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노 타임 투 다이>

국내 흥행 시장에서 10월은 가을 비수기 한복판에 위치하다 보니 배급하는 입장에서는 뭘 꺼내 들든 흥행이 쉽지 않아 소심해지는 달이기도 합니다. 물론 코로나19 전에는 그랬습니다. 지금의 코로나19는 기존 규칙들을 마구 흔들다 못해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작년 10월을 보겠습니다. 한 달 동안 관객 463만 명을 동원하였습니다. 이 수치는 작년 코로나(3월~12월) 기간 세 번째로 관객이 많았던 달에 해당합니다. 8월 그리고 7월에 이어 10월이었습니다. 추석영화였던 <담보>, <소리도 없이>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연속으로 개봉된 덕분이라고는 하지만 전통적 흥행 규칙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된 것입니다. 그나마 추정을 해본다면 코로나19로 인해 일명 ‘단풍구경’을 가기 못했던 것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날씨는 좋고, 집에만 있기에는 답답하고! 그래서 에라 극장구경이나 가자! 하고 나서지 않았을까? 그래서 관객들이 다른 달보다 많았던 것은 아닌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19 이전보다는 절대적 관객이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10월이 비수기였던만정 기존 규칙은 무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황과 상황만 가지고 전망을 할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일단 11월부터 시작해서 겨울시즌으로 접어드는 12월까지 기대작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이터널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 <매트릭스: 리저렉션> 등등 말이죠. 올 연말은 극장입장에서 승부수를 띄울 절호의 기회로 보여 사활을 걸어도 될 듯합니다. 그렇게 예상되니 10월이 많이 중요해집니다. 11월로 들어서기에 앞서 분위기를 업 시켜준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10월로 들어서자마자 <007 노 타임 투 다이>(개봉일 9월 29일)이 개봉되고 이 영화는 10월 초에 있는 연휴(대체공휴일) 맛을 제대로 볼 것으로 보입니다. 명색이 007 영화인데! 못할 리 없을 것 같습니다. 이어 한 주 뒤인 10월 6일 토마스 맥카시 감독에 맷 데이먼 주연의 <스틸워터>가 개봉됩니다. 두 사람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엄청 기대가 가는데, 그런데 이 영화 북미서 7월 30일 개봉되어 첫 주 5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습니다. 리뷰를 보니 ‘제이슨 본을 기대하지 말고 맷 데이먼의 연기를 보라고’ 하니 이 영화는 드라마 쪽이 강한 영화인 듯합니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친구를 죽인 죄로 감옥에 갇힌 딸을 구하고자 오클라호마에 살고 있는 아버지가 프랑스로 건너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이걸로 봐서는 액션이 가미될 법도 한데 말이죠. 그래도 천만다행은 우리나라에서는 가을에 개봉된다는 것이죠. 가을에는 드라마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으니 말입니다.

이어 한 주 뒤인 10월 13일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가 개봉됩니다. 북미서는 몇 주 전 갑자기 개봉을 10월 1일로 당겼는데 국내는 원래대로 개봉을 합니다. 이 영화의 약점은 12세가 아니라 15세 관람가라는 것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1편이 2018년 10월 3일에 개봉되어 관객 389만 명을 동원한 영화이니, 시리즈인 만큼 기대치는 분명 있다고 하겠습니다. 코로나19라 하더라고 100만 명은 넘겨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연속해서 그 한 주 뒤인 10월 20일 리들리 스콧 감독에 맷 데이먼 주연의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와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이 개봉합니다. 이 두 영화가 맞붙음으로써 이 주가 10월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 같습니다.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리들리 스콧이 감독을 맡았다는 것도 있지만 <굿 윌 헌팅> 이후 다시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같이 각본 작업을 했다는 것입니다.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하였는데 과연 어떨지? 10월 최고의 기대작 <듄>을 상대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듄>은 공상과학 소설계에서는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는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신뢰가 가는 영화이고, 1984년 이미 데이빗 린치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적이 있다고는 하나 오히려 2021년 개봉되는 <듄>을 통해 우리에게 또 다른 그 어떤 재미를 줄지가 더 궁금해지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어 10월 27일에는 할로원 시리즈인 제이미 리 커티스의 <할로윈 킬즈>가 개봉대기 중입니다. 이 영화가 개봉되는 것을 보니 11월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겠죠, 할로윈 데이가 말이죠.

흥행판 경쟁구도로 살펴보면 <007 노 타임 투 다이>은 10월초에 있는 연휴를 잘 타고 넘으며2주 후에 개봉되는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전까지 충분히 관객을 확보, 200만 언저리까지 접근할 것으로 보이고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1주 후에 개봉되는 <듄>과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에 막힌 상태라 흥행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북미서 왜 10월 1일로 개봉을 당겼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듄>과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첫날부터 치열한 경쟁을 하다 여기서 살아남은 승자만이 2주 뒤 개봉될 <이터널스>까지 관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보니 그렇게 2주짜리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경쟁은 치열하겠지만 이들로 인해 시장은 붐업될 것이고, 붐업된 상태에서 11월 초에 개봉되는 <이터널스>로 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할리우드 영화들은 개봉날짜들을 사방팔방 알리며 이 난관을 극복하려 애쓰고 있는데, 한국영화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평소에는 그렇게 나서기 좋아하더니 지금은 쏙! 들어가 눈치만 보고 나올 생각들은 안하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럴 때 같이 치고 나가주면 좋으련만.


글 |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 《영화 배급과 흥행》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