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코로나19 여파로 개최되지 못했던 칸 국제영화제가 올해는 개최 시기를 2달가량 늦춰 7월 6일 개막한다. 아쉽게도 올해는 한국영화가 경쟁부문 후보에 들지 못했지만, 전세계 영화 팬들이 손꼽아 기다릴 감독들의 신작 24편이 공개될 예정이다. 올해 심사위원장 스파이크 리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은 무슨 작품에 수상의 영예를 안기게 될까.


아네트

Annette

by

레오스 카락스

올해 칸 영화제 개막작은 프랑스의 거장 레오스 카락스가 연출한 '영어' 영화 <아네트>다. 전작 <홀리 모터스>(2012)는 <폴라 X>(1999) 이후 13년 만에 내놓은 장편이었다면, <아네트>는 9년 만의 신작이다. 카락스는 모든 전작의 시나리오를 혼자서 써왔는데, 이번 작품은 미국 록 밴드 스팍스(Sparks)의 두 (형제) 멤버 론 마엘, 러셀 마엘과 함께 썼고, 그들이 직접 음악까지 담당했다. 영화는 도발적인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버)와 세계적인 소프라노 앤(마리옹 꼬띠아르)가 아이 아네트를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6년 말 경부터 아담 드라이버와 루니 마라가 두 주인공을 연기한다고 발표됐지만, 제작이 연거푸 미뤄지는 사이, 루니 마라에서 미셸 윌리엄스로 캐스팅이 바뀌었다가, 결국 프랑스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마리옹 꼬띠아르가 앤 역을 맡게 됐다.


베네데타

Benedetta

by

폴 버호벤

개최되지 못한 작년 칸 영화제의 '공식 선정작' 중 하나였던 <베네데타>는 올해 드디어 공개된다. <원초적 본능>(1992) <쇼걸>(1995) <엘르>(2016) 등 섹슈얼리티를 전면에 내세운 도발적인 스릴러로 유일무이한 영화 세계를 구축한 폴 버호벤은 1986년 발간된 논픽션 <수녀원 스캔들 -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한 레즈비언 수녀의 삶>을 원작으로 한 <베네데타>로 다시 한번 성에 관한 파격적인 질문을 던진다. <엘르>와 <시빌>(2019) 등에 출연한 배우 비르지니 에피라가 주인공 베네데타 수녀로 활약한다. <엘르>의 주요 스태프였던 프로듀서 세이드 벤 세이드,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 버크, 음악감독 앤 더들리, 편집자 욥 터 버그 등이 고스란히 참여하고 있어 <엘르>에 열광했던 이들에겐 최고의 기대작일 것이다.


베리만 아일랜드

Bergman Island

by

미아 한센 뢰베

<에덴: 로스트 인 뮤직>(2014), <다가오는 것들>(2016) 등으로 일취월장하는 연출력을 뽐냈던 미아 한센-러브는 5년 만에 신작 <베리만 아일랜드>를 칸 영화제를 통해 처음 선보인다. <내 아이들의 아버지>(2009)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수상한 한센-러브가 칸 경쟁부문에 오른 건 이번 작품이 처음이다. 영화를 만드는 미국인 부부가 스웨덴의 거장 감독 잉마르 베리만이 영감을 받았던 섬으로 떠나 그곳에서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릿한 경험을 한다는 이야기. 2017년 당시엔 그레타 거윅과 존 터투로가 주인공 부부에 캐스팅 돼 있었지만, <팬텀 스레드>(2017)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비키 크리엡스와 쿠엔틴 타란티노가 특별히 사랑하는 배우 팀 로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그들이 섬에서 만나는 또 다른 커플은 미아 와시코브스카와 아네르스 다니엘센 리가 연기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

ドライブ・マイ・カー (원제)

Drive My Car (영제)

by

하마구치 류스케

하마구치 류스케는 비전문 배우들과 함께한 5시간 17분 러닝타임의 영화 <해피 아워>(2015)와 처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아사코>(2018)로 당대 일본에서 가장 실력 있는 감독으로 손꼽히고 있다. 각본을 쓴 <스파이의 아내>(2019)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새 연출작 <우연과 상상>(2021)이 베를린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데 이어, 또 다른 신작 <드라이브 마이 카>가 칸 경쟁부문에 오르면서 탄탄대로를 이어간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비틀즈의 노래에서 제목을 따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각본 파트너였던 아내를 잃은 연극 감독이 히로시마에서 한 작품을 맡고, 말이 없는 여자가 그의 운전기사로 기용되면서, 두 사람의 과거가 서서히 드러난다. 50페이지 분량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지만 러닝타임은 3시간에 달한다고.


