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아이들은 일찌감치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다. 벌건 상처 자국보다도 마음이 쓰이는 건, 발가락에 힘을 꽉 준 채 견뎌내기를 하는 아이들의 얼굴이다. 위태롭고 위험한 곳에서 희망을 찾아내려는 안간힘은 성장을 재촉했고, 때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동아>(2018)의 동아, <페르소나 - 키스가 죄>(2019)의 혜복, 그리고 <최선의 삶>의 아람. 지금의 배우 심달기를 있게 한 세 캐릭터를 한 공간에 떠올리자 스쳐 지나간 저릿한 단상이다.

알 수 없는 불안의 눈빛, 얼굴 전체에 흐르는 묘한 반항기, 어리숙함과 단단함이 뒤섞인 심달기의 얼굴은 그렇게 최근 몇 년간 위태로운 청춘의 얼굴을 대변했다. 심달기가 지닌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감독들은 그에게 상처와 성장이 덧대어진 캐릭터를 연이어 맡겼고, 짙은 개성으로 캐릭터를 변주해 낸 심달기는 어느새 독립영화계 총아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젠 본인이 지닌 개성을 재단해야 하는 과정에 서 있다는 심달기는 <보건교사 안은영>(2020) <슬기로운 의사생활>(2020)을 거쳐 더 많은 이들에게 그의 얼굴을 각인시킬 준비를 마쳤다. <최선의 삶> 개봉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심달기를 만났다. <최선의 삶>의 아람, 그리고 배우 심달기의 깊은 내면을 엿볼 수 있었던 시간. 그와 나눈 대화를 씨네플레이 독자들에게 전한다.


<보건교사 안은영>(2020)에 이어 <더스트맨>(2021), <최선의 삶>(2021)까지. 씨네플레이와 벌써 세 번째 만남이다. 아마 최단기간 가장 여러 번 인터뷰한 배우가 아닐까 싶은데, 그만큼 1년 동안 누구보다 바쁘게 지냈다. 지금은 드라마 <그림자 미녀>를 촬영 중이라고.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루도 쉴 틈 없이. (웃음) 드디어 내일부터 이틀 쉴 수 있는데, 이틀 쉬는 게 몇 개월만인지 모르겠다. 계속 촬영하면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그림자 미녀>를 통해 처음으로 드라마 주연을 맡았다.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들과는 결이 달라 보인다. 아무래도 연기 톤에도 차이가 있겠고.

맞다. 일단, <그림자 미녀> 구애진은 학교에서 존재감 없이 소외당하는 친구인데 온라인상에서는 엄청난 팔로워 수를 지닌 인플루언서다. 비밀리에 이중생활을 진행하고 있는 18살 아이의 스릴 넘치는 이야기다, 정말 스릴이 넘친다. (웃음) 구애진이 만나는 다른 인물들이 굉장히 다양한 자극을 주기 때문에,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 안에서 로맨스 장르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고. 상업 작품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서 많은 걸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드디어 <최선의 삶>이 개봉한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고 딱 1년 만이다. 혹시 그동안 영화를 몇 번 정도 봤나?

극장에서만 다섯 번 정도 본 거 같다. 처음 봤을 때는 아무래도 전반적인 영화의 느낌을 온전히 느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한 명씩 몰입하는 인물을 달리하면서 봤다.

임솔아 작가의 원작 소설을 먼저 읽었나, 이우정 감독의 시나리오를 먼저 읽었나.

시나리오를 먼저 읽었다. 2018년에 처음 시나리오를 만났고, 이후에 원작을 읽었다.

3년 전이라 기억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시나리오를 건네받고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을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하더라.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영화 <배심원들>(2019) 촬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회사에서 "달기야 이거 한 번 읽어봐" 해서 읽어 보게 됐는데, 굉장히 센세이셔널한 장면들이 많아서 바로 "저 이거 하고 싶어요"라는 말이 나왔다. 지금껏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되게 많았다. 그때는 조금 다른 형태의 시나리오이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변치 않는 '최선의 삶'만의 무언가가 있었다. 무엇보다 이우정 감독님의 전작 <애드벌룬>(2011)을 보고 더 큰 끌림을 느꼈던 것 같다.

