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1년여 동안 개봉 연기를 거듭해 온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이하 ‘F9’)가 드디어 개봉을 합니다. 다음 달 25일 북미 개봉에 앞서 5월 19일 우리나라를 시작으로 5월 20일 러시아, 중동, UAE, 5월 21일은 중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에서 차례차례 개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먼저 북미 시장부터 잠시 살펴보면, 전통적 북미 최고의 시장은 연간 수입의 대략 40%를 차지하고 있는 여름 시즌입니다, 5월 마지막 주 메모리얼 데이 직전에 시작되어 8월까지 이어지는데 이 기간에는 독립기념일 연휴와 긴 여름방학이 존재합니다. 이 시장을 ‘화약을 지고 불 속으로 들어가는 시즌’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유난히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이를 빗대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F9이 여름 시즌의 시작인 5월이 아닌 6월 개봉을 택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최대한 늦춰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미국은 백신 접종 완료가 아직 40%대이고 여전히 문을 닫고 있는 극장이 35%나 됩니다.)

F9은 프랜차이즈 영화입니다. 그래서 시리즈의 성적을 살펴보았습니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2015)

2001년부터 시작해 2019년까지 총 9편을 이어 온 <분노의 질주> 시리즈, 스핀오프인 <분노의 질주: 홉스&쇼>를 빼면 이번에 개봉되는 <F9>이 <분노의 질주>의 9탄이 됩니다. <분노의 질주>가 블록버스터급 영화로 그에 걸맞은 흥행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은 2009년 4탄인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부터로 이후 2010년대 최고 프랜차이즈 영화 중 하나로 자리 잡습니다.

2021년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F9>이 20주년 기념작으로 그에 맞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영화 전문 월간지 BOXOFFICE PRO에서는 이 영화를 최종 1억 4천만 달러에서 2억 1천만 달러까지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2021년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면서 시장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성장 수요지표가 새롭게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국내 상황도 살펴보겠습니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2017)

국내시장에서 <분노의 질주>시리즈가 흥행영화 범주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7탄인 <분노의 질주: 더 세븐>부터로 이 영화가 300만 명을 넘기면서 이후 300만 영화로 대접을 받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른 프랜차이즈 영화와는 달리 성적이 갈수록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과연 코로나19 정국에서 이 영화가 어느 정도의 스코어를 올릴 수 있을까? 코로나 19 상황에서 흥행된 외화 중 최고는 <소울>로 200만 명을 조금 넘긴 수준입니다. 현재로서는 200만이 한계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19 정국에서 개봉된 외국영화 흥행순위

그러면 한국영화 시장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코로나 19 정국에서 개봉된 한국영화 흥행순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400만 명을 넘김으로써 코로나 정국 최고선은 400만 명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F9>은 어떨까? 일단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시장에서 <분노의 질주>에 대한 잠재 관객은 360만대로 파악됩니다. 거기다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고 5월 시장은 아직은 여름 시장이 아니라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400만 명은 힘든 스코어임에 분명합니다.

2010~19년 월별 평균 관객수 그래프

그러면 300만 명은 가능할까? <F9>이 힘겨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300만으로 가기 위한 선착점으로 첫 주말 95만 명까지 무조건 동원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선적으로 전체 사이즈 즉 주말 전체관객수가 최소한 110만 명을 넘겨야 합니다. 하지만 올해 주말 전체관객수를 보면 13주차에 57만 명이 최고였습니다. 110만이 되려면 2배나 더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이렇게 관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을까? 이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냉정하게 <F9>에 대하여 예상을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예매 상황은 매우 좋습니다. 여기에 여름철이 다가옴에 따라 억눌린 수요가 조금 터져 줄 거란 기대도 가능해 보입니다. 개봉 주말 전체관객수는 약 70만 명이 될 것으로 보이고, 여기서 <F9>이 90%를 점유하여 첫 주말 63만 명을 동원하면서 최종 관객수 예상치는 170만 명이 됩니다. 물론 뒤에 오는 경쟁영화에 따라 변수는 존재합니다. 여하튼 <F9>은 코로나 정국에 개봉된 외국영화 중에서 4위 자리는 확보한 셈입니다.

여전히 시장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관객이 예전 수준으로 바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는 그 자체로 불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 편 한 편 이렇게 개봉을 하다 보면 극장 암흑기도 예상보다는 짧아지지 않을까요. 이런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시장에서 반을 담당해줘야 하는 한국영화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올 한해 시장에서 한국영화 점유율은 23%입니다. 반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보따리에 싸져 있는 한국영화만 해도 60편이 넘습니다. 그 대부분이 또한 극장과 배급사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회사들 것이기에 아쉬움이 큽니다. 마음 같아서는 어서들 풀어서 집 나간 관객들 다시 불러왔으면 하는데 말이죠. 풀지 않는 보따리만 들고 있는 한국영화 배급사보다 하나라도 풀어 보려 애쓰는 할리우드 직배사들이 지금은 많이 고맙네요.


글 |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 《영화 배급과 흥행》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