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버스(Multiverse)와 메타버스(Metaverse)의 아이콘이 만났다. 멀티버스가 열리며 발생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피터 파커/스파이더맨과 메타버스의 아이콘,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Rozy)의 급만남이 성사됐다. 피터 파커의 화보 촬영이 진행된 사진작가 조선희의 작업실에서 이뤄진 역대급 ‘콜라보’ 현장으로 안내한다.
로지 안녕! 만나서 반가워. 난 로지라고 해. 한국에서 스파이더맨을 만나게 되다니. 상상도 못했어. 조선희 작가님과 화보 촬영을 한다는 소식 듣고 완전 깜놀했잖아.
피터 파커 만반잘부, 로지 누나!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어. (웃음) 그냥 피터라고 불러. 내가 스파이더맨이라는 건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니까.
로지 어, 그래. 근데 너 내가 몇 살인지 알아? 누나라고 하길래.
피터 파커 내가 미리 조사 좀 했어. 올해 두 번째 생일을 맞이한 영원한 22살. 그럼 몇 년생이지? 암튼. 패션과 환경보호에 관심 많음. 광고 모델로 잘나가고 있음. 처음엔 완전 속았다니까. 진짜 사람인 줄… (웃음) 인스타(www.instagram.com/rozy.gram)도 팔로우 했어.
로지 레알 조사했구나. 멀티버스의 슈퍼히어로가 나의 팔로워라니.
피터 파커 멀티버스의 슈퍼히어로는 너무 부담스럽다. 그냥 지구 좀 지키고 그랬을 뿐인데. (웃음) 어벤져스 멤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얻었다고 해야 할까. 황정민 형, 팬입니다. (꾸벅) 누나야말로 메타버스의 힙한 아이콘이잖아.
로지 뭐야, 황정민 밥상 수상소감은 또 어떻게 알았대? 나도 짤로만 본 건데. (웃음) 내가 얼마 전에 박막례 할머니 만났거든. 그때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 기분이었는데 오늘이 진짜 로지 성덕 된 날이야.
피터 파커 아… 이런 급만남 너무 좋다. 그동안 고생했던 거 보상받는 느낌? 최근에 내가 스트레스가 엄청 많았거든.
로지 왜?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피터 파커 그러니까 내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날 빌런 취급하는 거야. 진짜 할말하않. 메이(마리사 토메이) 큰엄마랑 MJ(젠데이아)도 걱정 엄청 했고.
로지 진짜 사람들 너무 한 거 아냐. 뉴욕 시민들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안 본 거야? 왜 너한테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피터 파커 (웃음) 누나도 헷갈리나 보네. 난 톰 홀랜드가 아니라 피터 파커랍니다. 나의 세계에서는 아무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보지 못했을 걸. 그래서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를 죽인 건 내가 아니라고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더라고.
로지 앜ㅋㅋㅋ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그런데 한국에서는 메이 숙모라고 보통 부르는데 사실은 큰엄마였네.
피터 파커 이거 약간 TMI인데 얘기하면, 메이 큰엄마는 아빠의 형, 벤 삼촌 부인이야. 영어에서는 숙모, 백모, 작은엄마, 큰엄마, 이모, 고모 모두 그냥 앤트(Aunt)니까.
로지 그러네. 참, 그래서 정체가 밝혀지고 어떻게 됐어?
피터 파커 너무 힘들어서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찾아갔어. 사람들이 나의 정체를 모르던 시절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지… 그랬는데 갑자기 멀티버스가 열리는 바람에 다른 차원의 빌런들이 막 나타나기 시작하는 거야. 뉴욕을 뒤집어놓으셨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네.
로지 예고편에서 봤어. 예전에 개봉한 영화 속 빌런들이 막 등장하는데 내가 더 긴장되더라. 특히 그 닥터 옥토퍼스(알프레드 몰리나)가 나올 때, 너가 “우리 아는 사이예요?”(Do I know you?)라고 한 거 기억나.
피터 파커 해피(존 파브로)랑 통화하고 누군지 알았어. 찐으로 당황했던 모먼트였어.
로지 아니, 가만 보니까 아까 만반잘부, 할말하않, 밥상 수상 소감도 그렇고 한국말 솜씨가 장난 아니네. (웃음)
피터 파커 사실 비밀인데, 요즘 내가 K팝, K드라마 덕질을 하고 있어서… 내가 로지 누나를 잘 아는 것도 다 덕질 때문에 가능한 거지. 근데 내가 아직 고등학생이라 <오징어 게임>을 못 봤어ㅠㅠ 졸업하고 19세 되면 MJ랑 한번에 정주행 하려고. BTS 노래도 자주 들어. 정호연 누나는 왜 그렇게 멋있어? 제대로 치였잖아. (웃음) 그래서 혹시 누나가 기자들처럼 “듀 유 노 BTS?” 물어보길 기대했는데 안 물어보더라.