이우정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첫 미팅 자리에서 심달기는 이미 "아람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고, 본인과 어떤 부분이 닮아있는지 이야기해 주었다"고 하더라. 그만큼 심달기와 아람은 닮은 구석이 많아 보이는데, 이우정 감독은 아람과 심달기가 닮아있는 걸 어떻게 눈치챈 걸까.

이우정 감독님은 <동아>(2018)라는 단편을 보고 아람이라는 캐릭터에 날 떠올렸다고 하시더라. 근데 그게 되게 뭐랄까, 사실 믿기 힘들었다. 내 내면과 아람의 내면이 공통된 부분이 많긴 하지만, 그건 나만 찾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근데 <동아>를 보시자마자 그걸 느끼셨다는 게 굉장히 신기했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걸 먼저 보신 것 같거든.

심달기는 곧 아람이고, 아람은 곧 심달기였으니. 촬영하면서 이우정 감독이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았겠다.

감독님은 촬영 중간중간 나도 모르는 아람의 말투를 계속 요구하셨다. (웃음) "그 아람 특유의 말투 있잖아요~"라고 하시면 난 이건가, 저건가 하면서 아람이란 캐릭터를 찾아갔다.

아람과 닮은 점이 또 있더라. 실제 심달기도 아람이처럼 이것저것 주워오는 걸 좋아하는 학생이었다고 들었다. 그런 작은 습관까지 닮았다니 신기하더라.

맞다, 어릴 때 쓰레기장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그냥 놀이터처럼 쓰레기장에 놀러 가서 뭐 주어오고. 길을 걷다가도 버려진 물건이 있으면 꼭 한 번 뒤져보고 그랬다. (웃음) 근데 아람의 동기와는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아람이는 연민의 마음이었다면, 나는 그런 마음은 아니었고 호기심이 컸던 것 같다.

안 그래도 궁금했다. 영화 속에서 길고양이는 아람을 설명하는 중요한 메타포로 등장한다. 연약한 것들에게 마음을 주면서 위로를 받는 아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나.

연약한 것들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느낌과 동시에 그 감정을 통해 자신을 합리화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아람이의 진짜 욕구는 자신보다 더 연약한 것들을 통해 본인이 처한 환경에 대한 공포나 불안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것 같다. 뭐랄까, 다른 슬픔으로 도망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을 했다.

2000년대 초반. 딱 그 특유의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세심하게 공들인 흔적들이 눈에 띄더라. 캐릭터들은 의상으로 그 시대를 표현해 냈는데, 소영(한성민)과 강이(방민아)에 비해 아람의 의상이 가장 튀고 화려하다. 혹시 아람의 옷을 어떻게 공수했는지 알고 있나.

아! 아람이 옷 들 중에 실제 내 옷이 많다. (웃음) 아람과 잘 어울릴법한 옷들을 보자기에 싸서 한 보따리 미팅 장소에 가져갔다. 그래서 옷 피팅하고 그런 과정들이 굉장히 재밌었다. 가지고 있던 옷 들 중에서 아람이처럼 보일 수 있는 게 많았다. 어쩌다 보니 빈티지 옷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이우정 감독이 2000년대 초반 소위 '노는 학생들'의 사진을 여러 장 보여줬다고 들었다. 1999년생이다 보니 생경한 부분도 많았을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이미지가 있나.

감독님이 보여주신 사진들을 처음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굉장히 익숙하면서도, 낯설다는 거였다. 뭔가 사진 속 피사체를 실제로 본 적은 있어도, 사진으로 담긴 모습을 보니 굉장히 낯선 느낌이었다. 당시 시대 배경이 느껴지는 헤어스타일이나 그때 유행했던 교복 스타일, 공간의 느낌도 신기했다. 그래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인물의 얼굴이었다. 감독님이 어떤 사진을 보여주시곤 이 모습이 아람의 모습이라고 했다. 지금도 그 얼굴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그 얼굴을 제대로 구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굉장히 그 사진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페르소나 - 키스가 죄>

<동아>(2018)의 동아, <페르소나 - 키스가 죄>(2019)의 혜복 그리고 <최선의 삶> 아람까지. 지금의 심달기를 있게 한 세 캐릭터 모두 미묘하게 비슷한 지점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세 캐릭터를 한 선상에 놓고 이야기해 봐도 재밌을 것 같은데, 아람을 연기하면서 동아와 혜복을 떠올렸나.

