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세 글자만으로 전 세계 어린이, '어른이'들의 심장을 설레게 만들어 온 디즈니. 1937년, 세상에 발을 디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시작으로 무려 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곁을 지킨 디즈니가 남다른 의미를 지닌 작품으로 관객을 찾는다. 5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란 타이틀을 달고 관객의 마음을 훔쳤던 <라푼젤>에 이어, 디즈니 역사상 60번째 작품으로 낙점된 <엔칸토: 마법의 세계>(이하, <엔칸토>)가 11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라푼젤>의 메가폰을 잡았던 바이론 하워드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하워드는 <라푼젤>과 <엔칸토>를 통해 디즈니의 50번째, 60번째 작품을 모두 책임진 기념비적인 주인공이 됐다. 디즈니 내부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 작품인 만큼, <엔칸토>는 그 기대에 발맞춰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 무려 5년이라는 제작 기간이 증명하듯 할 말도, 볼거리도 많은 작품으로 점쳐졌다.

씨네플레이는 9월에 진행된 온라인 기자회견에 참석해 <엔칸토>의 푸티지 영상(30분)을 미리 관람할 수 있었다. 제각기 특별한 마법을 가지고 있는 11명의 가족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어떠한 능력도 지니지 않은 주인공 '미라벨'을 통해 디즈니는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을까. 전 세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기자회견과 개별 인터뷰를 통해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엔칸토>의 뒷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감독들과의 개별 인터뷰에 앞서, <엔칸토>의 온라인 기자회견이 먼저 열렸다. '디즈니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란 장대한 수식어에 걸맞게 오프닝부터 특별한 영상 하나를 띄워주며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디즈니에서 선보였던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빠르게 보여주며 디즈니의 시간과 역사를 압축해낸 짧은 영상이었는데, '디즈니 키드'라면 누구든 몽글몽글한 마음이 샘솟을 수밖에 없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그 영상 말미엔 <엔칸토>가 서 있었다. 이미 디즈니를 향한 애정이 촉촉하게 스며든 상태에서 시작된 <엔칸토>의 온라인 기자회견. 모니터 앞으로 몸을 바짝 기대어 제작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엔칸토> 제작진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


"관객들이 <엔칸토>를 통해

가족에게 질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가족을 다른 시선으로 이해하고

미처 몰랐던 부분을 알아갔으면 좋겠다"

-자레드 부시

"우린 가족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그리고 그들 역시 우리에 대해 잘 알까?

- 우린 가족을 향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바이론 하워드

<엔칸토>는 주제 의식이 명확한 작품이다. 바로 가족이다. "우린 가족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우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두 개의 물음표로부터 시작한 <엔칸토>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가족들을 다른 관점으로 이해해 보고자 하는 뜻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통해 가족만이 지니는 관계의 힘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제작진은, 이를 위해 12명의 대가족 '마드리갈 가문'을 탄생시켰다. 이는 타이틀롤인 메인 캐릭터를 두거나 버디(Buddy) 무비 형식을 주로 빌려오던 디즈니 주류에서 벗어나는 설정이다. 그 어떤 디즈니 애니메이션보다도 많은 숫자의 가족 구성원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 게다가 (미라벨을 제외한) 가족 모두가 각기 다른 마법 능력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엔칸토>는 캐릭터만으로도 다채로움을 선사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콜롬비아는 여러 국가가 섞인 곳 같다.

우리는 한 지역의 컨설턴트에게만

자문을 구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했다"

-바이론 하워드

"라틴 문화, 음악, 춤, 예술, 음식이

한데 모인 용광로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드넓은 생물 다양성을 지닌 곳"

-자레드 부시

"콜롬비아 문화 자문단엔

음악, 인류학, 문화, 건축, 식물학 등

이 영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었다"

-자레드 부시

콜롬비아를 연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엔칸토> 감독, 자레드 부시

콜롬비아를 연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엔칸토> 감독, 바이론 하워드

주제는 정해졌으니, 그다음으론 주제를 펼쳐낼 공간이 필요했다. 12명이란 대가족 안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관계들을 조명하고 싶었던 제작진은 라틴 아메리카노로 시선을 돌렸다. '가족'이란 존재가 인생의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라틴 아메리카, 그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콜롬비아에 매력을 느낀 제작진은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엔칸토>를 그려냈다. 요샛말로 그 누구보다 콜롬비아에 '진심이었던' 제작진은 마을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콜롬비아의 문화를 몸으로 느꼈다. 뿐만 아니라 인류학자, 식물학자, 건축가 등을 초청해 '콜롬비아 문화 자문단'까지 구성하며 콜롬비아의 공기를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제작진은 프레젠테이션 내내 캐릭터의 의상, 영화 음악, 배경, 집 구조, 식물 등 <엔칸토>의 모든 요소에서 콜롬비아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엔칸토> 노래의 다양성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귓가를 맴도는 노래들이 많을 것.

