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로맨스 <새콤달콤>과 판타지 로맨스 <간 떨어지는 동거>를 동시에 선보이게 됐다. 장기용에게 판타지 장르는 또 새로운 도전이다.
일단 해보고 싶었던 장르라 설렜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어려웠다. 우여(장기용) 옷을 입고 우여 머리 스타일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서니 또 다르더라. 초반에 우여곡절이 있었다. 감독님이나 상대 배우 혜리 씨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 단단해졌고. 초반은 내가 봐도 아쉬운 점들이 좀 있는데,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끝까지 힘 빠지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으로서의 책임감도 잃지 않고.
작중 몽환의 세계에 몰입해야 하는 작업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장르이기도 하다.
대본에 충실하려 했다. 장르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서 초능력을 쓸 때 분위기 같은 걸 참고하려 <도깨비> <별에서 온 그대> 등의 작품을 보긴 했다. 그래도 따라 하는 것보다는 장기용의 우여를 만들려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우여의 섹시함이 드러날 거라 나도 기대하고 있다. 잘 나왔으면 좋겠다.
다른 작품을 참고했다고 해서 생각 난 건데. 얼마 전 이수혁을 인터뷰했다. 소속사 선배이기도 하고 모델 선배이기도 하고. 판타지 전문 배우이지 않나. 혹시 이수혁 작품 중엔 참고한 게 없나.
수혁이 형, <밤은 걷는 선비>를 잘 봤다! 잘 좀 써주시라. (농담) (소곤소곤)
장혁이 처음 등장했던 장면과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그가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이기도 한다. <킬잇> <본 어게인> 등의 작품에서 극과 극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선악이 공존하는 배우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일단 그렇게 봐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한 작품에서 두 가지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고 재밌다. 내가 장르물을 많이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상상력을 통해 연기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상상해서 표현해냈을 때의 희열감도 있고. 최근에는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같이 힘 빼는 연기를 주로 해왔는데. 이것저것 경험하면서 연기라는 것에 적응하고 있다. 전보다 편해지기도 했고. 장르물이든 로맨스든 코믹이든 사극이든, 다 잘하고 싶다. 지금이 딱 도전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30대 후반엔 또 내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코믹 하니까 생각나는 작품이 있다. 인터뷰 준비하면서 최우식 배우와 유사 연인으로 함께한 <썸남>을 봤다. 재밌더라. 짧아서 정주행하기도 좋고.
<썸남>을 보셨구나. 그거 보셨으면 대화가 또 되지. (웃음) 처음으로 내가 캐릭터로 들어가서 연기한다는 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느낌은 있는데, 방법은 잘 몰랐다. 그래서 지금 생각했을 때 아쉬운 점은 꽤 있다. <썸남> 자체가 병맛이 매력인 작품이라 (웃음) 우식이 형의 연기를 내가 더 잘 받아쳤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같은 거. 아쉬움도 남았지만 감사하며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