처음 <최선의 삶> 시나리오를 받고 아람이가 겪게 되는 사건들과 처한 환경들을 보면서 전에 맡았던 인물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특히 <키스가 죄> 혜복이랑은 정말 닮은 점이 많았다. 이유가 다르긴 하지만, 아빠한테 머리를 깎이는 것도 그렇고, 아빠랑 둘이 살고, 좀 반항적인 부분들이 비슷했다. 또 <동아>의 동아와 겹쳤던 부분들이 있다면. 더 위험한 곳으로, 더 위험한 곳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하는 지점이 닮아 있었다. 두 캐릭터를 먼저 만났기 때문에 아람을 연기하는 데 더 좋은 거름이 됐던 것 같다. 물론 어려움도 있더라. 아무래도 이번 작품에선 혜복과 동아랑은 다르게 보여야 하니까. 그런 점에서 고민도 있었던 것 같다.

10대 사이에서 벌어지는 관계의 균열을 다룬 독립 영화들이 여럿 있다. 혹시 유심히 봤다거나, 참고한 캐릭터가 있는지 궁금하다.

영화 속에서 참고할 인물을 찾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어떤 인물을 맡았을 때, 그걸 다른 영화에서 찾으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렇게 시도해 본 적도 없고. 아람을 준비할 땐 주변을 둘러봤다. 아람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이해할 수 없는, 항상 예상 밖의 행동을 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라고 생각을 해서 나한테 그런 인물이 누굴까, 하고 주변 친구들을 둘러봤다. 그렇게 아람의 조각조각들을 모았던 것 같다.

개인적인 속내를 꺼내야만 했던 작품인 만큼 방민아, 한성민 배우와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빠르게 친해졌다고 들었다.

영화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지, 다 같이 힘든 얘기를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근데 되게 신기했던 건 내가 지금 느끼는 지점들이나, 고민들을 이미 민아 언니는 다 겪었다는 거다. 이미 다 겪었기 때문에, 요~만큼만 얘기해도 어떤 얘기인지 이미 다 알고 있어서 정말 신기했다. 그게 되게 나를 외롭지 않게 만들더라.

<보건교사 안은영>을 함께 한 권영찬, 이석형 배우도 <최선의 삶>을 함께 했다. <보건교사 안은영>을 함께 한 배우들과는 여전히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 단톡방도 있을 것 같은데.

맞다, 단톡방이 있다. 근데 이제 5인 이상 집합금지로 모이질 못하니까, 못 본 지 오래됐다. 각자 행사가 있을 때마다 불러서 얼굴 보거나, 따로 보거나 한다.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웃음)

<동아>

심달기의 출세작인 <동아>가 공개된 지 3년밖에 안 됐다는 사실에 다시금 놀랐다. 그러니까 배우 심달기의 성장은 정말 단기간에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성장통이 심했다고 들었다. "과대평가를 받는 것 같아서" 두렵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지난 그 혼란의 시기와 지금은 많이 다른 것 같다. 많이, 많이 강해진 것 같다. 다행히도. (웃음) 내가 어릴 때 가지고 있던 생존 방식? 어릴 때 취했었던 생존 방식을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기인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 방법대로 할 줄을 몰라서 힘들었던 것 같고, 이제는 내 방식대로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동아>의 권예지 감독,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신원호 감독, <보건교사 안은영>의 이경미 감독… 데뷔 초부터 탄탄한 감독들과 함께했기에 심달기의 재능이 더 빛날 수 있었는데. 혹시 심달기를 선택한 감독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감독님들 모두가 되게, 되게 열정적이시다. 그럴 때 뭐라 해야 되지. (웃음) 다들 너무,너무! 너무, 너무 매력적이다. 이게 업계 종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보면 민망함을 모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만큼 다들 정말 과하게 몰입을 하신다. 그 모습이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것 같다.