프렌치 디스패치

The French Dispatch

of the Liberty, Kansas Evening Sun

by

웨스 앤더슨

만드는 작품마다 전세계 영화 팬들을 '눈호강' 시켜주는 웨스 앤더슨의 신작 <프렌치 디스패치> 역시 작년 칸 영화제 '공식 선정작'이었고 올해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영화 촬영은 이미 2019년 3월에 마쳤지만 작년부터 개봉이 계속 미뤄지다가 결국 올해 칸에서 처음 대중 앞에 공개될 예정이다. 68혁명이 한창인 프랑스의 가상 도시에서 미국 신문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그린 <프렌치 디스패치>는 프란시스 맥도맨드, 틸다 스윈튼, 레아 세이두, 빌 머레이, 시얼샤 로넌 등 웨스 앤더슨 영화에 출연한 바 있는 배우들이 대거 포진된 가운데, 티모시 샬라메가 처음 웨스 앤더슨 영화의 얼굴이 됐다.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도 당해내지 못할 궁극의 캐스팅이다. <다즐링 주식회사>(2007)부터 꾸준히 웨스 앤더슨과 시나리오를 써온 로만 코폴라와 제이슨 슈워츠먼, 그리고 <뉴욕 타임즈> 신문의 일러스트레이터 휴고 기네스가 함께 이야기를 썼다.


아헤드의 무릎

הדרך

Ahed's Knee

by

나다브 라피드

이스라엘 출신의 시네아스트 나다브 라피드는 베를린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하고 그 해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 빈번하게 오른 <시너님스>(2019)에 이은 신작 <아헤드의 무릎>으로 처음 칸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40대 중반의 이스엘 영화감독은 최근작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기 위해 외딴 사막마을에 도착하고, 그 곳에서 문화부 직원인 한 여자를 만나, 자신을 괴롭혀온 문제인 자유의 죽음과 제 어머니의 죽음을 대면한다. 낯선 땅을 밟은 한 남자의 황량한 마음을 따라간다는 점에서 <시너님스>의 문제의식을 이어가는 것 같다.


카사블랑카 비츠

Haut et fort

Casablanca Beats

by

나빌 아유쉬

모로코 감독 나빌 아유쉬는 전작 <신의 전사들>(2012)과 <머치 러브드>(2015)가 각각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주간'에 초청되면서 칸 영화제와 연을 맺어왔고, 새 영화 <카사블랑카 비츠>로 드디어 경쟁부문에 입성하게 됐다. 제목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카사블랑카 비츠>의 소재는 힙합이다. 래퍼였던 주인공이 문화 센터에서 일하면서 카사블랑카의 슬럼가인 시디 무멘에 사는 학생들의 선생님이 되면서 힙합 문화를 통해 그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일깨워주는 과정을 그린다. 실제로 래퍼로 활동하다가 '힙합의 긍정적인 학교'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아나스 바스부시의 활동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영화고, 바스부시가 직접 주인공까지 연기했다.


6번 칸

Hytti nro 6

Compartment No. 6

by

유호 쿠오스마넨

<6번 칸>은 데뷔작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2016)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최고상을 차지한 핀란드 감독 주호 쿠오스마넨이 5년 만에 발표하는 새 영화다. 1962년을 배경으로 한 전작이 남자 아마추어 복서가 주인공이었다면, 1996년 설정의 <6번 칸>은 마음의 짐을 품은 채 모스크바를 떠나는 핀란드인 여학생 로라를 따라간다. 로라는 만년이 넘은 암벽 그림을 보러 무르만스크로 떠나는 열차에서 러시아 광부 바딤을 만나고 그가 악덕 업주에 맞서 싸우는 걸 돕게 된다. 예술이 목적이었던 여정이 우연한 만남으로 인해 노동의 현장을 향해 간다는 설정이 인상적이다.


