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에미상 최우수 미니시리즈 부문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미술상, 의상상, 음악상, 인기상. 그에 미국 배우조합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앙상블상만 세 번. 방영 기간 내내 드라마 관련 시상식 내 거의 모든 부문의 상을 휩쓴 <다운튼 애비>는 해외 드라마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정주행을 시도해 봤을 유명한 시대극이다. 1912년부터 1925년을 배경으로 대저택 다운튼 애비에 사는 그랜섬 백작 가문의 일원과 그들의 고용인, 다운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녹인 <다운튼 애비>는 흥미로운 스토리에 급변하던 시대의 풍경도 세심히 짚어내 탄탄한 작품성을 입증해냈다.

<다운튼 애비>만의 또 다른 강점이 있다면 영국과 할리우드를 오가며 활약하는 여러 대형 배우들이 다수 합류했다는 것. <다운튼 애비>를 발판 삼은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을 여럿 배출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왓챠의 <다운튼 애비> 시즌 3 오픈을 맞아 국내에서도 유명한 <다운튼 애비> 출연진과 그들의 대표작을 소개해 보려 한다. 이 글에 언급된 모든 작품은 왓챠에서 감상 가능하다.


매기 스미스 / 바이올렛 크로울리 역

그랜섬 백작 가문의 최고령자. 그랜섬 백작의 어머니인 바이올렛 크로울리는 그 시대 전형적인 귀족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엄격하고 보수적인 데다 고집도 센 그녀는 진취적인 성향을 지닌 아래 세대 인물들과 자주 부딪히며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다수 빚어냈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굽힐 땐 확실히 굽히고, 말 못 할 고민을 품고 있는 이들을 가장 먼저 보듬을 줄 알았던 집안의 큰 어른. 그의 관록 어린 모습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데우기 충분했다. 매기 스미스는 바이올렛 크로울리를 연기하는 동안 무려 다섯 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왓챠 대표작 <해리 포터> 시리즈, 미네르바 맥고나걸 교수 역

에미상, 아카데미상, 토니상을 모두 섭렵한 매기 스미스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영국의 명배우다. 연극 무대에 오르며 연기를 시작했고,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부지런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의 명작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 그중 국내 관객에게 가장 익숙할 작품과 캐릭터는 단연 <해리 포터> 시리즈의 미네르바 맥고나걸 교수다. 해리 포터와 친구들의 곁을 늘 든든히 지켜준 맥고나걸 교수가 있었기에 팬들 역시 안심하며 그들의 성장을 함께 지켜볼 수 있었다.


휴 보네빌 / 로버트 크로울리 역

로버트 크로울리는 그랜섬 백작 가문의 가장이다. 세 딸과 아내에게 다정다감한 남편으로, 그랜섬 백작 가문 종사자들에게 인자한 성품을 베푸는 백작님으로 불리는 인물.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기보단 귀족으로서 품위를 지키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보수적인 면모가 강한 인물이기도 했다. 가끔씩 속을 알 수 없는 얼굴로 시청자의 궁금증을 더했지만, 가문의 영지와 저택을 지키겠단 신념만은 확고했던 로버트 크로울리는 <다운튼 애비>의 무게중심 역할을 해냈다.

왓챠 대표작 <패딩턴> 시리즈, 헨리 브라운 역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카메라 앞에 선 후 눈에 띄는 조연으로만 기억됐던 휴 보네빌. 그에게 영국의 중후한 섹시 스타라는 칭호를 얹어준 작품이 바로 <다운튼 애비>다. 정작 배우는 캐릭터의 진중한 성격 덕에 코미디를 할 수 없어 힘들어했다는데, 그의 천덕스러운 연기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패딩턴> 시리즈. 갑자기 굴러들어와 가족이 된 패딩턴에게 거리를 두지만, 결국엔 어쩔 수 없이 그를 챙기고 아끼고야 마는 브라운 집안의 가장 헨리 역으로 활약했다.


엘리자베스 맥거번 / 코라 크로울리 역

돈은 없지만 가문의 이름과 영토는 지켜야 했던 영국 귀족과 돈은 넘쳐나지만 고귀한 신분이 없었던 미국 갑부의 만남. 서로 원하는 걸 취할 수 있었던 영국 귀족, 미국 갑부의 만남은 1차 세계 대전 이후의 트렌드나 다름없었다. 아버지에게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녀 코라 역시 같은 이유로 그랜섬 백작 가문의 일원이 된 이곳의 안주인이다. 보통의 커플과 다른 점이 있다면 코라와 로버트의 결혼엔 사랑이 존재했다는 점. 상냥하고 현명한 데다, 틀에 박힌 영국 귀족 집안에 아메리칸으로서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던 코라는 <다운튼 애비>의 시청자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던 캐릭터였다.

