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극장을 찾은 마고 로비는 할리우드에서 좋은 필모그래피를 꾸려가고 있는 배우 가운데 하나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섹시한 금발 캐릭터로 등장해 주목을 받은 뒤 할리 퀸을 만나 할리우드의 여왕이 되고, 이후 오스카 시상식의 단골 손님이 되기까지. 마고 로비는 자신의 노력과 열정에 비례하는 고른 성장세를 보이며 할리우드의 정상에 다다랐다. 어디까지 성장할지 궁금한 이 배우에 대한 몇 가지 사실들을 정리해봤다.


가족을 위한 공연을 펼쳤다

호주 출신 배우인 마고 로비는 조부모의 농장에서 자랐다. 활기찬 분위기에서 자란 그녀의 취미가 있었으니, 가족들 앞에서 쇼를 펼치는 것. 마고 로비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다.

난 TV에서 방영되는 쇼나 영화에 집착하는 어린아이였다. 대단한 건 아니어도 늘 공연하는 걸 좋아했다. 특히 마술쇼를 하면서는 가족에게 돈도 받았다. 농담이 아니다. 6살 치고는 나쁘지 않은 기술이었다. 어떻게 묘기를 부렸는지 알고 싶은 이들에겐 두 배의 값을 치르게 했다.(웃음)

-마고 로비


10대 시절 많은 아르바이트를 겸했다

배우를 꿈꾸던 10대 시절의 마고 로비는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았다. 16살엔 돈을 벌기 위해 ‘쓰리잡’을 감행하기도. 가정 집을 청소하고 서브웨이에서 일했으며 서핑 숍에서 서핑 보드를 판매했다. 동시에 학교에서 연극 수업을 들었다. 졸업 후 2007년부턴 몇 편의 호주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고 <비절란테> 등 독립 영화를 촬영하며 배우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어바웃 타임>

<어바웃 타임>에 출연했다

호주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드라마 <네이버스>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인지도를 쌓던 마고 로비가 할리우드로 무대를 넓힌 건 2011년부터다. 할리우드 데뷔작은 항공사 배경의 드라마 <팬암>. 원치 않은 결혼을 저버리고 집을 뛰쳐나온 스튜어디스 로라 카메론을 연기했다. 높은 화제성을 기록한 이 작품으로 눈도장을 찍은 마고 로비는 워킹 타이틀의 영화 <어바웃 타임>으로 다음 행보를 이어갔다. 팀(도널 글리슨)이 짝사랑하던 샬롯을 연기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뺨을 때린 후 캐스팅됐다

이후 만난 마고 로비의 출세작, 바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다. 조단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아내 나오미를 연기했다. 이 작품의 오디션장에서 마고 로비는 전설 같은 일화를 남겼다. 오디션 대본에 따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악을 쓰다 그에게 키스를 해달라 졸랐다. 대본에 따르면 마고 로비는 그와 키스를 해야 했던 상황. ‘이때가 아니면 언제 그와 키스를 해보겠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겠다 생각한 그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엿 먹어”(Fu*k you)를 외치며 그의 뺨을 때렸다고 한다. 오디션장엔 순간 정적이 흘렀고,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크게 웃으며 그의 연기에 만족했다. 거장의 작품에서 대배우의 상대역을 맡은 마고 로비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딛고 할리우드를 비상하기 시작한다.


(왼쪽부터) <비거 스플래쉬> <버드맨> <판타스틱4>

마고 로비가 거절한 역할들

이후 마고 로비에겐 온갖 시나리오가 몰려들었다. 마고 로비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연출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작품 <비거 스플래쉬> 속 관능적인 캐릭터 페넬로페 역에 캐스팅됐다. 하지만 <레전드 오브 타잔>과 촬영 스케줄이 겹쳐 하차했고 다코다 존슨이 그의 자리를 메웠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 속 샘 톰슨 역 역시 그에게 먼저 제의가 갔던 역할. 마고 로비 대신 엠마 스톤이 샘 톰슨을 연기했고, 엠마 톰슨은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디즈니 라이브 액션의 시작에 선 영화 <신데렐라>의 신데렐라 역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고. <판타스틱4> 속 수 스톰 역의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이 역할은 케이트 마라가 맡았고, 마고 로비는 이후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 퀸 역으로 캐스팅됐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할리 퀸을 위한 노력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캐스팅된 마고 로비는 코믹스 팬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데 큰 부담을 느꼈다. 그는 촬영 6개월 전부터 캐릭터를 위한 훈련을 시작했다. 체조와 복싱 무기 훈련, 공중 묘기를 배웠고 5분 동안 물속에서 숨을 참는 법도 익혔다.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면 조커를 연기한 자레드 레토와는 그 어떤 리허설도 거치지 않았다고.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두 배우가 리허설을 거치지 않는 것이 할리 퀸과 조커의 관계에 예측 불가능한 광기를 더한다고 생각했다. 마고 로비의 할리 퀸은 관객과 평단 모두로부터 큰 호평을 얻었다. 당시 마고 로비는 앞으로 “할리 퀸 역으로 영화를 10편을 더 찍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현재까지 마고 로비가 할리 퀸으로 출연한 3편의 영화가 관객을 찾았다.