모든 것이 잘되었어

Tout s'est bien passé

Everything Went Fine

by

프랑수아 오종

프랑스의 대표적인 감독 프랑수아 오종은 90년대부터 현재까지 오랜 공백기 없이 꾸준히 신작을 발표하고 있다. 작년 칸 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이기로 계획됐다가 결국 무산됐던 <썸머 85>(2020)가 개봉하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신작 <모든 것이 잘되었어>가 칸 경쟁부문 후보작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오종의 지난 작품 <스위밍 풀>(2003)과 <5x2>(2004)의 각본을 쓴 작가 엠마뉘엘 베른하임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모든 것이 잘되었어>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아버지가 깨어난 후에도 자기를 죽게 도와달라고 하는 부탁을 받는 딸 엠마뉘엘의 이야기다. 오종과는 처음 작업하는 소피 마르소가 주인공 엠마뉘엘을 연기했다.


플래그 데이

Flag Day

by

숀 펜

<라스트 페이스>

맞다, 배우 숀 펜의 연출작이다. 숀 펜은 1991년 감독 데뷔작 <인디언 러너>를 발표한 이래 꾸준히 연출과 연기를 병행 중이다. <인디언 러너>와 <크로싱 가드>는 각각 로카르노와 베니스 영화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세 번째 연출작 <써스펙트>(2001)로 처음 칸 경쟁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2016년 샤를리즈 테론과 하비에르 바르뎀 주연의 <라스트 페이스>도 칸 경쟁부문에 올랐는데, 당시 후보작들 가운데 가장 평이 좋지 않았다. 제 연출작에선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던 숀 펜은 신작 <플래그 데이>에서 사기꾼인 주인공 역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딸을 실제 숀 펜(과 로빈 라이트 사이에서 낳은)의 딸인 딜런 펜이 연기했다.


분열

La fracture

by

카트린 코르시니

2~3년에 한번 꼴로 꾸준히 신작을 내놓고 있는 프랑스의 여성 감독 카트린 코르시니는 <리플레이>(2001) 이후 20년 만에 칸 경쟁부문에 올랐다. 언제나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진중하되 부담스럽지 않은 드라마를 선보여온 코르시니의 신작 <분열>은 병원에서 이별을 앞두고 있던 두 여자가 갑작스러운 시위 때문에 병원 건물에 갇힌다는 이야기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여성배우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와 마리나 푸아의 호흡을 기대하게 된다.


프랑스

France

by

브루노 뒤몽

브루노 뒤몽은 두 번째 영화 <휴머니티>(1999)로 처음 칸 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에 올라 그해에 심사위원대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을 독식했고, 이후에도 칸을 통해 여러 신작들을 처음 공개해왔다. 신작 <프랑스>는 <슬랙 베이: 바닷가 마을의 비밀>(2016) 이후 <릴 퀸퀸> 시리즈와 <잔 다르크> 시리즈를 작업한 뒤 오랜만에 경쟁부문에 오른 작품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던 유명 저널리스트가 어느 날 프랑스 남부 지방을 여행 달리다가 차 사고를 당하면서 다른 삶을 모색한다는 이야기다. '프랑스'라는 제목은 말 그대로 나라 프랑스를 지칭함과 동시에 레아 세이두가 연기한 영화 주인공의 이름을 뜻한다.


영웅

قهرمان

A Hero

by

아쉬가르 파라디

당대 이란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 아쉬가르 파라디는 이란 배우들만 출연하는 영화와 프랑스, 스페인 등 다른 국적의 배우들과 함께 한 영화를 오가는 필모그래피를 구축해오고 있다. 페넬로페 크루즈/하비에르 바르뎀 부부를 캐스팅 했지만 이전 만한 상찬은 받지 못한 스페인어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2018) 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 <영웅>은 아쉬가르 파라디의 영화엔 처음 출연하는 이란 배우 아미르 자디디와 모흐센 타나반데 등이 주요 배역에 캐스팅 됐다. 칸 경쟁부문에 오른 파라디의 '이란' 영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2013)와 <세일즈맨>(2016)이 각각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걸 생각해보면, <영웅>의 배우들에 대한 기대치도 한껏 높아진다.