왓챠 대표작 <우주전쟁> 시리즈, 헬렌 역

<보통 사람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 1980년대부터 굵직굵직한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메운 엘리자베스 맥거번은 <다운튼 애비>의 코라 크로울리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갱신하는 데 성공했다. <다운튼 애비> 종영 이후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그의 최신작 중에 가장 눈여겨볼만한 작품은 드라마 <우주전쟁>. 우주의 또 다른 지적 생명체가 단 하루 만에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우연히 살아남은 자들이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침범한 이유를 파헤치는 과정을 담은 SF 드라마다. 엘리자베스 맥거번은 외계 생명체 능력의 핵심을 꿰뚫어본 빌의 전 아내, 헬렌을 연기했다. 이 작품에서도 그의 현명함과 온화함이 돋보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댄 스티븐스 / 매튜 크로울리 역

<다운튼 애비>는 로버트 크로울리의 장녀, 메리 크로울리의 약혼자가 타이타닉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으로 시리즈의 막을 연다. 이후 메리 크로울리의 새로운 짝으로 점쳐진 이가 바로 매튜 크로울리다. 여느 시대극 속 커플들처럼, 처음엔 서로를 부담스러워하던 이들이 차차 가까워지며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매튜 크로울리의 인기에 힘입어 영국 연예계 중심에 선 건 물론, 할리우드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한 댄 스티븐스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 <미녀와 야수> 등에 출연하며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왓챠 대표작 <센스 앤 센서빌리티> 시리즈, 에드워드 페라스 역

<다운튼 애비>를 통해 두터운 팬덤을 형성한 댄 스티븐스, 그 매력의 씨앗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왓챠에 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이성과 감성>을 옮긴 BBC 드라마 <센스 앤 센서빌리티>에서 그는 대시우드 가의 장녀 엘리너와 마음을 나누는 에드워드 페라스를 연기했다. 데뷔 이후 채 5년이 안 된, 풋풋한 시절의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팬들에겐 만족스러운 감상을 전할 작품이다.


릴리 제임스 / 로즈 맥클레어 역

시즌 3까지 기획되어 있었던 <다운튼 애비>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시즌 6까지 연장됐다. 릴리 제임스가 연기한 로즈 맥클레어는 시즌 4부터 시즌 6까지 등장하는 인물이다. 바이올렛 크로울리의 조카 수잔의 딸인 그는 인도로 발령 난 아버지를 따르는 대신 다운튼 애비에 정착해 친척들과 새로운 삶을 이어가는 캐릭터다. 자유분방한 성격,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작품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은 로즈 맥클레어, 그 자체가 된 연기를 펼친 릴리 제임스는 이 작품으로 평단에 제 존재감을 알렸다.

왓챠 대표작 <린다의 가장 완벽한 5개월>, 린다 역

<다운튼 애비>의 라이징 스타였던 릴리 제임스는 디즈니 라이브 액션 프로젝트 초기작 <신데렐라>의 신데렐라로 캐스팅되며 할리우드의 신데렐라가 됐다. <베이비 드라이버> <다키스트 아워> <맘마 미아!2> 등 굵직한 작품으로 캐릭터의 폭을 넓혀온 그의 신작 역시 왓챠에서 만나볼 수 있으니. 1940년대 영국, 사랑에 대해 정 반대 성향을 지닌 두 친구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린다의 가장 완벽한 5개월>이다. 릴리 제임스는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며 자유를 찾아 나서는 에너제틱 한 캐릭터 린다를 연기했다. 시대극과 낭만적인 캐릭터. 두 분야에서 유독 뚜렷한 두각을 뽐내왔던 릴리 제임스의 재능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한 작품이다.


로즈 레슬리 / 그웬 도슨 역

<다운튼 애비>의 시즌 1에 등장하는 그웬 도슨은 그랜섬 백작 가문의 하녀다. 그랜섬 백작의 장녀, 메리 크로울리의 최측근 하녀인 안나와 같은 방을 쓰던 그웬은 직업을 가지고 사회로 나가길 꿈꾸는 진취적인 캐릭터로 등장했다. 여성이 사회에서 자리 잡기 쉽지 않았던 시기. 남몰래 타자를 배우며 비서를 꿈꾸던 그는 그랜섬 백작의 막내딸, 시빌 크로울리의 도움을 받아 다운튼 애비의 하녀 생활을 졸업하는 데 성공한다.

왓챠 대표작 <왕좌의 게임> 시리즈, 이그리트 역

새로운 꿈을 찾아 나서는 하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로즈 레슬리는 할리우드의 대형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캐스팅되어 본격적으로 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왕좌의 게임>에선 존 스노우와 사랑에 빠지는 자유민 이그리트를 연기했다. 극 중에선 그와 안타까운 사랑을 나눈 캐릭터로 남았지만, 현실은 달랐으니. 로즈 레슬리는 존 스노우를 연기한 키트 해링턴과 실제로 사랑에 빠졌고, 두 사람은 <왕좌의 게임> 팬들의 뜨거운 축복 속에 2018년 6월 결혼에 골인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