가장 열정적인 감독은 누구였나.

이경미 감독님인 것 같다. 너무~너무 사랑스러우시다 정말로. 실제로 보면 모두가 좋아할 수밖에 없다. (웃음)

<보건교사 안은영>

<더스트맨> 당시 씨네플레이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배역을 맡고 싶냐"는 질문에 "내가 맡고 싶은 캐릭터를 생각하기 이전에, 내가 가진 특이점을 재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을 한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지금은 실질적으로 그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 <그림자 미녀>를 하면서 실제로 배워가는 게 너무 많아서.

다시 한번 같은 질문을 하고 싶다. 지금의 심달기는 어떤 장르/배역에 욕심을 가지고 있나.

로맨스? 근데 이 대답은 항상 있었던 것 같다. 로맨스가 하고 싶다는 거. (웃음) 배우가 지닌 매력의 최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을 해 계속해서 희망하게 되는 것 같다.

어떤 부류의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나. 로맨스도 작품마다 다 다르니까.

근데 내가 로맨스/멜로 장르를 잘 못 본다. (일동 웃음) 이상하게 이해가 잘 안 된다. 혼자 맥락 파악을 못하더라. 멜로를 보면 '갑자기 왜 이런 행동을 하지?'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공감을 잘 못 한다고 해야 될까. 감정의 맥락을 파악 못 해서 이해가 잘 안 된다. (웃음) 멜로를 잘 보는 친구들 해설을 들으면서 "아~그래서 그런 거야?"하면서 본다.

지금까지는 강압적인 혹은 다소 폭력적인 상황에 놓인. 감정적으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인물들을 주로 연기해왔다. 이제는 조금 심적으로 편안한 인물들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은 없나.

맞다. 지금도 굉장히 불안에 떠는 인물을 연기하고 있어서 그 말을 정말이지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인물을 만나고 싶다.

독립 영화계 총아에서 이젠 상업 작품의 중심에 서게 됐다. 변화를 맞이하는 시기인데, 앞으로 심달기의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가 따랐으면 하나.

사실 잘 모르겠다. 스스로 과분한 평가를 받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너무 안주하게 되고, 발전이 없을 것 같아서다. 또 내가 느끼기엔 이미 너무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다. 그게 나한테는 위험한 것 같아서, 더 이상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못 들을 말을 듣고 싶은 건 아니고. (웃음) 적당한 채찍과 당근이 필요한 것 같다.

본인의 개성으로 캐릭터를 물들이는 능력이 뛰어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는 다소 색이 강한 캐릭터들을 주로 만나왔다. 이제는 그 개성을 어떻게 빚어 나갈지에 대해 고민이 많을 시점일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없지 않다. 그래도, 강한 스타일의 연기를 보여줬어도, 다른 자리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오히려 스펙트럼이 넓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선 더 유리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다.

꼭 물어봐야 할 것만 같았다. 심달기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것, 최선의 삶은 무엇인가.

나한테는 진짜 제일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최선을 다했냐는 물음엔 항상 자신이 없다. 최선을 다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다, 단 한 번도. 뭐랄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내가 원치 않아도 내 한계를 몇 번이고 깨면서 성취를 했냐는 말처럼 들리는데. 그것이 기준이라면 나는 한 번도 '최선을 다해서' 무언가를 얻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한테 최선을 다했냐는 말은 약간 겁이 나는 말인 것 같다.

'최선'의 기준점이 높은 것 같다.

음, 그냥 정말 많은 노력을 해서 얻어 낸 성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진짜 죽어도 싫은 것들을 몇 번이고 견뎌낸 적은 없는 것 같다. 늘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최선을 다해왔다.

만약 10대의 심달기를 만날 수 있다면, 혹은 각자의 최선의 삶을 살아가는 10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어른이 해줄 수 있는 말은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어른이더라도… 모르겠다. '감히?'라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어른이 나한테 개입을 한다면 무조건 거부 반응이 있었던 것 같아서. 감히 말을 못 하겠다.

그렇다면 심달기에게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

수용적인 것? 변화에 가장 수용적인 사람이 좋은 어른인 것 같다.


글 ·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

사진 · (주)엣나인필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