메모리아

Memoria

by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태국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역시 칸 영화제의 편애를 받는 감독이다. 두 번째 영화 <친애하는 당신>(2002)이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받은 데 이어, <열대병>(2004)은 심사위원상을 <엉클 분미>(2010)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찬란함의 무덤>(2015) 이후 6년 만에 발표하는 새 장편 <메모리아>는 위라세타쿤이 고국 타이가 아닌 콜롬비아에서 촬영을 진행한 작품이다. 아픈 동생을 위해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 방문한 난초 재배자 역에 틸다 스윈튼이 캐스팅 돼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 사이를 제시하고 끝내 설득하고야 마는 감독이 그려내는 콜롬비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니트람

Nitram

by

저스틴 커젤

호주 출신의 감독 저스틴 커젤은 자국에서 찍은 일련의 영화를 통해 커리어를 쌓고, 최근 몇 년 <맥베스>(2015)와 <트루 히스토리 오브 켈리 갱>(2019) 등 영국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을 만들었다. 아직 백신이 보급되기 전 2021년 초 촬영한 새 영화 <니트람>은 오랜만에 호주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1996년 호주 최남단 지역인 포트 아서에서 35명이 죽고, 23명이 다친 사건 '포트 아서 학살'을 재현했다. <쓰리 빌보드>(2017)와 <겟 아웃>(2017)을 통해 널리 얼굴을 알린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소총을 가지고 사람들을 사살한 가해자 마틴 브라이언트 역을 맡았다.


올랑피아드

Les Olympiades

Paris, 13th District

by

자크 오디아르

2015년 황금종려상 수상작 <디판>의 자크 오디아르의 신작 <올랑피아드>도 올해 경쟁부문 후보에 올랐다. 올랑피아드는 프랑스 파리의 13구에 위치한 고층 주택 단지다. <뉴요커> 카투니스트 에이드리언 토미네의 <죽이는 것과 죽는 것>을 바탕으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의 감독 셀린 시아마와 <아바>(2019)의 감독 레아 미지위가 자크 오디아르와 함께 각본을 썼다. 친구이자 연인이기도 한 네 청춘의 일상을 따라가는데, 이들을 연기한 배우의 경력이 꽤 재미있다. 노에미 멀랑은 아델 에넬과 함게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이끌었고, 제니 베스는 영국의 록 밴드 세비지스의 보컬로 활동한 바 있다.


페트로프의 감기

Петровы в гриппе

Petrov's Flu

by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무명이었던 배우 유태오가 러시아 최고의 록스타 빅토르 최를 연기한 영화 <레토>는 2018년 칸 경쟁부문 후보 중 하나였다.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신작 <페트로프의 감기>는 <레토>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 같다. 음악과 사랑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1981년 여름(제목 'Leto'는 러시아어로 여름을 뜻한다)을 담았던 <레토>와 달리, <페트로프의 감기>는 소비에트 연합이 붕괴한 시대의 서늘하고 혼란스러운 공기를 재현한 것처럼 보인다.


레드 로켓

Red Rocket

by

션 베이커

"꿈이 이루어졌어요." 션 베이커 감독은 신작 <레드 로켓>이 경쟁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리트윗 하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탠저린>(2015),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등으로 영화 팬들의 두터운 신뢰를 쌓은 션 베이커는 4년 만의 새 장편을 칸 경쟁부문에서 처음 선보인다. <무서운 영화> 시리즈에 출연하고 래퍼로도 활동하는 배우 사이먼 렉스가 완전히 끈이 떨어진 포르노 배우 마이키 역에 캐스팅 됐다. 션 베이커의 오랜 시나리오 파트너 크리스 베르고흐와 함께 쓴 이야기는, 마이키가 아무도 자신을 반기지 않는 고향 텍사스로 돌아와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레스트리스

Les Intranquilles

The Restless

by

조아킴 라포스

에밀리 드켄, 뱅상 랭동, 베레니스 베조 등 프랑스의 명배우들과 작업해온 벨기에 감독 조아킴 라포스는 5년 만의 신작 <레스트리스>로 칸 경쟁부문에 초대됐다. 주연배우 레일라 베크티와 다미앙 보나르의 이름을 딴 두 주인공 레일라와 다미앙은 서로를 아주 많이 사랑하지만 다미앙의 양극성장애는 그들의 사랑을 어렵게 한다. 다만 다미앙은 자신이 레일라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줄 수 없다는 걸 앎에도 불구하고 레일라와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올해 경쟁부문 후보작 가운데 가장 단출해 보이는 설정인데 그만큼 그 안을 채운 감정의 파고는 상당할 것 같다.


