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은 해외 범죄 영화나 드라마에서 적지 않게 등장하는 소재다. 국내에서는 다루기 힘든 영역이지만, 외국에서는 많은 장르에서 언급되며, 그 실체를 드러낼 정도로 골치 아픈 사회 문제로 자리한다. 특히 마약과 관련된 범죄 드라마는 장르적 재미는 물론, 이로 인해 파생되는 현실의 그림자도 간과하지 않아 작품을 곱씹게 해준다. 단순한 판매상부터 카르텔의 보스까지, 마약 범죄에 연루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해외 드라마를 소개한다.


나르코스 (Narcos)

<나르코스>

<나르코스>는 콜롬비아의 악명 높은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실화를 다룬다. 마약으로 흥했으나, 이 때문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에스코바르가 자신의 숨통을 노리는 이들에게 쫓기는 과정을 쫄깃하게 전개한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기 때문일까? 당시의 시대상을 드러내는 내레이션과 사진 자료,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져 사실적인 느낌을 자아내, 거대한 마약 제국을 추적하는 <나르코스> 시리즈만의 매력을 확고하게 다졌다. 시즌 1~2는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검거 작전을, 시즌 3는 에스코바르가 이끌던 메데인 카르텔의 라이벌 조직 칼리 카르텔의 흥망성쇠를 풀어냈다. 인기에 힘입어 멕시코 카르텔을 다룬 스핀오프 <나르코스: 멕시코>를 선보였다. (넷플릭스)


남부의 여왕 (Queen of the South)

<남부의 여왕>

<남부의 여왕>은 밑바닥 인생을 살던 여성이 카르텔의 조직원으로 시작해 암흑의 세계에 빠져드는 이야기다. 주인공 테레사가 연인의 죽음과 관련된 조직에 들어간 후 마약 카르텔의 여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치열하게 펼쳐내는데, 살기 위해 위험한 범죄 세계에 뛰어든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테레사가 입지를 굳히는 과정에서 차분하고 냉철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공감가게 그려내 극의 몰입도가 높다. 오직 생존을 위해 폭력적인 범죄 세계에 들어섰던 여성이 점차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며 성장하는 이야기는 기존 마약 범죄 드라마들과 차별화된 매력이 있다. (넷플릭스)


브레이킹 배드 (Breaking Bad)

<브레이킹 배드>

<브레이킹 배드>는 말기 암 판정을 받은 고등학교 화학 교사 월터가 마약을 제조하고 판매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마약을 제조한 월터는 옛 제자이자 마약상인 제시와 함께 일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다리를 건넌다. 두 사람이 빚어내는 케미스트리가 드라마의 재미를 책임지는데, 어설픈 마약 제조자였던 월터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욕망을 탐하는 인물로 변모하는 과정이 극적인 긴장감을 높인다. 마약을 둘러싼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전개되어 지루할 틈이 없다. (넷플릭스)


아체 (H)

<아체>

<아체>는 스페인 특유의 막장 서사와 범죄 수사물이 흥미롭게 조합된 드라마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거물 마약상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정을 담았다. 돈이 절실해 마약 조직의 일을 배우기 시작한 엘레나와 엄청난 소유욕으로 그에게 집착하는 마약왕 말피카의 끈적한 로맨스에, 마약 범죄 조직을 추적하는 형사가 숨통을 조여 오면서 독특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거칠게 폭주하는 스페인식 멜로드라마가 강력한 재미를 선사하는데, 자신을 이용하려는 남자들 사이에서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야망을 실현해가는 엘레나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넷플릭스)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 (How to Sell Drugs Online)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은 이전까지 마약은 물론 범죄와도 관련이 없었던 10대들이 온라인 마약상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괴짜 아웃사이더 모리츠와 레니는 충동적인 행동으로 온라인에 자신들만의 마약 제국을 건설한다. 이는 무모할 정도로 추진력이 뛰어난 모리츠와 프로그램 설계 능력이 탁월한 레니가 만나 가능했다. 대부분의 마약 범죄 작품이 지하 세계를 배경으로 어둡고 잔인한 분위기를 풍겼다면,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은 두 친구의 우정과 사랑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 경쾌한 톤으로 흘러간다. 또한 드라마는 실화에 영감을 얻었는데, 최근 넷플릭스는 이야기의 바탕이 된 실제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샤이니_플레이크스: 나는 십 대에 마약왕이 됐다>를 공개했다. (넷플릭스)


후보자 (El Candidato)

<후보자>

<후보자>는 CIA 요원이 멕시코의 악명 높은 마약왕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고위층 정치인들의 추억한 비밀에 다가서는 이야기다. 얼핏 <나르코스>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마약 카르텔의 검거 과정보다 검은 돈과 얽힌 부패 권력을 드러내는 데 더 관심을 둔다. 드라마는 한때 가까운 사이였던 CIA 요원 이사벨과 멕시코시티의 시장 랄로의 관계를 중심으로, 범죄조직과 권력자들의 유착관계를 촘촘히 그려내면서 부패의 고리가 끊이지 않는 멕시코의 어두운 이면을 그려낸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에그테일 에디터 곰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