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브리 라슨에게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룸>이 5년 만에 재개봉 했다. 괴한에게 납치돼 7년 동안 감금당한 여자 조이(브리 라슨)가 그곳에서 낳은 아들 잭(제이콥 트렘블레이)과 함께 살다가 탈출한 후 망가진 삶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룸>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한다.


── 원작 소설의 작가 엠마 도나휴는 2010년 소설을 발표하기 전, 각본으로 먼저 <룸>의 이야기를 썼다. 소설 출간 후 많은 영화화 제안들을 창작적 견해 차이로 거절해오던 중,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이 이미 각본이 있다는 걸 모른 채 직접 쓴 10페이지의 편지를 받고 에이브러햄슨이 감독을 맡는 걸로 영화화를 승낙했다. (<룸>이 개봉하기 3년 전인) 2012년에 에이브러햄슨은 도나휴의 집에서 일주일간 머무르며 각본을 수정했다. 도나휴는 <룸>으로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등의 각본상 후보에 올랐고, 2017년 고향인 더블린에서 공연된 연극 또한 직접 각색을 맡기도 했다.

엠마 도나휴

── 엠마 도나휴의 도움으로 <룸>은 캐나다의 펀딩을 받을 수 있었고,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 시를 대체해 캐나다 토론토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숏 텀 12>

── 레니 에이브러햄슨이 조이 역의 배우를 찾을 당시 한 관계자가 그에게 <숏 텀 12>(2013)의 브리 라슨을 보라고 권했다. 보자마자 그는 라슨이 캐릭터에 적응하는 능력에 완전히 탄복했다. 그가 원하던 것이 바로 거기 있었다.

브리 라슨(왼쪽)과 셰일린 우들리

── 셰일린 우들리와 브리 라슨. 실제로도 절친 사이인 그들은 마지막까지 조이 역에 고려된 배우들이었다. 엠마 왓슨, 루니 마라, 미아 와시코브스카 등도 물망에 올랐다.

── 2000명이 넘는 아역배우들의 오디션 비디오를 본 후에야 캐나다 밴쿠버 출신의 제이콥 트렘블레이를 만날 수 있었다.

브리 라슨, 제이콥 트렘블레이

──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브리 라슨에 대해 물어볼 것이 없느냐고 물었다. 트렘블레이가 궁금했던 건 세 가지. 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 무슨 동물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스타워즈>를 좋아하는지.

── 브리 라슨은 한 달 동안 자기 집에서 햇빛이 들지 않는 상태로 전화와 인터넷 없이 스스로를 고립시켰고, 조이와 잭이 경험했을 법한 걸 체험하기 위해 엄격한 식단까지 소화했다. 평소 자신이 집에 있는 것을 선호해서 고립된 한 달이 나름 휴가가 되지 않을까도 생각했지만, 마지막 주 즈음엔 극심한 우울에 빠진 채 하루 종일 울었다. 또한 트라우마 전문가와 함께 조이처럼 감금된 사람의 심리 상태를 조사했다.

── 5살 잭을 연기할 당시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8살이었다. 영화는 잭이 커가는 걸 제대로 보여주기기 위해 시간 순으로 촬영됐다. 잭의 장발은 사람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을 쓴 것.

── 초반 촬영은 3.4m x 3.4m 면적의 작은 세트 한 군데에서만 이루어졌다. 원작소설에선 그보다도 좁은 공간이었지만, 촬영 장비를 둬야 하기에 그나마 넓은 공간으로 설정했다. ‘밀실공포’의 테마를 보여주기 위해서 벽을 없애면서까지 여분의 공간을 마련하지 않았고, 부엌이나 욕실 등을 찍을 땐 특히 많은 아이디어를 요할 수밖에 없었다. 레니 에이브러햄슨은 촬영 과정이 마치 테트리스 같았다고 말했다.

── 배우들은 세트장 속 장식들을 직접 만들어서 공간을 꾸몄다.

──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매우 노련한 배우였지만 생일 케이크에 촛불이 없어 잭이 화가 난 장면에선 브리 라슨에게 소리 지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은 모든 스태프들이 펄쩍펄쩍 뛰며 소리치게 해서 트렘블레이가 직접 소리 지를 수 있도록 도왔다.

── 촬영 중 휴식 시간 동안, 브리 라슨은 저 구석에서 10대 시절 조이의 일기를 쓰곤 했다.

── 조이의 어머니 역을 조앤 앨런이 맡게 되면서 그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앨런은 조이의 엄마 낸시를 준비하면서 납치 피해 아동의 어머니들에게 자문을 받지 않고, 자기 딸이 어릴 때 쇼핑몰에서 없어졌던 순간을 떠올렸다.

<룸>

── 조앤 앨런과 함께 조이의 아버지를 연기한 윌리엄 H. 메이시는 <플레전트빌>(1998)에서도 부부를 연기한 바 있다.

<플레전트빌>

── 낸시의 새로운 남편 레오를 연기한 톰 맥카머스는 원래 올드 닉의 오디션을 봤다.

<룸>의 네오, 올드 닉

── 원작소설에서 조이는 올드 닉에게 강간당해 아이를 낳지만 출생 직후 사망했다. 조이는 그 아이의 죽음이 올드 닉의 불찰이었다고 생각해, 잭이 태어날 땐 그의 도움을 거절하고 그가 잭을 만지거나 쳐다보는 것조차 막는다.

── 조이와 잭을 감금시킨 이의 이름인 올드 닉은 말 그대로 나이든 닉이라는 것 동시에 17세기 중반 이후 크리스천 사이에서 악마를 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 감금당하기 전 조이의 방엔 밴드 팬텀 플래닛의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촬영 당시 브리 라슨과 팬텀 플래닛의 보컬 알렉스 그린왈드는 사귀고 있었고, 2016년 약혼해서 3년 후 헤어졌다.

브리 라슨과 알렉스 그린왈드

── 영화 속에서 TV 앵커를 연기한 배우 이지윤은 실제 토론토의 방송국 ‘CP24’의 뉴스 앵커이기도 하다.

── 메건 파크는 고등학교 시절 조이의 친구를 연기한 신을 촬영했지만, 레니 에이브러햄슨은 그 대목이 영화를 질질 끌게 만든다고 생각해서 결국 삭제됐다. 메건 파크의 이름은 크레딧에도 오르지 못했다.

── 미술감독 에단 토브먼은 마지막 장면에 눈 내리기를 바랐다. 인공 눈을 사용하는 건 예산을 크게 높여서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촬영 당시 하늘에서 기적처럼 눈이 내리기 시작해서 결국 <룸>의 마지막 장면에서 눈 내리는 풍경을 만날 수 있게 됐다.

── 브리 라슨은 <룸>으로 2016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캐롤>의 케이트 블란쳇, <조이>의 제니퍼 로렌스, <45년>의 샬롯 램플링, <브루클린>의 시얼샤 로넌이 후보였다.

── 후보에 오른 작품들 중 ‘조이’가 주인공인 작품이 3개나 있었다.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과 제니퍼 로렌스 주연의 <조이>, 그리고 <룸>.

<룸> / <인사이드 아웃> / <조이>

── 배급사 A24이 배급한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수상까지 이어진 건 그 이듬해인 <문라이트>(2016). 이후 <레이디 버드>(2017)와 <미나리>(2020)가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