링귀

Lingui

by

마하마트 살레 아룬

마하마트 살레 아룬은 중앙아프리카의 차드 공화국이 배출한 첫 장편영화 감독이다. <절규하는 남자>(2010)와 <그리그리>(2013)가 칸 경쟁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차드의 두 모녀에게 초점을 맞춘 <링귀>가 천착하는 것은 바로 낙태 문제다. 30세의 아니마는 신실한 무슬림이지만 하나밖에 없는 15살 딸 마리아가 임신하자 아이를 낙태하길 바란다. 모녀는 그들이 사는 나라에선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용납될 수 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게 될까.


내 아내의 이야기

A feleségem története

The Story of My Wife

by

일디코 엔예디

70년대 후반부터 단편/실험영화를 만들어온 헝가리 시네아스트 일디코 엔예디는 1989년 첫 장편 <나의 20세기>로 (그해 최고 데뷔작에 수여하는) 황금카메라상을 받았다. <내 아내의 이야기>는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2017)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헝가리 바깥에서 만든 첫 작품이다. 감독이 10대였을 때 가장 좋아했던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한 남자가 친구와 카페에서 다음에 들어오는 여자와 결혼에 성공하는 내기를 벌이는 이야기다. 올해 경쟁부문의 세 작품이나 참여한 레아 세이두가 일찌감치 여자 주인공 역에 캐스팅 됐고, 프랑스 배우 루이 가렐과 네덜란드 배우 하이스 나버르가 두 친구 역을 맡아, 영어 연기를 선보인다.


3개의 층

Tre piani

Three Floors

by

난니 모레티

<나의 즐거운 이야기>(1993)로 감독상, <아들의 방>(2001)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난니 모레티는 전작 <나의 어머니>(2015)에 이어 새 영화 <3개의 층>으로 다시 한번 칸 경쟁부문 후보가 됐다. 2019년 5월에 촬영을 마쳤지만 올해 드디어 공개된다. 감독이 직접 이야기를 쓴 전작들과 달리, 이스라엘 작가 에슈콜 네보의 소설로 처음 각색을 시도했다. 배경도 이스라엘 텔아이브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옮겨, 중산층 아파트에서 각기 다른 층에 사는 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티탄

Titane

by

줄리아 뒤쿠르노

프랑스 여성감독 줄리아 듀코나우는 강경한 채식주의자인 수의대생이 선배들의 괴롭힘으로 동물의 내장을 먹고 피를 뒤집어쓰는 경험을 한 후 섹스와 식인에 눈을 뜨게 된다는 파격적인 설정의 <로우>(2016)로 큰 주목을 받았다. 신작 <티탄> 역시 스릴러다. 배급사 '네온'은 정확한 시놉시스가 아닌 '티타늄'의 사전적 정의를 대신 배포했고, 예고편을 봐도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도통 감을 잡기 어렵다. 티타늄이라는 제목에, 기괴한 기구를 장착한 소녀의 모습이 담긴 티저 이미지까지, <로우>에 이어 다시 한번 인간의 육체를 소재로 한 공포를 퍼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악의 인간

Verdens verste menneske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by

요아킴 트리에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는 초기작 <리프라이즈>(2006)와 <오슬로, 8월 31일>(2011)을 잇는 '오슬로' 3부작의 마지막 <세계 최악의 인간>을 칸을 통해 공개한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유명 그래픽노블 작가와 사귀던 30세 여성 줄리는 파티에서 자기보다 어린 남자를 만나고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 근래 가족 간의 관계 회복을 그린 잔잔한 드라마(<라우더 댄 밤즈>), 북유럽의 스산한 풍경 아래 그려낸 마녀 이야기(<델마>)를 연출해온 요아킴 트리에는 사랑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오랜 바람으로 <세계 최악의 인간>을 만들었다. 또 다른 경쟁부문 후보작 <베리만 아일랜드>에도 출연한 앤더스 다니엘슨 리가 <오슬로, 8월 31일>에 이어 <세계 최악의 인간> 주연으로 캐스팅 됏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