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차티드>

MCU(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톰 홀랜드라는 뉴페이스에 대해 그다지 기대치가 컸던 것 같진 않다. <더 임파서블>과 <하트 오브 더 씨> 등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고는 하지만 차기 스파이더맨 물망에 오를 만큼 대세 배우까지는 아니었고, 무엇보다 스파이더맨 실사화에는 이미 걸출한 배우 두 명-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이 있었기 때문에.

물론 톰 홀랜드는 스파이더맨의 MCU 첫 출연이었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이어 첫 솔로 무비 <스파이더맨: 홈커밍>까지 아직 어리고 서툴지만 어떻게 해서든 모두를 지키려 노력하는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으로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10대 스파이더맨으로서의 모습은 미숙하지만 귀여웠고, 미흡하지만 정의로웠다. 그렇게 톰 홀랜드는 새로운 스파이디로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됐다.

데뷔작이었던 <더 임파서블>의 아역 연기로는 무려 9개의 상을 거머쥐었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로도 3개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등 좋은 성과를 냈지만 스파이더맨 이후에도 어쩐지 MCU 밖에선 험난한 소식이 더 많이 들려왔던 건 괜한 기분 탓이었을까. 개중 손꼽힐 만큼 무난하지 못했던 작품이 바로 <언차티드>다.


MCU 스파이더맨을 연기한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으로 한참 물망에 오른 시기인 2019년, 톰 홀랜드는 영화 <언차티드>의 주연으로 캐스팅된다. 이제 개봉을 2주 남기고 있으니 장장 3년 만에 개봉하는 셈인데, 2020년 촬영을 시작해 영화 내부적인 우여곡절 외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개봉 연기를 겪어야 했다.

영화 <언차티드>는 소니의 콘솔 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 3을 게이머들의 필수 소장 기기로 만들어 준 강력한 재미의 게임 <언차티드>를 원작으로 하는 실사화 프로젝트다. 게임 <언차티드> 시리즈는 2007년 1편 <언차티드: 엘도라도의 보물>을 시작으로 2016년 4편까지 이어졌고, 플레이스테이션의 가장 최근 모델이자 근래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5로도 플레이할 수 있는 리마스터 합본이 출시됐을 정도로 인기작이다.

게임 <언차티드> 이미지. 위 왼쪽 두 번째 인물이 톰 홀랜드가 청년 시절을 연기하는 네이선 드레이크.

개발사인 너티 독은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를 개발한 게임사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그래픽은 물론이고 연출 면에서도 호평을 받아왔다. <언차티드> 시리즈 또한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영화 같은 게임”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실사화 프로젝트 추진으로 이어졌지만, 처음 이야기가 나왔던 2010년에서 무려 12년이 지난 올해에야 정식 개봉을 할 수 있게 됐다.


제작 초기 단계부터 지금까지 영화 <언차티드>의 메가폰을 쥐었다가 놓은 사람은 무려 7명이다. <더 파이터> 데이빗 러셀, <리미트리스> 닐 버거, <베이 워치> 세스 고든에 이어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숀 레비, <클로버필드 10번지>의 댄 트라첸버그, <범블비>의 트래비스 나이트. 마지막으로 <베놈>과 <좀비랜드>의 루벤 플레셔에 이르러서야 지금의 감독이 최종 결정됐다.

영화 제작이 계속해서 지연되면서 각 감독들의 일정 문제로 하차를 결정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내부에서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거기에 감독이 바뀌면서 각본 담당도 여러 차례 바뀌었기 때문에 원래 <언차티드>의 주인공인 네이선 드레이크 역으로 캐스팅됐던 마크 월버그는 빅터 설리번 역으로 변경됐고, 공석이 된 주인공 역을 맡게 된 배우가 바로 톰 홀랜드였다(사실 트래비스 나이트의 하차는 톰 홀랜드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촬영 때문에 일정을 연기한 것이 이유였다).

(왼쪽부터) 빅터 설리번 역의 마크 월버그, 네이선 드레이크 역의 톰 홀랜드.

그리하여 제작 소식이 처음 언급된 지 장장 10년 만인 2020년 여름에 촬영에 들어가게 됐고, 톰 홀랜드와 마크 월버그가 맡은 캐릭터 네이선과 설리(빅터 설리번의 애칭)가 보물을 찾아 떠나는 스토리가 이제 드디어 관객을 만나볼 준비를 하게 됐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도 난관은 아직 있어 보인다. 톰 홀랜드는 모처와의 인터뷰에서 “네이선 드레이크 역할을 연기하는 데 있어서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는데, 심지어는 원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던 마크 월버그를 언급하며 “그와 같은 캐릭터가 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이야기하기까지 했다.

톰 홀랜드가 그간의 작품에서 보여준 모습이 결코 허술하지 않았던 만큼 이 인터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가장 중심이 되는 배역을 맡은 배우가 개봉 전에 할 만한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톰 홀랜드가 <언차티드> 촬영 경험을 돌아보며 개인적인 성찰을 했다는 측면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공식 인터뷰였던 만큼 영화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촬영이 시작되기까지 10년, 바뀐 감독만 7명, 바뀐 각본과 그에 따른 캐스팅 변경까지 우여곡절이 많아도 이렇게 많을 수가 있을까. 톰 홀랜드가 <스파이더맨> 솔로 무비 세 번째 작품이었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다시 흥행에 대성공한 데 비하면 <언차티드>는 개봉 전부터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언차티드> 시리즈를 꽤 흥미롭게 플레이한 게이머로서나, 톰 홀랜드의 필모그래피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 온 관객으로서나 이 영화에 나름의 기대를 했던 건 사실이다. 게임 원작 영화가 대부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언차티드>와 같은 어드벤처 장르라면 <툼 레이더>처럼 성공을 거두었던 영화가 있었으니 <언차티드> 특유의 느낌을 잘 살려주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에(사실 원작 그대로만 만들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언차티드>가 갖고 있는 숙제는 두 가지일 것이다. 장장 10년 간이나 인기를 누려 왔던, 그것도 콘텐츠의 궤가 다른 게임 원작이 있다는 점, 그래서 이 영화에 가장 관심이 있을 원작 게임 팬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다. 게임은 근본적으로 인터랙티브한 조작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일방향 영상 콘텐츠인 영화와는 다르고, 때문에 게임이 줄 수 있는 몰입감 그 이상을 구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원작을 떠난 영화 그 자체로서 근본적으로, 원작을 잘 모르는 관객들도 재미있게 녹아들 수 있을 만큼 재미 있는 작품인가의 문제다. <아이언맨>이 그랬듯이,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기에 주연인 톰 홀랜드가 원작의 네이선과 좀 다른 이미지라 하더라도 일단 재미가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 원작 팬들에게야 아쉬운 일이겠지만.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개봉 연기를 거듭하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영화 치고 흥행에 보란 듯이 성공한 작품이 그리 많지… 아니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지연된 것도 아니고 그 이전의 일이니 내부 문제이거나 소위 ‘어른의 사정’일 것인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쩐지 조바심이 나는 건 별 수 없는가 싶다.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