럭키챕 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다

2014년 마고 로비는 톰 애커리, 조지 맥나마라, 소꿉 친구 소피아 커와 함께 제작사인 럭키챕 엔터테인먼트를 차렸다. 여성들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를 더 많이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설립한 제작사라고. 럭키챕 엔터테인먼트는 마고 로비가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부문에 이름을 올린 <아이, 토냐>를 시작으로 <버즈 오브 프레이>, 올해 오스카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프라미싱 영 우먼> 등을 제작했다. 이 즈음 마고 로비는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이자 <스윗 프랑세즈>의 조감독이었던 톰 애커리와 사랑에 빠졌고, 두 사람은 2016년 호주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렸다.


(왼쪽부터) <밤쉘>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2020년, 여우조연상 더블 노미네이트

빙판 위의 악동, 실존 인물 토냐 하딩을 연기한 <아이, 토냐>를 통해 아카데미를 정복한 마고 로비는 더 많은 작품의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다. 단편 영화와 목소리 연기, 카메오 출연을 포함해 2018년엔 6편의 작품에, 2019년엔 5편의 작품에 출연할 정도로 바쁜 날들을 보냈다. 그 노력의 결과일까, 2020년엔 온갖 시상식에서 호명된 마고 로비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마고 로비는 2020년 <밤쉘>과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로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미국배우 조합상,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등 유수 시상식의 여우조연상의 후보로 올랐다. 특히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밤쉘>과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의 마고 로비를 모두 후보에 올려 더블 노미네이트됐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광팬이다

마고 로비와 우리의 공통점. 마고 로비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광팬이다. “하루를 함께 보낼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냐”라는 질문에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J.K. 롤링을 꼽을 정도. 심지어 어린 시절엔 해리 포터로 보이고 싶어 안과 의사에게 거짓말을 하고 안경을 착용할 정도였다고 한다. <레전드 오브 타잔>의 연출을 맡은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해리 포터> 시리즈의 연출을 맡아 더없이 좋기도 했다고. 여담으로 그의 남편 톰 에커리가 <해리 포터> 시리즈에 출연한 적 있다고 한다. 마고 로비의 말에 따르면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말포이(톰 펠튼)가 벅 빅을 보기 위해 밀치고 간 슬리데린 학생이 그의 남편이었다고. 마고 로비는 “이 사실을 알았다면 남편과 결혼을 더 빨리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왼쪽부터) 데이비드 O. 러셀 감독 영화 촬영 현장, <바빌론> 포스터

명감독들과 손잡은 차기작

마고 로비는 차기작 리스트만으로도 시네필들을 설레게 만드는 배우다. 팬데믹으로 인해 개봉 시기가 조정될 순 있겠지만,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은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언타이틀 프로젝트. 제목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작품으로 현재 후반 작업 중이다. 안야 테일러 조이, 크리스찬 베일, 조 샐다나, 로버트 드 니로, 마이클 섀넌, 라미 말렉, 존 데이비드 워싱턴 등 쟁쟁한 배우들이 함께했다.

현재 촬영 중인 작품은 <라라랜드>를 연출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바빌론>.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 없으나 1930년대 할리우드를 다룬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와 닮은 꼴로 유명한 사마라 위빙과 함께 브래드 피트, 토비 맥과이어, 캐서린 워터스턴, 올리비아 와일드 등이 출연한다.

캐스팅 소식이 전해진 작품 역시 한가득이다. 그레타 거윅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바비> 영화에서 바비인형의 실사 버전, 바비를 연기할 예정이다. 그녀가 함께 일하고 싶은 감독으로 꼽은 바 있는 웨스 앤더슨의 신작에도 캐스팅됐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루인>에선 마티아스 쇼에나에츠와 호흡을 맞출 예정. DCEU의 신작 <고담 시티 사이렌>도 할리 퀸, 마고 로비의 신작 리스트 중 한 편으로 업데이트돼 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