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는 잘 보내고 계시는지요. 우리의 전통명절인 추석이 여러 가지 이유로 예전만 못한 느낌이 들긴 합니다. 극장가도 마찬가지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가에서는 그들만의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전 이맘때 같으면 여름 영화들이 추석 영화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때지만 올해는 다른 모습입니다. 연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9월 17일(금) 박스오피스를 살펴보면 여름 영화인 <모가디슈>와 <인질>이 상위권에 그대로 위치한 상태입니다. 추석 영화인 <보이스>가 1위, <기적>이 2위, 그리고 3주 차로 접어 든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3위, 이어서 <모가디슈>가 4위, <인질>이 5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추석 영화로 개봉된 <보이스>와 <기적>, 이 두 영화의 합친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보니 나머지 시장은 기존영화에 넘겨준 상태입니다. 개봉과 동시에 1위를 하고 있는 <보이스>는 시장점유율 40%를 넘기지 못한 불안불안한 상태로 추석연휴로 접어들었습니다. 2위인 <기적>은 그런 <보이스>의 뒤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약해 보이는 1위이기에 추석연휴에 가족관객들이 받쳐 준다면 역전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3위를 하고 있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의외입니다. <블랙 위도우>와 비교해 개봉 17일째 누적관객수를 살펴보면, <블랙 위도우>는 238만 명을 한 것에 비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134만 명에 그친 상태입니다. 100만 명 정도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북미를 살펴보니 완전 반대입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개봉 12일 만에 1억 5000만 달러를 돌파하며 <블랙 위도우>의 스코어를 4일 앞질렀으며 진행되는 속도로 봐서 <블랙 위도우>의 최종 박스오피스 1억 8320만 달러를 능가할 것으로 보여 이는 2020년 1월 개봉된 <나쁜 녀석들: 포에버> 이후 최고의 수익을 올린 영화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그럴까? 아마도 여름 시장에서 추석 시장으로 넘어갈 때 생기는 비수기 시장에 개봉되어 힘을 받지 못한 탓이 아닌가 합니다. 일명 앞뒤가 막힌 배급이었던 것이죠, 결국 3위로 추락하며 예상되는 최종관객수는 고작 200만 대입니다. 4위와 5위를 차지하고 있는 <모가디슈>와 <인질>는 여름 영화이지만 약한 추석 영화들로 인해 상위권 진입이 가능했습니다.
같은 팬데믹 상황이었던 작년 추석연휴 전체관객수는 180만 명이었습니다. 팬데믹 전에는 추석연휴에 일일평균관객이 130만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형편없는 수치임에는 분명합니다. 물론 엄중한 시대에 이 정도나마 관객들이 극장에 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올해는 작년보다는 좋을 것으로 보여 연휴 내내 약 220만 명 정도의 관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서 110만 명은 추석영화인 <보이스>와 <기적>이, 그리고 나머지 110만 명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가 최후의 발악을 하며 대부분을 가져간다면 이야기를 달라집니다. 그럴 경우 3위에서 2위로 치고 올라서면서 아주 근소한 차이로 <보이스>에 접근하게 될 것이고 추석인 9월 21일(추석시즌은 추석 당일부터 다음날까지가 가장 관객이 많습니다.)을 기점으로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팬데믹 상황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흥행판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작년만 하더라도 2위로 시작한 <담보>가 결국 1위를 하는 일도 벌어졌고요. 올해는 과연 어떤 의외의 일이 벌어질지? 그런 흥미가 있는 올 추석 시장이라 하겠습니다. 연휴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글 |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 《영화 배급과 흥행》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