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는 청각장애인이다. 청각장애인에 대해 많은 관찰이 필요했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장애를 영화에서 다루는 태도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었을 것 같고.
정말 관찰이 중요했다. 그 관찰을 어디에서 해야 하는가가 제일 고민이었다. 일반 학교에 진학하시는 농인분들도 있지만 그분들을 위한 전문학교도 있다. 경미는 입 모양을 읽는 구어를 하기 때문에 아마도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소리 내는 것을 배웠을 것 같았다. 특수학교를 생각한 이유였다. 학교에 가서 하루종일이라도 보고 배워야 하나 고민을 했다. 듣지 못하는 경미를 연기하기 위해 상상에만 의존하다 보면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진 선입견이나 편견이 반영될 것이 뻔했다. 학교에서의 관찰이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나름의 선한 의도이긴 하지만 그곳에 계신 분들은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선뜻 실행할 수는 없겠더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을 때 영화사에서 수어를 교육하는 학원을 제안했다. 다행히 그곳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영어학원 같은 곳이었다. 가족 중에 농인이 있어서 대화를 하기 위해 오시는 분부터, 수어 통역 자격증을 위해 오시는 분, 취미로 강의를 듣는 분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분들이 있었고, 취미반부터 심화반까지 단계에 맞는 수업도 가능했다. 원장 선생님은 청인이셨고, 강사 선생님들은 농인분들이셨는데 이분들은 워낙 가르치시는 것에 익숙하신 분들이라 내가 궁금한 것을 여쭤보는 것도, 수업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거부감이 없으셨다.
수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어떻게 얼마나 연습했나.
드라마 <초면에 사랑합니다>를 끝내고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대략 두달 정도 연습했다. 처음에는 일단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만 청인 선생님, 농인 선생님 두 분이 과외를 해주셨는데 하루, 첫 수업만에 다 끝난 거다. 그런데 이것만 하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평소대로 음성을 사용해서 연기하면 애드립도 할 수 있고, 특히 영화 현장은 드라마 현장보다 변수가 많은 현장인데 대본에 있는 것만 외우고 가면 필요할 때 아무말도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과외 말고 정말 수강료 내고 듣는 학원 수업을 기초교재까지 사서 들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수어사전에 등록되어있지 않은 요즘 말, 소위 은어 같은 것도 하나둘 배우게 됐다. 영화 찍으면서 감독님께 오늘은 이런 말을 배워왔는데 써보면 어떨까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