양자의 복리를 위해서 법원의 허가를 받아 양친의 성과 본으로 변경할 수 있으므로 순이가 태호의 성을 따서 김순이로 하려면 법원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영화 <승리호>를 법률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글 |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