빨리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자레드 부시

"에미, 그래미, 토니,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배우, 가수, 작곡가, 프로듀서, 극작가

그리고 감독까지 도맡는 린-마누엘 미란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뮤지컬 <해밀턴>으로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는 함께한 5년 동안 멋진 파트너가 되어 주었다"

-바이론 하워드

영화 속에서 안무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

<엔칸토>의 가장 큰 기대 포인트는 단연 음악. 디즈니는 <알라딘>과 <겨울왕국 2> 이후 2년 만에 오리지널 뮤지컬을 선보이게 되었는데, 그 명성에 걸맞게 <엔칸토>는 음악에 가장 큰 공을 쏟았다. 뮤지컬 <해밀턴>으로 온갖 시상식을 휩쓸며 재능을 입증한 음악가이자 배우, 린-마누엘 미란다가 <엔칸토>의 전체 음악을 진두지휘하며 사운드 트랙을 빚어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무엇보다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작품에 깊게 관여한 미란다는 그 누구보다 <엔칸토>를 잘 이해하고 있었고, 그 애정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에서 본 적 없는 독보적인 음악을 써 내려갔다고 전해진다.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오늘날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을 법한 레게톤의 음악과 100년쯤은 된 것 같은 오래된 느낌의 음악"을 함께 들을 수 있을 거라고.

"<모아나>의 '바다'처럼,

<엔칸토>의 '집' 역시 하나의 캐릭터다.

-자레드 부시

"마드리갈 가문의 집은 가족, 그리고

그들의 감정적인 연결고리를 나타낸다."

-바이론 하워드

"집 안에 존재하는 각 방은,

방주인의 개성과

마법의 힘을 나타내는 환상적인 공간이다"

-채리스 카스트로 스미스

<엔칸토>의 공동 연출을 맡은 세 명의 감독은 입을 모아 마드리갈 가문의 집을 눈여겨볼 것을 당부했다. 포스터를 꽉 채운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듯, 마드리갈 가족의 터전이자 마법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공간인 집은 <엔칸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 각 캐릭터의 정체성을 곳곳에 녹여낸 것은 물론이거니와, 캐릭터의 감정이 변화할 때마다 발맞춰 반응하는 집의 모양새는 마치 집이 하나의 캐릭터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전통적인 콜롬비아 주택"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마드리갈 가문의 집 구조와 움직임, 색감, 소품 하나하나에 집중해 보는 것, <엔칸토>를 더 깊게 음미할 수 있는 방법일 듯하다.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30년을 보냈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도 <엔칸토>는

창의적인 스토리 텔링,

시각적 스토리텔링,

애니메이션만의 뉘앙스와 신비함,

기술 혁신 등 애니메이션이 할 수 있는

모든 면에서 전에 본 적 없던

수준의 것을 펼쳐낸 듯 보인다"

-클락 스펜서(프로듀서)

온라인 기자회견과 제작진 인터뷰를 통해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던 말 중 하나는 바로 "전에 없던 것"이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선 여러 가지 방면에서 도전장을 던진 <엔칸토>는, 내용적으로도 그리고 형식적으로도 새로운 길을 개척해낸 작품인 듯 보인다. 제작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선 그 새로운 도전을 향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

오프닝 단편 애니메이션의 제목은

<파 프롬 더 트리(Far from the Tree)>

<파 프롬 더 트리(Far from the Tree)>

디즈니의 진정한 팬이라면 궁금했을 소식. 이번에도 디즈니는 본편 상영에 앞서 단편 애니메이션을 통해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 예정이다. 어쩌면 디즈니 팬들이 본편만큼이나 사랑해 마지않는 단편 애니메이션은 이번에도 관객들에게 아기자기한 행복을 선사할 예정. 온라인 기자회견을 참석한 매체들은 작품을 미리 만나볼 수 있었는데, 단편 애니메이션의 제목은 <파 프롬 더 트리>로 약 7분 분량의 이야기다. 너구리 가족을 통해 육아에 대한 접근 방식과 아이들이 교훈을 내면화하는 모습을 그 어떠한 대화나 내레이션 없이 마치 손으로 그린 듯한 섬세한 질감으로 표현해냈다. 항간에선 디즈니 애니메이션 <밤비>를 떠올린다는 평을 받기도. 한 매체는 "<파 프롬 더 트리>는 지금까지 선보인 단편 애니메이션 중 최고의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극찬을 전하기도 했다.

※ 이 기사는 <엔칸토: 마법의 세계> 제작진 인터뷰가 담긴, <엔칸토: 마법의 세계>에서 놓쳐서는 안 될, 수십억 개의 디테일이 담긴 장면은?로 이어집니다.


글·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

사진 제공·디즈니(Dis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