로지 장난 아니다, 너. 스파이더맨이 K컬처 덕후였다니. 이렇게 덕밍아웃 해도 괜찮아?
피터 파커 뭐, 어때. 내가 뭐, 피터 파커가 한드 덕후여서 안 될 게 있어?
로지 그치, 안 될 거 없지. 오히려 더 호감 급상승 중이야. 근데 너 혹시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도 봤어?
(이후 두 사람은 한참 드라마, 예능 이야기를 나눴다)
피터 파커 누나, 우리 이렇게 다른 얘기만 해도 괜찮아?
로지 그랬나? (웃음) 영화 얘기 다시 해볼까. 아, 맞다. 나 진짜 궁금한 거 있어. 이번에 닥터 옥토퍼스 말고 그린 고블린(월렘 대포), 일렉트로(제이미 폭스)까지 빌런들이 총출동했잖아. 여기서 질문. 다른 세계의 스파이더맨은 안 나와? 내가 알고 있는 스파이더맨이 2명 더 있거든.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이하 <뉴 유니버스>)에서 다른 유니버스의 스파이더맨들이 등장하는 것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거 아니냐는 거지. <뉴 유니버스>는 봤지? 음악 진짜 좋지 않아? ’선플라워’(Sunflower)는 아직 내 플레이리스트에 있어.
피터 파커 나도 같은 스파이더맨 입장에서 <뉴 유니버스> 팬이야. 그런 걸 보고 만찢남이라고 하던가. 코믹스 캐릭터가 스크린으로 튀어나오는 스웨그가…. 그리고 질문에 답을 하자면 다른 스파이더맨이 등장하는지 궁금한 거 이해하는데 그건 내가 얘기할 수가 없어. 미안. 극장에서 확인하세요. (찡긋)
로지 오프 더 레코드로 안 될까. 갑자기 내가 막 진짜 기자가 된 것 같네.
피터 파커 누나, 여기서 잠깐 진지해질게. 벤 삼촌이 그랬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고. 또 얘기하는 건데 나는 (스포일러 하기로 유명한) 톰 홀랜드가 아니야.
로지 그래, 알겠어. 극장에서 보면 알겠지. 그리고 또 궁금한 거 있어.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때?
피터 파커 완전 괴짜야. 비위 맞추기도 어렵고. 날 완전 어린애 취급을 한다니깐. 토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그 정도는 아니었거든. 난 정말 절박해서 물어본 건데 나 때문에 멀티버스가 열렸다고 얼마나 뭐라 그러던지ㅠㅠ 그러면서도 다 챙겨주는 거 보면 은근 츤데레 스타일이야.
로지 츤데레 스타일… 뭔지 알 것 같아. 나중에 닥터 스트레인지랑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얘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오늘 너무 즐거웠어. 마지막으로 우리 같이 인증샷 찍을까?
피터 파커 그래. 인스타에 올려주는 거야?
로지 찍은 거 봐서. (웃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대박나길 기대할게!
피터 파커 누나도 팔로워 100만 명 되길!
로지 오늘 인터뷰로 팔로워가 팍팍 늘지 않을까. (웃음) 오늘 너무 재밌었다. 넌 어땠어?
피터 파커 너무 좋았어. 근데 한국 과자 먹기 이런 건 준비 안 했어? 그거 은근 해보고 싶었거든.
로지 미안. (웃음) 이건 영상 인터뷰가 아니라서. 우리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을까? 내가 뉴욕으로 갈게. 난 메타버스에 살고 있으니까 언제든지 갈 수 있답니다.
피터 파커 언제든지 와. 뉴욕 오면 내가 배달하던 정통 뉴욕 피자 대접해드림. (웃음) 근데 누나, 여기 스튜디오 너무 힙하지 않아? 레트로의 끝이야.
로지 조선희 작가님 취향은 리스펙트야.
피터 파커 어쩐지 힙지로가 떠오르는 공간 같아. 아직 을지로 힙한 거 맞아?
로지 너, 모르는 게 뭐야. 힙지로는 어떻게 알아?
피터 파커 내가 한드 보면서, 이태원, 힙지로 이런 데 가보는 게 버킷 리스트였거든. (웃음)
로지 힙지로는 못 참지. (웃음) 그렇다면 ‘힙지로의 로지’가 아는 찐 맛집으로 안내할게.
피터 파커 대박. 지금 바로 가자. 거미줄 타고 가면 금방 가. 웹슈터를 어디다 뒀더라.
*본 인터뷰는 재미를 위해 가상으로 만들어낸 내용입니다. 실제 영화 내용과 차이점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글 씨네플레이 신두영
사진 제공 소니 픽쳐스 / 사진 촬영 조선희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