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같이 오기로 했던 리젠트 공원의 분수대에서 잠든 에스텔라는 거기서 재스퍼와 호레이스를 만난다. 경찰을 피해 줄행랑을 친 그들은 함께 지내기로 한다. 두 친구와 먹고살기로 작정한 에스텔라는 바로 머리에 염색약을 붓고, 고개를 들면 10년이 훌쩍 지나 성인이 된 자주색 머리의 에스텔라(엠마 스톤)가 나타난다. 그리고 동시에 롤링 스톤즈의 노래 'She's a Rainbow' 도입부 피아노 연주가 시작된다. 어느새 오랜 세월이 흘러 제법 아늑하게 꾸며진 아지트에서 그들은 가족처럼 지낸다. 이 가족의 특기는 다름 아닌 도둑질. 온갖 범죄로 생계를 잇는 가운데, 에스텔라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꿈을 버리지 않고 의상을 만든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삶이지만 경쾌하게 짜여진 편집과 음악이 나름 유쾌함을 유지하게 한다. 'She's a Rainbow'는 평소 대개 롤링 스톤즈 노래답지 않게 피아노와 스트링을 전면에 내세운 아기자한 트랙인데, 이 곡은 롤링 스톤즈가 라이벌로 회자되던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에 자극 받고 만든, 가장 이질적인 스톤즈 앨범으로 손꼽히는 <Their Satanic Majesties Request>에 수록됐다. 물건으로 훔치러 들어온 호텔 방에서 저 멀리 바로네스의 광고판을 보며 "난 느꼈어. 더 할 일이 있다는 걸, 엄마도 그걸 원한 거라는 걸" 하는 내레이션이 깔리면서 음악은 서서히 잦아들고, <이브의 모든 것>(1950) 속 베티 데이비스의 웃음과 묻혀 사라진다. 한편, 롤링 스톤즈의 또 다른 걸작 'Symphathy for the Devil'이 <크루엘라>의 피날레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